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 신화 이야기(32)

南台祐 교수의 특별기고

 

술의 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 신화 이야기(32)

 

 

작은 개자리(α)별 프로키온(Procyon) 전설

 

남태우 교수

고대 그리스, 암픽티온(Amphiktyon)이라는 왕이 아테네를 다스리던 때이다. 별자리 목동자리(Boötes)에 나오는 이카리우스(Icarius)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게 포도주 만드는 법을 전수받은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리스 올림포스 12신중의 하나인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인간으로 변해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테네 인근의 할리모우스(Halimous)라는 마을을 들렀을 때의 일이다. 과일농장 주인인 이카리우스의 집에서 유숙하면서 그에게 포도나무를 선물하고 포도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카리우스는 에리고네(Erigone)라는 어여쁜 딸과 마이라(Maera)라는 강아지를 키우고 소탈하게 사는 심성이 착한 사람으로 나그네인 디오니소스를 주신인지도 모른 체 잘 대해줬다. 디오니소스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그에게 포도나무를 선물하고 포도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렇게 해서 신들이 마시던 포도주가 사람에게 전해 졌다. 이카리우스는 이 포도주를 만들고 이웃에게 선물을 하는 등 욕심 없이 지내며, 그리스의 왕 암픽티온(Amphiktyon)를 찾아가 포도주를 바쳤다. 왕은 처음 먹어본 포도주가 마음에 들었고 그에게 많은 상금을 하사 했다.

 

그런데 이 소문이 퍼졌고 이카리우스의 재물이 탐이 난 이웃 농부들은 그가 돌아오는 길을 기다렸다 살해 하고는 숲에 버려둔 체 재물을 가지고 달아났다. 딸인 에리고네는 며칠이 지나도록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지 않아 애만 태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강아지 마이라가 숲에서 죽은 주인의 시체를 찾아내고, 에리고네를 죽은 아버지에게로 안내했다. 딸은 충격을 받고 슬픔에 겨워 하다가 그 자리에서 목을 매달아 죽고 말았고, 주인을 잃게 된 마이라는 에리고네와 주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다가 결국 굶어 죽었다.

 

올림포스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신들은 강아지 마이라의 충성에 감명받아 이 강아지를 하늘에 올려 작은 개자리(알파(α)별 ‘프로키온(Procyon)’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마이라가 외롭지 않게 에리고네도 하늘에 올려 ‘처녀자리(Virgo)’로 만들고, 에리고네의 아버지 이카리우스는 ‘목동자리(Bootes)’로 만들었다.

한편 이카리우스 가족을 죽음으로 몰았던 이웃들은 할리모우스를 도망치듯 떠나 인근 케오스섬으로 옮겨가 살았는데, 하늘에 오른 마이라는 여름 중에서도 가장 무더운 날을 관장하는 별자리여서 케오스섬을 불바다처럼 뜨겁게 만들었다. 섬의 주민들은 계속 되는 무더위로 고통스러워 지자 신탁을 빌었고, 신탁 결과 이카리우스를 죽인 농부들을 죽여야 한다라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그들은 죽었고 제우스는 북서계절풍을 40일간의 선물함으로써 케오스섬 만은 여름의 열기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지중해의 여름날 가장 무더운 날을 ‘헤메라이 퀴나데스(hemerai kynades, 그리스어로 개의 날)’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지금도 지중해 사람들은 유난히 무더운 날을 ‘dog days’라고 부른다.

 

동양에서는 전한 무제(武帝) 때 태사공(太史公) 사마천(史馬遷. BC.145?~BC86?)이 쓴 <사기(史記)>에서 진(秦)나라 통사를 기록한 <진본기(秦本紀)> 중 덕공(德公) 2년 조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온다. “처음으로 복날(伏日)을 만드니 개로써 고(蠱)를 제어했다(初伏, 以狗禦蠱)”. 이 기록에 대해 후대 주석가들은 이런 식으로 설명했다. 위진남북조시대 배인이란 사람은 <사기집해(史記集解)>에서 맹강(孟康)이라는 사람의 말을 인용하면서 “6월 복날로 처음이다. 주(周)나라 때는 없었는데 이 때 처음으로 생겼다”고 했다.

당대 장수절(張守節)이란 사람은 또 다른 <사기> 해설서인 <사기정의(史記 正義)>에서 “6월에 삼복이란 절기는 진나라 덕공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초복(初伏)’이라 한다. ‘복(伏)’이란 엎드려 무더위를 피하는 것이다”(隱伏避盛暑也)고 했다. 복날을 처음으로 정한 덕공(德公)은 춘추시대 첫 패자로 유명한 제(齊)나라 환공(桓公)과 동시대 인물이니, 이런 기록을 액면 그대로 따른다면, 세계사에서 복날의 역사는 무려 기원전 7세기대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복날 유래에 관한 설명을 보면서 다소 특이한 점은 개고기를 먹는 이유로써 ‘고(蠱)’를 다스리기 위함을 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蠱)’란 무엇일까? 모양으로 볼 때 그릇(皿) 위에 벌레 세 마리가 올라앉아 있는 폼새를 하고 있는데, 이 글자에 대한 이런 식의 풀이는 공자와 절친했다고 하는 좌구명 저작으로 간주되는 <국어(國語)>라는 책에 벌써 보인다.

즉, <국어> 중 진(晉)나라와 관련된 사실을 언급한 ‘진어(晉語)’ 편을 보면 “진(晉) 평공(平公)이 병이 나자 (이웃나라인) 진(秦)나라 경공(景公)이 의사인 화(和)를 보내어 그를 진료토록 했다”는 사실을 전하는 대목에 ‘고(蠱)’가 등장한다. 이에 의하면 의사 화는 평공을 진찰한 결과 이미 회복 불능이라고 하면서 그 이유로 “덕 있는 남자 스승을 멀리하고 오직 여자에게만 미혹되어 ‘고(蠱)’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이 글자를 벌레 세 마리와 그릇을 합친 것으로 풀고 있다.

 

중국 한의학자가 쓴 어떤 글에서 ‘고’를 말라리아 비슷하게 풀이한 대목을 만난 적이 있는데, 어떻든 ‘고(蠱)’가 여름철 열사병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독충으로 인식되었음은 분명하며, 그것을 개고기로 다스리고자 복날이 탄생한 셈이 된다. 지난 2천 수백 년 동안 수많은 견공(犬公)의 목숨을 앗아간 이 ‘고’라는 글자는 나중에 도교에서는 ‘삼시충(三尸蟲) 신앙’이라고 해서, 사람 몸속 세 군데에 기생하면서 그 사람의 잘못을 상제(上帝)께 고자질하는 못된 마귀로 변모했다.

 

Dionysos의 박해와 보복

 

제우스 덕에 무사히 태어났지만, 디오니소스를 향한 헤라의 저주와 증오는 가시지 않았다. 헤라가 티탄들에게 시켜 그를 찢어 불태워 죽이자 그 재에서 포도가 자라고 디오니소스가 부활했다. 이 장면은 포도를 으깨 숙성시키면 포도주가 되는 과정 또는 가지를 모두 친 포도나무가 봄에 싹을 틔우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디오니소스는 신화를 통해 자연의 흐름처럼 죽음에서 부활하는 모습을 보이며 불멸성을 획득한다.

 

니체가 그랬던 것처럼, 현실의 고난을 극복하고 부활해 신이 된 디오니소스에게 고대 그리스인들 역시 정서적 동질감과 경외심을 느꼈을 것이다. 헤라의 저주로 광기에 사로잡혀 떠돌던 디오니소스는 대지의 여신 레아를 만나 비밀스러운 의식과 교단을 만드는 방법을 전수받았다. 그는 멀리 인도까지 떠돌아다니며 포도를 심고 기르는 법과 포도주를 인간에게 전수하며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게 된다. 먼 길을 돌아 그리스 땅으로 돌아온 디오니소스에게 대중은 열광했다.

이 밖에 고대 그리스의 종교적 변화도 디오니소스 신화가 널리 퍼지는 데 일조했다. 앞서 본 술잔이 만들어졌던 기원전 6세기경 아테네에는 시인 오르페우스의 시를 기초로 교리를 형성한 오르페우스교가 성행하게 되는데, 이들의 교리는 신체의 죽음이 종말이 아닌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는 순환적인 구조로 영혼과 내세를 설명한다. 이들의 교리에 가장 적합한 그리스 신은 바로 디오니소스다.

 

죽음에서 끝없이 부활하는 신은 그리스 신화에서 디오니소스이며, 기독교 사상에서는 예수다. 이 둘은 생의 고난과 부활이라는 키워드 외에도 본인을 상징하는 술로 포도주를 설정한 공통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왜 포도주일까? 포도는 넝쿨이 이어지는 모습과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모습 때문에 대대손손 이어지는 자손의 번식, 즉 생명의 영속성을 뜻한다. 이런 상징성 외에 과학적인 추측도 가능하다.

자연 상태에서 술을 발견한 인류는 다양한 재료로 술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포도는 “포도 한 알이 곧 양조장 하나”라고 할 정도로 풍미가 뛰어난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는 기본 조건, 즉 수분과 당분을 갖추고 있다. 포도주는 훗날 인간에 의해 발명된 증류주보다 훨씬 오랫동안 인류의 곁을 지켜왔다.

흥미로운 점은 포도주의 기원에 관한 오래된 기록은 지금의 서남아시아 지역 일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이다. 타지의 술이 그리스로 건너가 고대 그리스인들이 가장 사랑한 술이 된 것이다. 디오니소스 역시 그리스 본토의 신이라기보다는 자연 친화적인 동양의 사상을 가진, 외부에서 유입된 신이라고 보아야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타지에서 들어온 술, 포도주와 사랑에 빠져 그를 신으로 추대하고 숭배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이국의 술은 그리스의 신화가 되었고, 이후 수천 년 동안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디오니소스는 그를 불사의 신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사람으로부터 종종 박해를 받았다. 그러나 인내와 끈기로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결국은 그리스 전토에 자신에 대한 신앙을 퍼뜨릴 수가 있었다. 그가 아직 뉘사산의 님프들로부터 양육 받고 있을 때, 에드노스(Ethnos)인의 왕인 드리아스((Dryas)의 아들 리쿠르고스(Lycurgos)가 님프들을 쫓아가 채찍으로 때려죽이려 했다. 디오니소스는 깜짝 놀라 바닷속에 있는 테티스(Thetys)의 성역으로 도망했다. 테티스는 신들이 리쿠르고스를 장님으로 만들 때까지(나중에는 비참하게 죽였다) 디오니소스를 소중하게 보호했다.

 

The Madness of Lycurgus, Apulian red-figure vase C4th BC.

 

디오니소스는 또한 출생지 테베시에서 아가베(Agave)의 아들, 즉 그의 사촌에 해당하는 펜테우스(Pentheus)와 대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펜테우스는 카드모스(Kadmos)의 왕위를 계승했는데, 디오니소스가 신이라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조부인 카드모스와 아타마스(Athamas)를 비롯, 온 테베 왕족이 왕의 이런 처사를 비난했다. 그들은 펜테우스 왕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고 엄중하게 경고했다. 그러나 이들이 펜테우스 왕을 말릴 수는 없었다.

이들의 경고는 오히려 펜테우스 왕의 광기에 불을 질렀을 뿐이었다. 말하자면 이들의 노력이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었다. 장애물이 없을 때는 조용히 부드럽게 산 아래로 잘 흘러가던 시냇물이, 나무나 바위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포말을 날리고 소용돌이치면서 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이윽고 디오니소스를 포획하라고 왕이 보낸 무사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다. 펜테우스 왕이, 디오니소스는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무사들은 디오니소스는 구경도 하지 못했다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디오니소스는 구경하지 못했습니다만, ‘디오니소스교’ 신도는 하나 잡아 왔습니다. 사람들 말로는 이 자가, 이 제사를 집전한 신관이라고 하더이다.” 무사들이, 손을 뒤로 묶인 포로 하나를 왕 앞으로 끌어내었다. 리디아 사람인 포로는 ‘디오니소스교’ 신도였다. 이 포로를 내려다보는 펜테우스 왕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는 당장이라도 포로의 목을 자르고 싶었지만, 그런 마음을 애써 누르고 우선 문초부터 했다. 펜테우스가 말했다.

 

“너는 곧 죽을 목숨이다. 내 너를 죽여 ‘디오니소스교’를 경계하는 본보기로 삼기로 했다. 그러니 말하여라. 네 이름이 무엇이고, 네 부모의 이름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태어났고, 왜 이렇게 엉뚱한 제사를 차리게 되었는지 소상히 말하여라.” 그러자 포로는 별로 겁먹는 기색도 보이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내 이름은 아코이테스(Acoetes)라고 합니다. 태어난 곳은 리디아입니다. 부모님은 신분이 천하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버님은 저에게 힘 좋은 황소로 갈아야 할 만한 전답도 양떼도 소도 물려주시지 못했습니다. 그럴 여유가 없으셨던 것이죠. 아버지는, 지금의 저처럼 가난하게 사셨습니다. 강가에서 낚시질로 물고기나 잡으셨으니까요. 아버지의 전 재산은 바로 고기 잡는 기술이었던 것이지요. 아버지께서는 이 기술을 가르쳐주시면서, “내가 물려줄 것은 이것뿐이니, 이 재주를 익혀 내 뒤를 이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이로부터 오래지 않아 돌아가셨습니다. 저에게는 강물만 유산으로 남기시고요. 하지만 저는 아버지처럼 이 세상을 살기는 싫었습니다. 그래서 뱃길 헤아려 키를 잡는 기술을 배웠습니다.

비를 부르는 올레노스(Olenos) 산양자리, 타위거테 자리, 휘아데스(Hyades) 자리, 곰 자리를 곧잘 헤아리고 바람의 속내, 피항(避航)에 알맞은 항구 같은 것에 대해서도 제법 알지요. 우리가 델로스 섬으로 가는 길에 키오스 섬에 들렀을 때의 일입니다. 노잡이들이 배를 해변에다 대자 저는 배에서 젖은 모래 위로 뛰어내려 섰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밤을 보냈습니다. 새벽녘에 잠을 깬 저는 동료들에게 샘 있는 곳을 가르쳐주고는 식수를 길어오게 했습니다. 저는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 바람을 보고는 동료들을 데리고 배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물 뜨러 갔던 동료 중에서 오펠테스(Opheltes)라는 친구가 맨 먼저 오더군요. 이 친구가, “여 다녀왔네.” 이러면서 해변을 따라오는데 자세히 보니까 그 옆에 처녀처럼 예쁘장한 미소년이 하나 따라오더군요. 이 친구는, 벌판에서 길을 잃고 헤메길래 데려왔다고 했습니다. 청년은 술에 취하고 잠에 취하여 비틀거렸습니다. 그러니까 이 오펠테스라는 자의 뒤를 제대로 따라오지도 못했죠. 저는 이 청년의 모습, 입은 옷, 지닌 물건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여느 인간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료들에게 말했습니다. “어느 신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저분 안에는 분명히 신께서 깃들여 계시다. 오, 신이시여. 저희를 가엾게 보시고 저희가 경영하는 일이 형통케 하소서. 귀하신 분을 이렇듯이 대접한 저희 동아리를 용서하소서.”

그랬더니 딕튀스(Dictus)가 “우리 몫의 기도까지 할 것은 없다.” 하고 소리를 빽 질렀습니다. 돛대 위로 돛줄을 타고 오르내리는 일이라면 우리들 중 가장 빠른 친구가 바로 딕튀스입니다. 뤼뷔스와 금발의 망꾼 멜란토스(Melanthos)와 알케미돈(Alchemidon)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소리를 질러 노잡이들에게 박자를 맞추어 주는 포페우스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모두들 노략질에 눈이 어두웠던 모양이지요. 저는 외쳤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라면 모두 내 말을 들어야 한다. 나는 거룩하신 분을 억지로 실어 이 배를 저주받게 할 수는 없다.” 저는 뱃전에 놓인 건널 다리를 치워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우리 동아리 가운데서는 가장 담이 큰 뤼카바스가 화를 벌컥 내었습니다. 뤼카바스는 고향 리디아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추방당한 자입니다. 제가 저항하자 이 자는 주먹으로 제 목을 내리쳤습니다. 떨어지면서 용케 밧줄을 잡았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더라면 저는 바다에 빠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저는 이 밧줄을 잡고 다시 뱃전으로 올라갔습니다. 질이 덜 좋은 선원들이 뤼카바스에게 박수를 보내었습니다. 바로 이때, Dionysos 신께서… 네, 그 청년이 바로 Dionysos 신이셨던 것입니다… 신께서 닥아 오셨습니다.

고함소리에 잠을 깨시고 정신을 차리셨던 것입니다. 술도 말짱하게 깨셨을 테지요. 그분께서 물으셨습니다. “왜들 이러는 거요? 왜들 이렇게 고함을 지르는 거요? 여보시오, 뱃사람들, 내가 어떻게 여기로 오게 되었소? 어디로 나를 데리고 갈 셈이오?” 프로테우스(Proteus)라는 자가 대답했습니다. “걱정 말아라. 가고 싶은 항구가 어디냐?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마.” “그러면 낙소스 섬으로 갑시다. 낙소스는 내 고향이오. 나를 그리로 데려다주면 여러분들을 잘 대접해 드리기로 약속하지요.” Dionysos 신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질이 좋지 못한 우리 뱃사람들은, 배가 낙소스로 순항하게 되기를 바다에 빌자면서 나에게 돛을 올리라고 했습니다. 저는 돛을 올렸습니다. 낙소스로 가려면 오른쪽으로 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돛을 올리고 배를 오른쪽으로 몰았더니, 오펠테스(Opheltes)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쑥맥아,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너 미쳤느냐?” 오펠테스 뿐만 아니고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배를 왼쪽으로 몰아라!” 하고 소리쳤습니다. 저는 그제야 그들의 음모를 알았습니다. 그들은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것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그 음모의 내용을 귀띔해 주었습니다. 참으로 무서운 음모였습니다. 저는 그래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나는 키를 잡을 수 없다. 배를 몰고 싶으면 너희들이 몰아라.” 저는 놈들과 한패가 되어 못된 짓을, 정말이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키잡이 노릇을 더는 못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놈들은 저에게 못된 욕을 했습니다. 그 중의 아에탈리온이라는 자는, “너 없으면 우리가 바다에 빠져 죽기라도 한다더냐?” 이러면서 제 자리를 차지하고는 키를 잡았습니다. 배는 낙소스를 뒤로 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Dionysos 신께서 몸소 나서시어 놈들을 조롱하셨습니다. 제가 신께서 놈들을 조롱하셨다는 것은, 놈들의 속셈을 알아차리시고는 갑판에 서신 채 바다를 내려다보시면서 거짓 울음을 터뜨리셨기 때문입니다. 신께서는 거짓 울음을 터뜨리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여보시오, 뱃사람들, 약속이 틀리지 않습니까? 내가 말한 곳으로 가지 않고 있으니 무슨 경우가 이렇습니까? 내가 대체 무슨 못된 짓을 했다고 이렇듯이 대접하시는 것입니까? 어른들이 혼자 길 떠난 나이 어린 사람을 이렇게 곯리다니 이런 경우가 대체 어디에 있답니까?” 저도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저는 거짓 울음을 운 것이 아니고 정말로 울었습니다.

그러나 사악한 제 동아리 뱃사람들은 우는 저를 비웃으며 여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배를 몰았습니다. 그때 제가 뵌 신… 이분보다 위대하신 신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이 신께 맹세코, 제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옛사람들이 하고 듣고 믿던 신들의 이야기가 그렇듯이 한마디도 틀림이 없는 진실입니다.

배가 바다 한가운데서, 갑자기, 물 빠진 항구로 들어간 것처럼 우뚝 서버렸습니다. 뱃사람들은 대경실색하고, 노를 젓는다, 돛을 팽팽하게 편다, 노잡이들을 돕고 돛 펴는 뱃사람들을 돕는다…‧ 이렇게 부산을 떨었지만, 세상에…‧ 노에는 덩굴이 감기기 시작하면서 손잡이 쪽으로 뻗어 올라오고 있었고, 돛에는 열매송이가 주렁주렁 열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Dionysos는 포도덩굴을 쓰고 표범 같은 맹수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많다). 신께서는 어느 틈에 포도송이 관을 머리에 쓰시고, 포도덩굴이 감긴 신장을 들고 서 계셨습니다. 옆에는 어느새 호랑이, 살쾡이, 얼룩무늬 표범 같은 무서운 짐승들이 와 있었고요. 뱃사람들은 실성해서 그랬는지, 무서워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차례로 바다로 뛰어들고 있었습니다. 맨 먼저 바다에 뛰어들자, 몸 색깔이 짙어지면서 등뼈가 활처럼 휘기 시작한 것은 메돈이었습니다.

 

 

“메돈아, 네가 대체 무슨 짐승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냐?” 뤼카버스가 이런 말을 하는데, 자세히 보니 이 자의 입이 쭉 찢어지면서 코가 꼬부라지고 살갗에 비늘이 돋더군요. 뤼비스는, 멈추어버린 노를 저으려다가 노가 움직이지 않으니까 제 손을 봅디다. 뤼비스의 손은 자꾸만 줄어들었는데, 그때 이미 손이라기보다는 지느러미에 가까웠습니다. 어떤 뱃사람은 꼬인 밧줄을 풀어내려고 손을 번쩍 쳐들었는데, 제가 보니까 이 자가 이렇게 들고 있을 동안에 팔이 없어졌습니다. 팔이 없어진 몸은 곧 활처럼 휘더니 뒤로 벌러덩 나자빠지면서 바다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모두가 반달처럼 휘어진, 낫 모양의 꼬리를 하나씩 달고는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배 주위 사방에서 이런 짐승들이 솟구치며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물위로 솟았다가는 다시 곤두박질하고, 곡마단 춤꾼들처럼 제멋대로 몸을 던지는가 하면, 콧구멍으로 물을 빨아들였다가는 다시 뿜어내고는 했습니다. 스무 마리 정도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 배의 뱃사람들 숫자와 비슷했으니까요. 저 혼자만 온전하게 남아 있고 보니, 무섭기도 하고 정신도 없고 해서 저는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그랬더니 신께서는 저를 달래셨습니다. “두려워 말고 배를 낙소스 섬으로 몰아라.” Dionysos를 박해하던 뱃사람들은 모두 돌고래로 변하였다. 저는 신께서 이르신 대로 했습니다. 배가 낙소스 섬에 이르자마자 저는 이 신을 섬기는 비교에 입문하고 그날부터 신도가 되었습니다.

 

남태우 교수

▴문학박사/중앙대학교 명예교수▴음주문화칼럼니스트

◇ 음주관련 저작리스트:▴비틀거리는 술잔, 휘청거리는 술꾼이야기(1998)▴주당별곡

(1999)▴술술술, 주당들의 풍류세계(2001)▴알코올의 야누스적 문화(2002)▴음주의 유혹, 금주의 미혹(2005)▴주당들의 명정과 풍류(2007)▴홀 수배 음주법의 의식과 허식(2009)▴술잔의 미학과 해학(2013)▴은자의 명정과 청담세계(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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