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이 밤술로 이어진다’…肝은 어쩌라고

‘낮술이 밤술로 이어진다’…肝은 어쩌라고

 

 

낮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식당이 크든 작든 점심 식사자리에서 소주나 맥주병이 즐비할 정도로 낮술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한다. 반주(飯酒)라는 미명아래 낮술을 즐기다 보면 밤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후 일과는 내 팽개치고 부어라 마셔라 술을 마시다 보면 일을 못해 경제적 손실도 크지만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 의료계의 진단이다.

낮술을 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근무형태가 자유스러운 영업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인데 낮술이 잦으면 자신도 모르게 간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진다.

특히 주류업계의 영업직은 낮술은 기본으로 돼 있다. 때문에 주류업계 영업직 출신들은 수명이 짧다는 우수게소리도 전해지고 있다. 왜냐하면 업계특성상 점심시간에 손님 접대하면서 낮술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저녁에도 고객을 접대하다보면 그야말로 간은 쉴 틈이 없기 때문이란다. 주야장천(晝夜長川) 술을 마실 수 있어서 좋겠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옛말에 술 이기는 장사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런 영업직이야 직업상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일반 직장인들도 낮술을 즐긴다. 한두 잔의 반주는 일시적으로 힘을 쓰게 한다. 농업에 기계화가 도입되기 전 농부들은 농사지으며 논두렁 밭두렁에서 새참으로 농주를 즐겨 마셨다. 힘든 일도 잊을 수 있고, 빠진 힘을 솟게 만들기 때문에 힘든 일을 하는 작업인부들이 새참이나 점심에 술 한 잔을 걸쳤다.

그런데 몸으로 힘쓸 일도 없는 직장인들이 낮술을 즐기는 것은 고쳐져야 할 일 아닌가 여겨진다. 낮술이 근년에 새삼스럽게 생겨난 것은 아니다. 1999년 6월12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국무위원간담회 스케치 ‘낮술 못 먹게 해야 하나’ 기사를 보자.

<11일 정부세종로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서는 공직자기강쇄신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강기원 여성특위위원장이 ‘공직자 낮술 금지조항’을 넣자고 제안했는데 이에 대해 金鍾泌 국무총리가 “말썽 부리는 사람은(낮술금지)조항을 만들어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논란을 매듭지었다.>는 것이다. 공직자들이 낮술을 즐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 가지인 모양이다.

술이 세다는 사람일지라도 낮술을 마시면 저녁에 마실 때보다 빨리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때문에 술꾼들은 낮술 하는 것을 두고 ‘도깨빗국을 마신다’고 하기도 하고, ‘낮술에 취하면 부모도 몰라본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어느 정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한다.

우리 몸의 장기는 낮에 감수성이 고조되는 데 비해 밤에는 뇌의 감수성이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아침이나 낮에 마시는 술은 저녁에 마시는 술보다 빨리 신체에 영향을 주고 취하게 만든다. 보통 건강한 사람이 같은 양의 술을 마신다고 할 때 낮술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빨리 증가시키는 반면 저녁술은 서서히 증가 시킨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가 마신 술은 간에서 95% 호흡으로 2% 소변 2% 땀 1%로 배설된다. 술을 자주하면 간은 알코올을 배설시키기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낮술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듯싶다. 최근 중국 인민일보가 보도한 내용에 의하면 허난 성(河南省) 정저우(鄭州)시가 지난해 예산을 아끼려고 공무원에게 낮술 금지령을 내렸을 정도다라면서 모든 중국 관리들이 낮술을 안마시면 해마다 예산 1000억 위안(약 16조원)을 아낀다는 분석 보도를 한 바 있다. 우리도 이와 같은 통계를 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탈무드에 ‘사흘에 한 번 마시는 술은 금이요, 밤술은 은’이라했다. 그러나 낮술은 독(毒)과 같다고 했다. 옛 사람들도 낮술의 해악을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도 낮술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주신(酒神)의 심술인지도 모른다. 낮술이 밤술로 이어지는 날이 잦으면 우리의 간은 녹초가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6~2010년) ‘알코올성 간질환’ 진료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년 진료인원은 모두 15만723명이라고 밝혔다. 특히 남성은 여성의 6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술은 마시돼 적당히 마실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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