전통주갤러리 3인방이 말한다
‘전통주는 품격이 있는 술이다’
“MZ세대들이 전통주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주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전통주갤러리’다. 그렇다고 전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전통주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소가 협소하여 나름대로 잘 나가는 전통주 300여 가지를 한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 전통주를 아끼는 사람입장에서는 그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겨지는 공간이다.

전통주갤러리는 한국 전통주의 맛과 멋,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가 2015년 설립하여 운영하는 전통주 전시 및 체험공간이다.
인사동에서 시작한 전통주갤러리는 2016년 12월 22일 강남구 테헤란로5길 51-20 한국전통식품문화관 ‘이음(Eeum)’ 건물 1층에 새 터를 잡고 이관, 강남시대를 열었다.
갤러리가 터 잡고 있는 강남역 인근은 강남먹자골목으로 술과는 인연이 깊은 지역으로 전통주 홍보에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장소인 것 같다.
국내 소비자는 물론 외국인들에게 전통주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알리미 역할을 하는 전통주갤러리 역시 코로나19의 풍파는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루에도 수많은 국내·외 방문객이 이곳을 찾아 시음도 하고 체험도 했지만 코로나 거리두기로 인원이 제한돼 상설시음회 횟수를 평소보다 두 배로 늘리고 비대면 사업을 강화 하는 등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마시고 취하는 것만이 술꾼의 자세는 아니다”
전통주갤러리를 찾은 날은 공교롭게도 35년 만에 못된 동장군이 급습한 날이었다. 게다가 전날 내린 눈 때문에 강남역에서 전통주갤러리까지 가는 언덕길은 온통 빙판길이다. 거북이걸음으로 언덕길을 오르면서도 마음속은 즐겁다. 다양한 전통주를 만난다는 기대감이 있어서다. 마치 헤어졌던 애인이라도 만나러 가는 기분이랄까.
갤러리도 그렇고 이현주(李炫周, 52) 관장과도 구면이다. 갤러리로 출발하기 전 이 관장의 저서 <한잔 술, 한국의 맛>을 다시 꺼내 보았다.
“마시고 취하는 것만이 술꾼의 자세는 아니다.” 작가적 입장에서 이현주 관장은 ‘술은 알고 마시면 인생이 즐겁다’는 철학이 있는 것 같다.
이현주 관장이 전국의 크고 작은 양조장들을 직접 찾아 취재 형태로 집필한 <한잔 술, 한국의 맛>은 우리나라 전통주 시장의 현 주소를 직접 보고 느낀 결과물이다. 이현주 관장이 전통주갤리를 자신 있게 이끌어 가고 있는 원동력도 이 같은 밑바탕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2015년 2월 문을 연 전통주갤러리 초대 관장을 맡아 온 그는 2년의 공백 기간을 거쳐 2020년 8월 다시 전통주갤러리 관장으로 복귀했다.
그동안 이현주 관장은 많은 언론매체에서 주류업계의 주요 취재대상이 되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술에 대해 체계적이고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인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 역시 앞으로 전통주업계의 전망 등을 듣기 위해 이 관장을 인터뷰 대상으로 삼고 방문했는데 이 관장은 “현재 갤러리에는 미래가 창창한 유능한 젊은이들이 많으니 그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젊은 후배들을 위한 배려인 듯싶다.

전통주갤러리에는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전통주갤러리에는 이 관장 외에 권나경 대외협력본부장, 황선자 국장, 김민현, 김영우 전통주소믈리에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술에 애착을 가지고 보다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이 관장 품에 안긴 사람들이다.
황선자(黃善字, 38) 국장은 우리술알주 대표이다. 대구에서 부용소주방을 운영하면서 술과 음식 교육을 통해 전통주를 알려온 그는 지난해 8월, 전통주갤러리 운영국장으로 합류했다.
한국인은 좋은 안주거리가 있으면 술 생각이 나고, 술이 있으면 안주거리를 찾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황 국장은 양수겸장이랄까 술과 안주를 모두 다룰 수 있는 인물이다.
황 국장의 수상내역을 보면 그녀가 만만치 않은 실력가라는 것을 금세 눈치 챌 수 있다. 황 국장이 그동안 받은 주요 수상은 ▴2017 궁중술빚기대회 장려상▴2017 우리술 주안상대회 입상▴2017 음식디미방 전문인양성과정 조리시연 최우수 작품상▴2016 대한민국명주대상 탁주부분 금상▴2016 대한민국명주대상 청주부분 동상▴2016 궁중술빚기대회 장려상▴2015 가양주 주인선발대회 탁주부분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전통주갤러리에 합류하기 전 운영 하던 전통주 공방을 부용(芙蓉:연꽃)이라할 만큼 그는 연꽃을 매우 좋아한다. 황 국장은 “연은 진흙탕 같은 더러운 물에서 자라도 꽃과 잎은 참 깨끗합니다. 더러운 곳에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술 빚는 일에 있어 깨끗하게 정도를 가겠다”는 의미로 ‘부용’이라고 했단다.
한 때는 식초에 빠져서 온몸에서 식초냄새가 가실 줄 몰랐다. 전통식초의 뿌리는 막걸리이기 때문에 술을 체계적으로 배우겠다는 생각에 대구에 ‘대경방’이라는 모임에서 2015년부터 술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황 국장은 “누룩하고 물하고 고두밥만 넣어줬는데 갑자기 열이 나고 소낙비 소리를 내면서 술이 익어 가는 소리를 낼 때 오금이 저릴 만큼 짜릿해 지는 것이 술”이라고 했다.
전통주를 마시는 것은 격조 높은 품격이다
황 국장은 “과거에 비해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전통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아직 제 나이도 젊은 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MZ세대들은 우선 술에 대한 인식부터가 다른 것 같다.”면서 “그들은 손쉽게 소주나 맥주 같은 술에 취하기보다는 남들이 마셔보지 못한 술을 마심으로 차별감을 느끼면서 격조 높은 음주문화를 추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소주나 맥주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향이나 맛을 전통주에서는 느낄 수 있어 전통주를 한번 마셔본 사람들은 그 맛에 그 향에 다시 찾게 된다고 황 국장은 말한다.
술이라면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들도 아무리 좋은 전통주라도 몇 만원 주고 구입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인 문제 보다는 늘 마시던 저가의 소주 맥주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MZ세대들은 그런 경제 논리보다 내가 좋으면 그것으로 됐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갤러리를 찾는 내방객들이 상당수가 젊은이들이라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특히 갈수록 젊은 여성이 증가하고 있다. 전통주업계도 이 같은 트렌드를 빨리 읽고 대처해야 할 것 같다.
이런 분위기 탓인가. 최근 전통주연구소를 비롯, 술빚기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에 등록하고 있는 수강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젊은 여성들이 많다. “내가 마시는 술만큼은 내가 빚어 마시겠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문 양조장을 차려 보려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보통 막걸리 시장을 제외한 전통주시장의 주 고객이 20-30대의 젊은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진정한 술맛보다는 외형적인 아름다움에 전통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비대면 구매 즉, 인터넷으로 전통주를 구매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술맛을 향상 시키는 것 못지않게 주병이나 라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대목이다.
전통주갤러리에서는 매월 10여종의 전통주를 선정하여 1차(1-15일)와 2차(16-30)로 나누어 시음회를 갖는다.
이달에도 ‘새해 덕담 나누기 좋은 술’이라는 테마로 1차에서는 맑은내일발효막걸리, 담은, 만세보령주, 여포의꿈, 오매락퍽이 이미 선을 보였고, 2차에서는 희양산막걸리, 문희, 삼양춘, 복단지, 담솔이 시음주로 선정돼 방문객들에게 선을 보이고 있다.

전통주 양조장에 사랑의 술 팬레터 보냅시다
전통주갤러리는 요즘 상시 이벤트로 ‘전통주갤러리 우체국’ 사업이 있다. 이 이벤트는 갤러리 방문객을 대상으로 우리 술 양조장 힘을 낼 수 있도록 사랑의 술팬레터 보내는 이벤트인데 보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모두 즐거워한다.
방문객은 내 마음속 양조장을 선정하여 예쁘게 엽서를 만들어 전통주갤러리 해쉬태그를 포함해 SNS업로드 후 엽서에 양조장 이름을 적어 우체통에 넣어주면 매월 우수작을 선정해 3~6명에게 기념품세트 증정과 양조장에도 발송한다. 이를 받아 본 양조장들은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응원의 팬레터를 받으니 힘이 솟는 다는 반응이다.
또 동영상해쉬태그 이벤트도 인기다. 이 역시 갤러리 방문객을 대상으로 이달의 시음주 한 종을 선택해 술 맛을 설명하는 자유형식의 동영상/ 전통주갤러리를 소개하는 자유형식의 동영상/ 구매한 전통주를 자랑하는 자유형식의 동영상을 주제로 선택 후 30초~ 3분이내의 간단한 영상을 업로드 하면 된다.
#전통주갤러리 #전통주플렉스 #전갤로와 #내안에장금이의 해쉬태그를 포함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업로드하면 된다.
이 또한 매월 추첨을 통해 3명에게 전통주갤러리 기념품세트를 증정한다.


김영우·김민현 소믈리에도 갤러리에서는 한몫 단단히 한다
황 국장과 함께 현장에서 방문객들을 상대로 전통주 홍보를 하고 김영우(32) 소믈리에와 김민현(31) 소믈리에도 갤러리에서는 한몫 단단히 하는 청년들이다.
김영우 전통주 소믈리에는 ‘2019 제10회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전통주에 푹 빠진 젊은이다. 일본어를 전공했다는 김영우 소믈리에는 “전통주갤러리에서 일하다 보니 많은 전통주를 접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전통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돼서 보람을 느낀다”며 “이왕 술을 마신다면 전통주를 마시는 것이 농민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했다.
이는 대부분의 전통주의 주재료가 쌀이기 때문이다. 증류주 1말을 얻기 위해서는 쌀이 8말이 필요하다. 그 만큼 전통주를 생산하는 데는 쌀 소비가 많아져 결국 농민들을 돕게 된다는 것이다.
전통주갤러리에 합류하기 전, 김민현 소믈리에는 뉴질랜드에서 술공부를 했다. 자체 양조장이 많지 않은 뉴질랜드는 전 세계 관광객이 몰려오는 탓에 전 세계에서 많은 술을 수입하여 이들에게 제공하여 다양한 술을 접할 수 있다. 전통주갤러리에서 영어 안내자로 전통주 시음회를 진행하는 그는 뉴질랜드에서 개최된 칵테일 대회에서 금·은상을 받은 인재다. 매월 전통주갤러리 유튜브동영상을 통해 전통주 칵테일을 선보이고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 전통주가운데는 칵테일을 만들기 좋은 술이 많음에 감사하게 여긴다고 말한다. 이러한 우리술에 대한 열정으로 2020년 가양주주인선발대회에서 입선을 하기도 했다.
황선자 국장, 김영우·김민현 소믈리에는 한목소리로 “우리 술이 부흥했으면 좋겠어요.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통주 붐이 일었잖아요. 그 붐이 꺼지지 않고 쭉 이어지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그들의 바램이 영원하길 바란다.
*전통주갤러리 기본정보
▴운영시간:오전 10시~오후 8시(월요일 휴관)▴문의: 02-555-2283▴전통주갤러리 네이버예약창에서 예약.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