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의 가치 찾기

전통주의 가치 찾기

 

이대형 박사의 우리술 바로보기

 

우리에겐 전통주를 늘 접할 수 있는 문화 없어
특별한 날이면 고급 전통주도 사거나 마셔보자
막걸리 붐 일조한 언론도 지속적인 관심 가져야

 

 

최근 통계를 보면 막걸리 출고량이 전체 주류 출고량의 11.97%(9만210㎘)를 차지하고 있고, 같은 분기에 약주 출고량은 5800㎘로 전체 주류 출고량의 1%가 안 된다.(올해 1분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통주 전체가 10%를 넘지 못했지만, 막걸리 열풍으로 전통주 출고량은 10%를 넘어섰다. 하지만 막걸리시장이 커지면서 맥주나 소주 시장이 크게 줄어든 것이 아닌 약주시장이 많이 작아졌다는 게 전통주 전체로 봤을 때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전통주시장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막걸리시장이 커지면서 어느 정도 맥주․소주 시장을 잠식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대부분 전통주시장 중 기존에 있던 약주시장을 더 많이 잠식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기존 약주의 대표격인 업체들도 자신들의 주력상품인 약주보다 막걸리 판매량이 더 좋아지자, 주력상품을 막걸리로 교체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한 지인이 우스갯소리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 전통주는 마시지 않는 술이다.” 이유인 즉, 명절 때 술을 선물하는데 내 쪽에선 마시지 않고 선물을 주고, 반대로 받은 쪽에선 마시지 않고 장식장에 잘 전시만 한다는 것이다. 상당부분 공감이 가지만 많은 부분 씁쓸한 생각을 갖게끔 한다.

대부분의 전통주 판매는 명절 때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선물하기 위한 수단용이지 평소 마시기 위한 음주용은 아니다. 사람들이 마시지 않기 때문에 술 맛을 모르고, 술 맛을 모르기 때문에 전통주는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우리에겐 막걸리, 약주(청주), 증류식소주 등 다양한 술들이 있고, 그 종류 또한 매우 많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주들을 항상 마실 수 있는 문화는 그 어디에도 없는 듯 보인다. 나 역시 술자리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는 희석식소주를 찾게 되지 약주를 마시는 경우는 드물다. 이만큼 우리의 술은 시간이 가면서 자신의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가장 급한 것은 막걸리와 함께 약주, 증류식소주도 홍보가 돼서 이 기회에 맥주나 소주처럼 자신의 자리를 잡아야 한다. 현재 막걸리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주류는 사이클(cycle)이 있기 때문에 막걸리시장은 계속 잘 되진 않을 것이다. 물론, 이젠 일정부분 막걸리는 꾸준히 자신의 몫을 갖고 갈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커진 시장을 다시 소주나 맥주에 빼앗기지 않고 그 자리를 약주나 증류식소주가 차지해야 한다. 또 우리 전통주들이 더욱 더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와인이나 사케를 보면 아주 저렴한 가격부터 고가에 이르기까지 그 가격 폭이 매우 넓다. 우리 술도 대중적인 가격부터 고가의 전통주까지 그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 평소엔 대중적인 술을 마시다가도 특별한 날엔 좀 더 고급 전통주를 찾는 분위기가 생겨야 한다. 우리의 술 역시 명인(名人)이 만들고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술을 제값 주고 마실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의 전통술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곳도 더 많이 필요하다. 현재 인터넷상에서 전통주 판매가 가능하게 했지만 그 수요가 매우 미미하다. 전통주를 마셔봐야 그 가치를 알고 다시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주를 얘기하지만 사람들이 찾지 않고 마시지 않는다면 그것을 우리의 대표 술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각 지자체는 행사 시 일정부분 전통주를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해 자기 지역의 전통주를 다른 지역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특히 전통주 전문점 같은 곳을 만들어, 그곳에서 각 지역의 전통주들을 대부분 마셔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의 홍보다. 막걸리 붐이 일어난 데에는 언론도 한 몫 단단히 했다. 그렇다면 우리 전통주 역시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줘야 한다. 분위기를 이끌기만 하면 우리의 전통주들은 오랜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만큼 더욱 더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에겐 많은 술이 있고, 그러한 술을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가치 있는 술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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