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와 보고 듣는 것
한석수의 사주팔자
사람마다 기본적인 성향과 머리가 조금씩 다르게 태어난다. 그런데 같은 머리라 해도 그 사람이 어떠한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발달하는 영역은 판이하게 다르다.
어떤 아이는 듣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아이들은 들은 것을 잘 전달을 하는 부류로, 말 배우는 것이 빠르고 어릴 때 깜찍할 정도로 말을 잘한다. 심지어 애늙은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누가 이야기하면 그대로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보니 언어능력이 탁월한 경우가 많다. 당연히 외국어도 잘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에겐 듣는 교육이 잘 맞는데, 현재 우리나라 교육 실정에 가장 적합하고 잘 적응하는 부류다. 특히, 학원과 과외를 통해 배운 것을 그대로 옮기는 능력이 좋아 내신점수가 잘 나오고 대학 진학도 잘 된다.
반면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부류는 학원 수업을 듣거나 과외를 받아도 집중이 잘 안 된다. 본인 스스로 다시 읽고 본 것이 머리에 잘 남는 등 혼자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보다 혼자 개인행동을 잘 한다. 학교생활에서도 엉뚱한 일을 벌이길 잘하고 말썽도 잘 일으킨다. 이처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책을 옆에 끼고 다니면서 읽고 또 읽어 독서량이 많고, 융통성도 상당히 뛰어나 사회에 나와서는 깊이 있는 학문이나 연구를 잘한다. 이러한 사람들에 의해서 사회가 한 단계씩 성숙해 나가는 것이다.
듣길 좋아하는 부류는 듣고 말하길 좋아하다보니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과 잘 어울리고 단체생활도 무난히 잘해 나간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아이들이 대우를 훨씬 많이 받으니 교육도 그쪽으로 치우쳐 가는 것 같다. 그러나 외국의 교육을 보면, 물론 사회적인 현상이 다르겠지만 우리와는 반대의 교육이 훨씬 우대받는 경우가 많다.
공부하는 장소도 차이가 있다. 학교 수업을 받을 때 어떤 아이는 밝은 빛이 들어오는 창가 쪽에 앉아야 공부가 잘 된다. 또 다른 아이는 창가에선 집중과 안정이 잘 안 되고 어수선해 안쪽에서 수업을 들어야만 머리에 잘 들어온다. 뿐만 아니라 앞에서 수업받길 좋아하는 아이가 있고 적당히 뒤로 가야 하는 아이도 있다.
이처럼 학생에겐 공부하는 장소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능력으로 어떻게 공부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다시 말해 듣길 잘하는 아이에겐 한 번이라도 더 듣도록 기회를 많이 줘야하지만, 그렇지 않고 혼자 책 보는 걸 좋아하는 아이에겐 수업을 많이 듣게 하는 것보다 적당한 장소와 책 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더 중요하다.
또 듣길 잘하는 아이는 있는 그대로를 잘 받아들이고 똑같이 따라한다. 비슷하게 따라하다 보니 모방의 귀재들이다. 작가를 한다고 치면 본인 스스로 창작하는 것보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히트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각색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반복학습을 잘하기 때문에 같은 강의를 계속 듣고 같은 영화라 해도 반복해서 보는 것을 좋아하니 언어 습득 능력이 뛰어난 것이다.
그에 비해 눈을 주로 쓰는 아이는 뭐든지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맞다는 인식이 돼야만 받아들인다. 그러니 같은 것을 읽더라도 세밀히 분석하고 비판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이다.
사람은 이처럼 기본적인 성향을 갖고 있지만, 성장하는 동안 계속 한 가지 성향만 갖는 건 아니다. 경우에 따라 듣는 걸 좋아하다가도 어느 순간이 되면 눈으로 보는 걸 더 좋아할 때가 있다. 때론 둘 다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건 중고등학교 시절에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향후 어느 계통으로 나아갈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문과(文科)라든지 이과(理科) 성향이 갖는 의미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각자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학원 강의를 듣고 과외를 한다고 다 잘 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개인에 따라 좋아하는 장소에서 자신만의 방법대로 열심히 하는 것이 당장은 효과가 떨어질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더 나은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