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회사법인(주)추연당 李 淑 대표
“여주 쌀로 우리 술을 빚으며 양조장을 운영하면서
노인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카페 ‘여유’
로컬 농산물을 활용하여 전통방식대로 수제디저트 만들어 판매”
“여주를 아십니까?”
“오이처럼 생긴 열매 말인가요?”
“아니 지명으로 여주를 아시냐고요”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여주’에 산다고 하면 “뭐? 여수?”라고 오해를 받을 만큼 여주시(驪州市)는 서울에서 1시간 정도의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학고 잘 안 알려진 지역이다.
하기야 여주군에서 여주시로 승격된 것이 2013년 9월 23일이니까 市승격이 채 10년이 안된 신생 市다. 현재 전국에서 가장 최근에 설치(승격)된 市이기도 하다.

서울의 동남쪽에 위치한 여주시는 크지 않은 면적이지만 남한강이 여주시의 정중앙을 관통하면서 동서로 갈라놓은데다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남북으로 뻗어 있고, 영동고속도로와 광주원주고속도로가 여주를 통과하고 있다. 판교에서 여주 역까지 경강선이 놓여 있어 교통인프라는 더 없이 좋지만 머무는 관광여건면에서는 미흡하다.
서울과 1시간 정도의 거리인 여주시엔 여타지역에 비해 골프장은 많지만 상수원보호지역이라 개발이 제한되어 공장지대가 적어 일자리 창출은 떨어진다. 그렇지만 여주에는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세종대왕릉을 품고 있고, 남한강 가에는 천년사찰 신륵사가 여주를 지켜주고 있다.
여주 시는 전형적인 도농복합도시다. 현재 여주시 인구는 12만 명이 채 안 된다. 여타 시도가 그렇듯이 여주시도 인구가 늘지 않고 감소세에 놓여 있다.
공장이 적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살기엔 그만큼 쾌적하다는 뜻도 된다. 물 좋은 땅에서 재배한 쌀은 과거 임금님에게 받칠 만큼 질이 좋다. 이러다 보니 먹고사는데 큰 지장이 없어 아귀다툼하지 않아도 넉넉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때문인가 여주 人들은 되바라지지 않는 순박함이 있다. 이 순박함이 좋아 서울 살림을 접고 여주 人이 돼버린 추연당(䣯緣堂) 이숙(李淑, 54)대표가 여주를 여유 있는 문화공간으로 바꾸는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

여주를 여유 있는 문화공간으로 가꾸는데 팔을 걷어붙인 이숙 대표
추연당 이숙 대표는 전통주업계에선 술을 참으로 열심히 잘 빚는 사람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술을 빚을 때만큼은 원칙을 고수하는 고집쟁이다.
이숙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여강’은 “나의 자부심이며 자존감입니다.”라고 할 만큼 술을 빚음에 있어 꽤 부리지 않고 술을 빚는다.
그런 자부심으로 술을 빚다보니 여주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추연당 이숙’이란 인물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열린 ‘2021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백년향’이 탁주부문 최우수상을 받게 되었고, 제12회 전통주와 전통음식의 만남「평화통일 기원 한국전통음식 요리경연대회」에서 이숙 대표는 대통령상인 종합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만약에 술인증마크를 미리 받아놨었다면 대상감이 충분했다는 심사위원들의 평을 받기도 했단다.
올해 들어서 슬로푸드문화원에서 개최하는 ‘참발효어워즈 2022’에서도 추연당의 ‘백년향’이 대상을 수상했다. 참발효어워즈는 국내 우수 발효식품을 발굴하고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슬로푸드문화원 참발효어워즈운영회가 주최하고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이 후원하는 국내 유일한 발효식품대회이다.
추연당이 수상한 상들은 따지고 보면 이숙 대표의 자부심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했던가. 이제 여주사회에서 추연당 이숙 대표는 나서지 않아도 그를 믿고 사업을 제의해오고 있는 기관들이 생겨날 정도가 되었다. 이숙 대표가 자문위원으로 있는 여주세종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여주 오곡으로 빚은 가양주 품평회’에도 여주시에서 큰 관심을 받으며 올해 2회째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이숙 대표는 “여주 人이 되어 여주를 더욱 아름답고 향기 나는 고장으로 만들기 위해 문화사업에 일조를 더 하겠다”고 했다.
문화사업의 번성이야 말로 지역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통음식 요리경연대회에서 이숙 대표 대통령상 수상
이번에 이숙 대표를 만난 것은 추연당의 술 빚는 이야기보다 그가 벌리고 있는 여주의 각종문화사업과 양조장을 접목시켜 문화사업과 양조장이 함께 발전해 나가는 사업이 궁금해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문화사업을 통해 추연당의 술들이 가치를 인정받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양조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벌리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이 ‘여주 오곡으로 빚은 가양주 품평회’다. 2021년 9월 여주세종문화재단과 함께 ‘여주 오곡으로 빚은 가양주 품평회’를 개최했는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품평회에 전국에서 195건이나 접수돼 1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품평회는 지난 해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청주와 탁주 2개 부문으로 ‘여주 오곡으로 빚는 가양주 품평회’ 참가자 신청 접수를 진행했는데 청주 부문 112건, 탁주 부문 83건 총 195건이 접수된 것이다.

이 정도면 그 동안 해온 기존의 여타 주류품평회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여주시라는 작은 시에서 개최된 품평회에 전국에서 참가자들이 모여든 것은 가양주에 대한 일반인의 열띤 관심도 커서이겠지만 이숙 대표의 열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숙 대표는 “여주세종문화재단 덕분에 첫 대회를 훌륭하게 치렀습니다. 저 혼자 서라면 어려웠겠죠. 앞으로 여주의 특산물과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체험 마을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고 하면서 “올해는 전통주를 비롯해 쌀, 고구마, 땅콩 같은 먹거리에 문화유적지, 트레킹 코스, 도자기 체험 등 머물며 체험할 수 있는 대회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래서 “여주에 가고 싶고, 여주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여러 가지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임금님처럼 디저트 대접받고 싶으세요, 여주 ‘여유’카페 가보세요
예쁜 소반에는 금가루 뿌려진 금귤정과, 호두강정, 도라지정과와 차 한 잔. 담겨진 그릇은 여주의 박재국 작가(흙내가마)와 여주의 유기공예 깁경수 작가의 작품이란다.

디저트는 배불리 먹기 위한 것이 아니다. 수제로 만든 디저트 소반을 받아 보니 모처럼만에 대접 닫는다는 느낌이다. 기자는 차려진 디저트상을 한참 쳐다보며 이 정도면 임금님이나 맛봤던 디저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맛도 예사 식당에선 맛보기 힘든 고유한 맛이다.
이 고급진 디저트 상을 받아 보려면 이숙 대표가 운영하는 여주시 소재 ‘여유’(여주시 삼밭골길 10. 070-8749-0871)를 찾으면 된다.

카페 ‘여유’는 지난 해 11월 11일 이숙 대표가 경기여주지역자활센터와 협업하여 경기도의지원으로 어르신 일자리를 위한 수제 디저트 카페로 문을 열었다.
‘여유’는 여주시 월송동 여주시산림조합 1층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오픈 당시에는 8명의 어른신들(60세 이상)이 근무하고 있었으나 요즘은 20여명의 어른 신들이 일한다. 일자리 창출의 성공사례가 되고 있다.
‘여유’에서는 아메리카노는 물론이고 카푸치노, 카페라떼, 고구마라떼 같은 커피를 맛볼 수 있는데 이숙 대표는 생강라떼를 강추한다. 생강라떼는 생강즙과 꿀, 배즙만 넣어 달여서 만든 생강청과 따뜻한 우유의 어울림이 일품이다.
또 토마토수제청과 쌀꽃요거트 등의 티와 같은 음료수는 물론이고, 수제육포, 팥죽, 각종 정과류와 월병 등도 구입이 가능하다. 모든 제품을 직접 만들어 디저트와 선물용으로 특별 포장한 레몬생강청, 토마토청, 월병, 도라지 조청 등도 눈길을 끈다. 모든 제품은 공장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이숙 대표의 지도로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수제품으로 다른 곳에서는 찾기 어려운 특별한 품목들이 마련돼 있다.
이곳 ‘여유’에서 일한다는 홍영자(81) 여사는 과거 여주군 2대 군수를 지낸 박용국 군수의 부인인데 카페에 나와 일한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단다. 홍 여사가 타주는 생강라떼가 일품이었다.
여유카페는 ‘여주 농산물을 활용해 다양한 먹거리를 만들어 지역농산물 소비 촉진과 노인일자리 만들기’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재를 하는 동안 손님들은 계속 밀려들었다. 지역농산물로 만든 제품 판매와 어르신을 ‘행복하게’하는 일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성공작이다.
전통주는 돈 안 돼도 매력 있는 사업
추연당 이숙 대표의 술 이야기는 삶과술 248호(2019. 11월)에 자세히 기술한 것처럼 이숙 대표는 직장생활을 할 때 수입 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남 보다 한 발 앞서가게 된다. 이 대표는 친환경적인 제품이 대세를 이룰 것이란 것을 예측하고 아토피성 피부질환에 도움이 되는 천연세제를 독점 수입하여 판매하던 유통사업자다. 지금은 동생이 이 업무를 대신한다.
당시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새로운 사업구상을 겸한 여행을 많이 했다고 한다. 유럽은 물론이고 일본은 거의 안 가 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젊었을 때 각국을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점들이 요즘 각종 문화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여행을 하다 보니 유통 사업대신 아름다운 우리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싶어 우리 고유의 전통전통주와 전통음식에 올인 하게 되었다.
그러나 전통주사업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깨 닳고 몇 번이나 접을 생각도 했다고 했다.
그러나 “전통주를 빚는 일은 돈이 안 돼도 남은 인생을 모두 바쳐도 그 무엇과도 비교 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사업입니다”며 “요즘은 코로나 여파로 전통주업계가 어려워 카페에서 벌어서 양조장 직원들 급여를 줄 정도지만 우리의 전통주는 더욱 발전해야 합니다. 우리의 자부심이기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술은 인생의 희로애락에 빠지지 않는다. 기쁘면 기뻐서 한잔, 슬프면 슬픔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신다. 그래서 술을 빚는 사람들은 고마운 사람들이다.
특히나 우리의 전통주에는 문화가 있고, 철학이 담겨 있다. 우리의 전통주를 마시다보면 시를 읊조리거나 노래가 나온다. 전통주의 특징이 여기에 있다.
“자네 집의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라는 조선 후기 문신 김성최의 시조도 좋고, 박목월의 <나그네>에서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이란 구절만 나와도 술생각이 난다.
양조장 이름이 추연당(䣯緣堂)인 것이 좋다. 문학적이다. 옥편을 뒤적이며 이숙 대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자를 찾아 지은 이름이란다. 맛있는 음료 ‘추(䣯)’자에 인연 ‘연(緣)’자. 이름하여 ‘맛있는 음료로 인연을 맺은 집’이라는 뜻이다. 어찌 보면 세상 모든 만남이 놀라운 인연이다. 이숙 대표가 이곳 여주 땅과 맺은 인연이 여주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으면 한다.
글· 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