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독안의 쌀, 누룩, 물 모두를 조화롭게 빚은 전통주 ‘頭頭物物’

거문고 소리 들으며 약주 한잔 어떻세요.

술을 빚는 집, 수블가 車榮台 대표

 

술독안의 쌀, 누룩, 물 모두를 조화롭게 빚은 전통주 ‘頭頭物物’

‘두두물물은 과학이다’… 창업 1년 만에 우리술축제에서 대상 받아

 

 

‘두두물물’이란 술이름은 ‘두두시도 물물전진(頭頭是道 物物全眞)’에서 따온 말로 즉, 사물 하나하나에도 전부 도가 있고 진리가 있듯이 독 안의 모든 미생물, 효소, 효모에도 모두 도가 있어 잘 조화되길 바란다는 뜻.

모 침대업체가 32년 전인 1993년부터 사용한 광고 카피가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다’였다. 처음 이 카피를 접했을 때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았다. “침대가 과학이라니…?”

훗날 이 카피가 노리고 있는 점을 알아차렸을 때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이 카피는 카피라이터들에게 종종 회자되는 카피였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터 잡고 전통주 ‘두두물물’을 빚고 있는 ‘(주)수블가’의 車榮台(64)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침대는…’라는 카피가 갑자기 떠오르면서 이를 패러디하고 싶었다. ‘두두물물은 과학이다’

가끔 주류박람회장에서 ‘두두물물’부스를 만났다. 궁금했다. “저 술 이름이 도대체 무었을 뜻하는 건가.”

그래서 수블가를 방문하고 처음으로 차 대표에게 불어본 말이 상호의 뜻과 술이름이었다.

차 대표는 “수블”은 술의 고어로서 고려 시대 손목(孫穆)의 계림유사(鷄林類事)에서 술을 ‘수블’이라 했는데 이는 물(水)과 불(火)을 뜻하는 글자를 합한 것이다. 따라서 ‘수블가’는 술 빚는 집이란 뜻이라고 했다.

그리고 ‘두두물물’이란 술이름은 ‘두두시도 물물전진(頭頭是道 物物全眞)’에서 따온 말로 즉, 사물 하나하나에도 전부 도가 있고 진리가 있듯이 독 안의 모든 미생물, 효소, 효모에도 모두 도가 있어 잘 조화되길 바란다는 뜻이란다.

차 대표로부터 설명을 듣고 나니 그 제서야 상호와 술이름이 갖고 있는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문을 모르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호와 주명이었다. 혹 차대표는 중국어나 철학 같은 공부를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내친김에 전공이 무었이냐고 물었다. 대답은 엉뚱했다. 이런 스펙을 가진 사람이 전통주를 빚다니….

술을 빚는 집, 수블가 車榮台 대표

둘째가라면 서러울 학력과 경력의 소유자

기자는 20여 년 동안 전국의 유명한 양조장을 찾아 탐방 기사를 써왔다. 개중에는 별별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저런 사유 때문에 양조업계에 발을 들여 놓고 술을 빚고 있다. 법을 전공한 사람도 유학을 다녀온 사람도 이민을 갔다가 와인 빚는 것을 배워서 역이민을 와서 와이너리를 하는 사람 등 숱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車 대표 역시 학력과 스펙이 속된말로 짱짱하다. 차 대표는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부친이 파주 월롱에서 ‘파주탁주’를 운영했다고 한다. 당시 시골에서 양조장을 운영하거나 방앗간을 운영했다는 것은 부잣집으로 통했다.

그래서 서울로 유학(?)을 갈수 있었고, 대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미국 펜실바니아주립대학원에서 전기․전자공학 박사를 받았다.

수블가는 기본에 충실하게 술을 빚고 있습니다. 쌀을 300번이나 씻어서 술을 빚습니다.

이후귀국해서▴삼성종합기술원(디지털통신랩,수석연구원)▴시큐아이닷컴(정보보호연구소장)▴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지식정보보안 PD)▴고려대(융합소프트웨어 전문대학원 중점교수)▴인터넷진흥원(정보보호 R&D 기술공유센터장) 등에서 근무하면서 관련된 논문도 상당수 발표했다고 한다.

이런 쟁쟁한 경력자이면서도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50대 초반에 직장을 그만두게 된 차 대표는 홀가분한 기분에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게 된다.

정신이 버쩍 들만큼 신비한 전통주 맛에 빠지다

차 대표는 “IT업계는 경쟁도 심하고 업무도 빡세서 편하게 숨 쉴 여유도 없는 세계입니다. 사람 사는 맛이 없어요, 그레서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소맥으로 술을 마셨다고 한다. 누구로부터 구속됨이 없으니 술을 마시니 얼마나 편하고 술맛이 좋았는지 몰랐다고 했다.

“몇 개월 그렇게 소맥만 퍼마시고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한 친구가 우리도 폼 나게 마셔보자며 와인을 마시자고 해서 와인을 마셨습니다. 한 9개월 정도 와인만 마시니 그 또한 금방 질려서 못 마시겠더라고요”

그러다가 차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전통주를 접하게 된다. 소맥과 와인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술맛에 놀랐다고 했다. 처음으로 전통주를 접했을 때 정신이 버쩍들만큼 신비한 전통주 맛에 빠지게 되었다.

맛있는 전통주 찾아 삼만리의 길을 떠나다

차 대표는 그 때부터 전통주에 관심을 갖고 접근했다. 나도 이런 술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은 했지만 어디서 배워서 할지 몰랐다.

그 때부터 맛있는 ‘전통주 찾아 삼만리’의 길을 떠난다. 맛좋다는 전통주가 있다면 천리길마다 않고 찾아 나섰다.

서늘한 바람이 불면 술이 댕긴다. 굴 맛이 참좋은 계절이다. 굴이랑 해삼을 안주 삼아 두두물물 한잔이면 세상만사 모두가 내 것 아닌가.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막걸리를 비롯해서 약주술, 그리고 증류주 등을 구해서 마셔봤다.” 그러다가 문뜩 “나도 전통주를 빚어서 먹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전통주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라 인터넷을 뒤져서 전통주를 어디서 가르치는지 알아봤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술빚는 방법을 공부하다가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한 2년 정도 술공부를 했다.

“박 소장님 교육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원칙을 반드시 지키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양조장에서는 술 빚는 기본을 반드시 지키고 있습니다.”고 차 대표는 말했다.

우리의 전통주는 쌀(다른 곡식도 가능), 누룩, 물만 있으면 술을 빚어서 먹을 수 있다. 그게 우리의 술이다.

두두물물의 주병들과 각종 상패.

심사평가단들은 대통령상을 받아도 손색없지만

일반적으로 양조장을 차리고 술을 빚기 시작 해서 몇 년은 지나야 술맛을 인정받아 대회에서 상도 받곤 한다.

그런데 ‘수블가’는 달랐다. 2022년 1월에 법인을 설립하고 각종 면허를 획득하고 같은 해 9월 탁․약주를 시판하기 시작했는데 1년여만인 2023년 우리술품평회에서 약주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후 2024년과 2025년 2월에는 참발효어워즈에서 연거푸 대상을 받아 양조업계를 놀라게 했다.

국내 양조업계 역사상 신생기업이 대상을 받은 것은 수블가가 처음이다. 금년에도 지난 8월 우리술품평회에서 우수상을 경기주류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으로 “우리 술이 최고다”는 것과 달리 객관적이고 공평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수블가는 호산춘(壺山春)제조 방법대로 범벅을 사용하여 술을 빚는다. 쌀을 300번 씻어서 술을 빚고 100일 이상 숙성한다.

300번 쌀을 씻어 술을 빚는다

역사가 미천한 양조장이 권위 있는 상을 받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차 대표는 기본에 충실하게 술을 빚은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수블가는 ‘고(古)대로 우리(現)대로’(Old ways, Our tastes)를 모토로 술을 빚는다. 옛 방식을 지키되 현 시대에 맞게 한 번 더 복각(復刻)하여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명주를 빚는다고 한다.

많은 양조장들이 옛 방식대로 전통주를 빚는다고 하지만 많은 시간 술을 빚다보면 원형에서는 거리가 먼 술이 생산될 수 있는데 수블가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고증으로 복각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수블가는 어떻게 술을 빚고 있을까. 차 대표는 여러 고증을 통해서 찾아낸 술이 호산춘(壺山春)이라고 했다. 그래서 수블가가 빚는 술은 맛과 향이 가장 좋은 호산춘 제조 방법대로 범벅을 사용하여 술을 빚어 100일 이상 숙성한다.

거문고 소리 들으며 약주 한잔 어떻세요.

전통주 빚기에 가장 공을 들여야 할 것은 쌀을 씻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문헌에는 보통 쌀을 백세(100번 씻는다)하라고 되어 있는데 수블가에서는 문헌의 3배인 쌀을 300번 씻어 술을 빚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 많은 쌀을 모두 손으로 씻었단다. 너무 힘들어서 요즘은 반 자동화된 회전통을 이용하여 쌀을 씻는다.

쌀을 300번 씻으면 허연 뜨물은 나오지 않고 맑은물이 나온다. 그러면 쌀을 3백번이나 씻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는 효모발효에 방해가 되는 단백질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전통주는 쌀을 씻는 것 외에 침지(浸漬:쌀을 불리는 것), 대냉(고두밥을 식히는 것), 혼화 등이 중시되고 있고 어떤 용기에서 발효하고 숙성시키는가가 중요하다.

술은 술담그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 좌우 된다. ​일반적으로 같은 장소, 같은 재료를 가지고 술을 담가도 사람에 따라 술맛이 달라진다.

대냉 과정에서 고두밥을 식힐 때 어떤 이는 선풍기를 틀어서 식히는 사람도 있고, 자연적으로 식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는데 자연적으로 식기를 기다렸다가 술을 담그면 술맛이 더 좋아진다. 술 빚는 비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기본을 지키는 것이 술 만드는 비법이라고 차 대표는 말한다.

항아리 속에는 이양주로 담근 술이 발효 중이다.

전통주 제조에 과학이 들어오다

수블가는 이양주(二釀酒)로 술을 빚는데 보통은 전기나 스팀형태의 보온기를 사용하는데 술독을 담요로 보쌈을 하는 것이 특이하다. 보쌈을 하는 이유에 대해 차 대표는 술덧의 온도를 높였다가 급랭을 하는데 요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블가도 일반양조장처럼 이상적인 발효 환경조성으로 발효실, 숙성실, 냉장실을 두고 있다. 그런데 술을 배워서 술을 빚다보니 일반적으로 술독의 전주기 온도 관리가 부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 대표는 IT전문가답게 저장 장치가 있는 블루투스 온도계를 사용하여 발효과정에서 과학적인 측정 방법으로 알코올 도수, 당도, 산도를 측정하고 있다.

전통주 제조방법에 과학이 접목되다니 술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차 대표의 설명이다.

차대표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많은 사람이 즐기는 명주”를 개발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했다. 현재 약/청주에 주로 집중하여 4가지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두두물물 약주가 가장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술이어서 앞으로 술 빚는 방법, 도구 및 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맛의 유지 발전하고, 현대 기술 적용을 하여 ‘K-술’로 발전 시켜나가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발효가 끝난 술은 100일 이상 숙성시켜 출하한다.

현재 수블가에서 생산판매하고 있는 주력주품은 ▴우리술품평회 2023에서 대상을 수상한 두두물물 약주:375ml/15도(생 약주)▴참발효어워즈 2024에서 대상 받은 두두물물 탁주: 375ml/12도(생 탁주)▴참발효어워즈 2025 대상을 수상한 온새미로 375ml/17도▴호불호가 갈리는 시다셔. 375ml/15도가 있다.

두두물물은 인터넷 주문이 가능하다.

농후한 과일과 꽃향이 특징인 두두물물은 안주로는 갈비찜·수비드 통삼겹과 잘 어울린다고 하니 낙엽 지는 가을날 두두물물 한잔하면서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나눔이 어떨까.

글․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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