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금주령

김원하

김원하의 취중진담

간헐적 금주령

 

자의든 타의든 살다보면 때론 금주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 있어서는 하등 문제될 일이 아니지만 왕성하게 술을 마시는 주당들에 있어서 금주령은 참기 힘든 곤욕의 기간이다. 주당들도 때론 며칠 술을 먹지 않고 지내는 일이 허다하거늘 막상 금주령이 떨어지면 큰일이라도 생긴냥한다.

치료를 위해서 또는 몸보신을 위해서 한국인들은 한약을 먹을 때가 있다. 이 때 의사가 말하길 돼지고기라든가 숙주나물, 무 같은 것을 먹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술은 절대 마시지 말라고 강요(?)한다. 술 먹지 말라는 말 때문에 한약을 안 먹겠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오죽하면 술 잘 마시는 주당이 회식자리에서 술을 사양하면서 “나 요즘 한약 먹고 있어”하면 양해가 되는 세상이다. 한약 먹기 때문에 술 못 마신다고 하는데 강권하면 술을 권하는 사람이 핀잔을 받기도 한다. 한약을 먹을 때 돼지고기나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과학적 분석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중국에서는 한약 먹으면서 되지 고기는 먹던데….

어디 금주령이 한약 먹을 때만 떨어지는가. 사랑니를 뽑거나 충치 같은 치아를 발치했을 때도 엄격한 금주령이 떨어진다. 간호사는 최소 한 1주일은 금주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덧날 수 있다고 겁을 준다.

특히 요즘은 임플란트 치료가 대세다. 어떤 치과에서는 임플란트 수술 전후 1주일 씩 2주간 금주령을 내린다. 수술 전 1주일 금주를 권하는 것은 잇몸 상태가 가장 좋을 때 식립(植粒)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란다. 이 또한 주당들에게는 괴로운 기간이다.

나이 들어가면 눈이 침침해진다. 의사들은 백내장 수술을 권한다. 통계에 의하면 의료보험에서 지급되는 보험금 지급 가운데 백내장 수술이 제일 많다고 한다.

백내장 수술시 의사들은 금연과 금주를 해야 한다고 지시한다. 모르긴 해도 이 지시를 위반하면서 술 담배를 하는 사람들은 드물 것 같다. 몸이 만 냥이면 눈은 9천 냥이라잖은가.

오랜 전 어느 독자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독자가 하는 말이 “술을 마실 줄 알면서 안 마시는 사람이 있는데 어떤 사람인지 아느냐는 것”이었다. 금방 대답을 못하자 그 독자는 자문자답을 하면서 사기꾼, 노름꾼, 오입쟁이라고 했다.

사기꾼이 술을 마시면 이 칼럼의 제목처럼 취중진담이 나와서 그렇고, 노름꾼은 정신이 흐려져서 돈을 잃기 때문이고, 오입쟁이는 술을 마시면 발기가 잘 안돼서 그렇다고 했다. 술김에 바람피웠다는 이야기와는 딴 판인데 의사들도 폭음 자에게 발기부전을 경고하고 나서는 것을 보면 신빙성이 있는 말 같다.

하지만 의사들의 금주령(?)은 대부분 일시적이다. 때문에 간헐적(間歇的)으로 금주를 하게 되는데 때론 이로울 때도 있다. 며칠 술을 먹지 않으면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다.

그러나 정부가 나라 사정에 의해 금주법(禁酒法)을 발동하여 금주령을 선포할 때는 술을 마시면 처벌을 받게 된다. 사회적인 문제도 있지만 술은 주로 식량을 재료로 만들다보니 흉년이 들면 술을 낭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음주 남용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제거하기 위해 1919년부터~1933년에 금주법이 시행되었다. 금주법으로 미국의 음주량은 눈에 띄게 줄었고, 1920년대 음주량은 이전 시기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음주로 인한 정신질환도 줄어들었고, 음주로 인한 사망이 30%에 달했다가 10%로 줄어들었다.

반면 금주법이 시행되는 동안 알카포네 같은 대표적인 조직폭력배들이 주류 밀거래, 무허가 술집 개업, 주류 사업 이익을 노린 폭력조직간의 살인사건 등의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아시아권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금주법은 대개 식량 보존, 절약 등의 이유로 시행되었다. 주로 식량이 부족해지는 기근이 들면 금주령을 시행했다.

조선 시대에도 기근이 들었을 때 식량 절약 차원에서 종종 금주령이 내려졌다. 영조 때는 “아예 조선 팔도에서 술 자체를 영원히 없애버리겠다!”고 했고, 술 먹다가 걸리면 신분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즉시 노비 신분으로 강등되었으며, 술을 빚었다가 걸리면 닥치고 사형이었다니 주당들은 얼마나 혹독한 시기를 보냈을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한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다행스러운 것은 코로나 예방 백신이 개발되어 각국에서는 백신주사 맞기 열풍이 불고 있다. K방역을 자화자찬 했던 우리나라는 뒤 늦게나마 백신확보전에 나서 정부는 “11월까지 인구의 70% 이상 백신접종을 마쳐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다행한 일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서도 주당들은 “주사 맞고 얼마 있다가 술 마실 수 있나요?” 주당들은 술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싫은 모양이다. 사람체질에 따라 다르다니까 알아서 마시세요.

<삶과술 발행인, tinews@naver.com>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