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을 넘어 대전환은 필연이다
임재철 칼럼니스트
인류는 지금 21세기를 걷고 있다. 코로나 일부로 꼬박 두 해를 걸으면서 이런저런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건대 개인의 생활에서나 사회적으로 인류 전체가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문명사적으로는 전환기라는 지적이다.
우리도 역사의 변곡점에 서있다. 우리에게 열린 새해 역시 삶은 결코 편안하지 않다. 말하자면 난제가 산적해 있다. 코로나 극복의 실무적 과제, 인류 공동체 의식의 거시적인 방향, 기후위기의 인식에 기초한 지구환경 보호, 민주 정치의 순기능회복, 상생의 경제 구조 모색 등 변곡점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달라져야 한다. 전환되고. 변하는 것을 거부하면 패자의 자리를 예약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쳐올 줄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 것이며 알았다 한들 달리 어떻게 했겠는가. 바이러스는 우리 속에 항상 존재하는 일종의 변수라 하겠다. 따라서 언제든 이런 날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19, 언젠가 사라지거나 또는 약해지겠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앞으로 필자의 주변과 늘 함께 했던 여행업 같은 것을 해보겠다고 나서는 이가 있을까? 그러니까 외부 환경 변화에 너무 민감하고 여차하면 밥 굶게 생긴 업종이니 말이다. 항공사야 물류를 대처해서 그런대로 생존한다 해도 여행업은 오랫동안 신규 등록이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70여 연간 비약적인 경제 성장과 국력·국격의 획기적인 도약으로 우리가 이룩한 성취는 쾌거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며 밖에서도 이런 평가에 전혀 인색하지 않다. 반면 자신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며, 그러한 개인주의적 성향과 국가 만능주의의 유혹에 빠지면서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시장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는 역기능이 반복되면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위기와 위협이 상존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세계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위기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어느 나라도 국가·기업·개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동안 지구 온도는 1도 정도를 오르내리는 선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분석으로, 덕분에 인류는 살아남아 번영을 구가했고 전 세계 인구는 70억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각종 이상 기후는 100년 넘게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대량의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사용해 오면서 엄청나게 많은 온실가스를 대기권에 주입한 결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전 세계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배출권 거래제, 탄소세 등으로 화석연료 사용에 패널티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은 2021년 7월에 2026년부터 철강 등 일부 품목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고, 미국 의회도 2024년부터 수입품에 탄소국경세를 적용하는 법안을 상정해 놓았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나라에서 점점 더 많은 제품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조치는 기후 변화가 가져올 심각한 문제가 인류 생존과 직결되었기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멸종의 위기에서 벗어나면서도 세계 경제가 유지될 수 있는 방법은 탄소에너지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 유일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전 세계적 흐름에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으며 국가와 기업 차원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에 지금 당장 국가, 기업이 탄소 중심의 경제 체제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등 저탄소 경제 체제로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단언하고 이미 기후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국가와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세계 질서가 요동을 치고, 새로운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무리가 곳곳에 꿈틀거린다. 자칫 자리를 잘못 잡았다가는 국가의 명운이 일순간에 추락할 수 있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 대전환의 시기에 어떤 포지션에 위치해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공감대와 타협이 중요해지는 시점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계속 표류하고 있는 정치도 큰 선거를 통한 변화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앞으로 5년은 우리에게 실로 중요한 시간이다. 미래의 생존과 관련 계속 추락할 것인가, 아니면 대전환의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로 관심의 초점이 모인다.
당장 시급한 것은 국가 중심축의 거대한 전환이다. 국가가 주도하고, 민간은 속절없이 구속당하는 낡은 방식으로는 추가 성장 동력이 절대 생겨나지 않는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정치 포퓰리즘이 퇴출당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큰 선거가 임박했지만 국민들은 우리 정치가 더 나아지기보다 현상 유지라도 해주기를 바랄 정도로 이번 대선의 기대치가 역대 최저다. 통치 철학과 국가 비전은 실종되고 퍼주기식의 선심성 포퓰리즘 경쟁만 만발한다. 시대적 소명을 모르고 전쟁을 부추기는 발언 등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행태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축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고, 우리가 처한 대내외 환경이 이를 재촉하고 있다. 또한 지금의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우물쭈물하다 가는 코를 베일 수도 있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정치와 경제가 국가 안보의 핵심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우리가 실제로 세계 어디를 가보더라도 우리보다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다. 해외 각국의 뒷골목 여행을 많이 했던 필자로서는 더 실감하는 대목이다. 미국이나 유럽, 심지어 중국 일본 등 이들의 삶의 수준이 결코 우리보다 낫지 않다. 돈만 있으면 정말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한국이라는 시쳇말이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번 대선에서라도 정치경제 비전문가는 걷어내고 봉쇄해야 한다. 우선 대전환의 시대의 위상에 맞게 획기적인 시스템 정비와 개선을 통한 정·경의 유연성 제고를 미룰 수 없다. 혁신이나 활력이 획기적으로 살아나지 않고 전환되지 않으면 다음 정부도 실패의 길을 걸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의 양극화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당장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해내지 못하면 선진국의 문턱에 오르자마자 낙마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낯설게 들리지 않는다. 문제는 추가로 생겨날 수 있는 성장 동력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있는 자리를 놓고 밥그릇 싸움이 치열해지기 마련이다. 결국 세대 갈등과 젠더 이슈로 연결된다. 향후 새 정부는 경제의 패러다임, 즉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오늘날 한국을 한국답게, 그리고 선진국의 수준까지 끌어올린 숨은 공신은 기업이고, 그 배경에는 위기에 굴복하지 않고 줄기차게 앞을 보고 달려가는 기업가 정신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해외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 기업을 보면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이 아직도 가동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또한 성장 동력의 대전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주역도 바로 기업이고 기업가다. 그리고 성장 엔진이 재점화 되려면 청년들이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신바람이 나야 한다. 그들이 활개를 펴고,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수 있는 판을 짜야 한다. 지속 가능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이보다 우선순위에 있는 어젠다는 없다.
결국 굴곡의 변곡점에서 대전환은 필연이다. 정치 논리가 아니다. 한국 정치경제의 미래다. 지구와 인류, 국가·기업·개인의 생존 전략을 위한 로드맵이다. 이는 또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가 던져준 생경한 교훈이다.
우리를 둘러싼 이러한 대전환의 변화와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떤 새로운 기회가 눈앞에서 기다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