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지처’로 자칫 알코올 중독자 될라

김원하의 취중진담

 

‘지부지처’로 자칫 알코올 중독자 될라

 

코로나19 팬데믹 감염자 ‘확진자’를 빗대어 ‘확찐자’가 유행어가 되었다. 활동성이 많았던 사람들이 재택근무로 집에만 있는 경우가 많아지자 몸무게가 몇 ㎏ 늘었다는 표현을 ‘확~쪄버렸다’는 말 대신 ‘확찐자’로 말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체중이 증가했다는 사람은 44%였다. 이 중 42.2%는 평균 2~4㎏ 늘었다고 답했다. 체중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일상생활 활동량 감소 때문’이 47.1%, ‘배달 음식 섭취가 늘었기 때문’이 16.6%였다.

이런 연유로 “나 ‘확찐자’야”라고 하면 ‘확진자’라는 줄 알고 손 사례 치며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요즘은 ‘확찐자’라고 하면 ‘미투’정도로 웃어넘기지만 한 때 ‘확진자’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코로나19가 델타형 변이에서 다시 오미크론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었다니 이제 10만 명대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오미크론은 엄청난 감염율에 비해 치명률은 1/3 정도로 줄어들었다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해야 할까. 그래서 불안한 마음을 다소나마 쓸어내릴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당들에게 새로운 풍속도가 생겼다. 바로 혼술·홈술이다.

그런데 이백 같은 주성(酒聖)급 경지에 들어가지 못한 주당들은 술잔이 오가는 수작(酬酌)문화에 젖어 있다가 혼술 즉, 독작(獨酌)문화로 분위가 바뀌니 여~엉 술맛이 나지 않는다는 하소연 자가 많은 모양이다.

 

“꽃 사이의 한 병 술을/ 혼자 마시는데 친구라곤 없네./ 잔 들어 밝은 달맞이하니/ 그림자 이루어 세 사람이 되었네./ 달은 본디 술 마실 줄을 모르고/ 그림자는 다만 내 몸을 따라다닐 뿐 이네./ 잠시나마 달과 그림자를 데리고/ 봄철에 마음껏 놀아 보세.…”

-이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중에서-

 

주류업계는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부터 혼술·홈술로 인해 주류 판매 부진으로 애를 먹다가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울종합주류도매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때문에 30∼40% 정도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여파로 외식·회식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술과 안주를 집에서 소비하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발표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내 주류 소비량은 식당·주점용과 가정용 비율이 6대4 정도였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역전됐고, 최근에는 가정용 비율이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사태 이전 음주 상대는 친구나 선후배, 직장 동료, 가족 등이었다.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한 잔이 두 잔 되고 한 병이 두 병 되는 것은 다반사였다. 그런데 최근 한 조사에서는 ‘혼술’이 29.2%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혼술족이 마시는 술은 주로 마트 등에서 구입하는데 마트에서 팔리는 술은 도매업과는 무관하다.

혼술·홈술을 하지 않던 주당들은 처음 집에서 술을 마시려면 분위기 탓으로 소주 한잔도 못마시겠다는 사람도 많다. 필자 역시 처음 집에서 술을 마셨을 때 소주 한잔도 마시기가 힘들었다.

그러다가 한두 번 혼술을 하다보면 권하는 사람 없이 ‘지부지처’하게 된다. ‘지부지처’라는

말이 무슨 사자성어(四字成語)는 아니다. 속된말로 “지가 부어서 지가 처먹는다”말로 해석하면 된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술을 권하는 사람도 없지만 제어 하는 사람도 없다. 음주운전 같은 것, 누가 술값 계산 할 것인가 눈치 보지 않아서 좋고, 서서 마시든 앉아서 마시든 TV보면서 누워서 마시든 팬티만 입고 술을 마시든 간섭하는 사람이 없어서 좋다. 이렇게 마실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은 혼자 살아야 되겠지만….

혼자서 술 마시면 무슨 청승인가 십지만 한두 번 혼술을 하다보면 재미가 붙게 된다. 바로 이때가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조언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우울해졌다는 사람들이 27.4%로 나타나고 있다. 조현장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은 “혼술·홈술은 잦은 음주를 부를 뿐 아니라 음주량을 통제하기 어렵다”면서 “자칫 알코올 의존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가 주는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생겨나고 있다. 지부지처하다가 알코올 중독자는 되지 말자.

삶과술 발행인 tinews@na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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