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방정

김원하의 데스크 칼럼

 

입이 방정

 

어린 시절 졸업식장에서 자주 듣던 말이지만 사뭇 생소했던 말이 있다. “위 학생은 품행이 방정하고 성적이 우수하여 이 상장을 줌” 여기에서 ‘방정하고’의 뜻을 몰라 ‘방정맞다’의 뜻으로 연상하며 킥킥거리기도 했던 낱말이다. 그리고 ‘어른 앞에서 웬 오두방정이냐!’고 꾸지람을 들은 적도 있다.

이렇듯 한 단어를 가지고 정 반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흔치 않을 듯싶다.

우선 ‘방정하다’는 한자어로서 ‘방정(方正)하다’로 표기하는데 ‘언어나 행실이 바르고 점잖다. 모양이 네모지고 반듯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방정맞다’는 말에서 ‘방정’은 ‘찬찬하지 못하고 몹시 경망스럽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나타내는 말이다. 방정에 ‘맞다’라는 말이 붙으면 정반대의 뜻인 ‘방정하지 못하다’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사람 사는 사회에서 입이 방정을 떨어 손해 보는 경우도 있고, 창피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조금만 참으면 될 것을 그 것을 참자 못하고 입방정을 떨어 구설수에 오른 최강욱 의원은 어떤 마음일까.

보도에 의하면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은 6월 20일 성희롱 발언을 하고 ‘짤짤이 해명’으로 논란을 일으킨 최강욱 의원에게 ‘당원 자격 정지 6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다. 지난 4월 28일 최 의원의 성희롱 사건 발생 53일 만에 민주당이 짤짤이 해명은 거짓말이었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소명 절차를 위해 회의에 출석한 최 의원은 또 다시 성희롱 의혹을 부인했다.

최 의원은 지난 4월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보좌진들과 온라인 회의를 하면서 화면을 켜지 않은 동료 의원에게 “○○○치러 갔느냐”는 성희롱 발언을 한 의혹을 받았다. 회의에 참석한 여성 보좌진들이 당에 신고해 사건이 알려지자 최 의원의 보좌진은 언론을 통해 “‘ㄸㄸ이’가 아니라 ‘짤짤이’였다”고 해명해 논란은 더 커졌다. 최 의원은 뒤늦게 사과문을 냈지만 성희롱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짤짤이’는 어린 시절 손안에 있는 동전의 개수를 맞히는 놀이다. 혼자 노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남녀 불문)이 하는 놀이다.

촤강욱 의원의 말실수가 여론의 지탄을 받게 된 원인은 사과를 제 때 진실 되게 하지 못한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신이 아닌 이상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최 의원이 여성 보좌진들이 있는 앞에서 말실수를 했을 경우 바로 사과했다면 일이 커져 ‘당원 자격 정지 6개월’ 징계 처분이란 중징계를 받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변호사는 “사과를 하려거든 진정성 있게 하고, 그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란 사과를 하는 사람이 피해자 또는 대중들에게 진심으로 연결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최고의 자리에 오른 많은 사람들이 자만심에 빠져 그렇게 하질 못하곤 한다. 사과하고 반성할 때는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

단순히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다.

사람들은 선하고 자신의 실수를 뉘우치는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생길 때마다 습관적으로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발하면서 그저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사람은 늘 손가락질을 받게 되어 있다.

사람들이 흔하게 저지르는 3가지 유형의 잘못된 사과가 있다.

첫 번째는 사과 말미에 “그러나”, “하지만” 등의 부정적 내용을 이어주는 접속부사를 집어넣는 것이다. “미안해, 하지만 … ” 이란 말이 그 대표적인 예다.

둘째로 절대 ‘조건부 사과’를 하지 마라. “만약 그랬다면, 사과할게”, “기분이 상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등의 표현을 사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세 번째로 ‘수동태형 사과’를 사용하지 마라. “실수가 있었습니다”라는 수동태적 표현은 진심어린 사과가 아니다.

‘실수는 있었지만, 자신이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를 넌지시 내포한 책임회피형의 비겁한 사과다.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말 한 마디가 그 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란 직책은 곡갱이들고 중노동하는 직책이 아니라 말로서 나라정책을 세우는 직책이다. 입이 방정맞지 않게 하려면 차라리 ‘묵언’수행이라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교통정보신문․삶과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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