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꺾어 손에 들고… 술잔에 꽃물 들이다”


“국화꽃 꺾어 손에 들고… 술잔에 꽃물 들이다”

한국전통주연구소, 가을 술 세미나 개최

 

사)한국전통주연구소(소장 박록담)에는 술과 풍류와 이를 즐길 줄 사람들이 있었다. 지난 11월 초하루인 주말에 있었던 일이다. 이곳에서는 ‘국화꽃 손에 꺾어 들고’ 란 주제로 절기주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한국전통주연구소와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가 공통 주최하는 행사로 이번이 벌써 세 번째였다. 오후 4시가 될 무렵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성별, 나이, 직업도 달라 보이는 사람들에게서는 공통점이 보이지 않았다. 햅쌀로 빚은 술, 신도주가 노란 끈을 단 와인 잔에 첫 가을 술로 서브되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술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자 얼굴에 반색이 도는 것이 보였다.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의 강의가 시작되자 실내가 고요해지고 몇몇 분이 노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국화주가 다음 가을 술로 서브되었다. “이게 정말 국화주 인가요? 국화향이 은은하게 나는데 참 좋습니다.” 노란 국화꽃이 중앙에 박힌 국화전이 술 향기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듯 했다. 세 번째 술로 구절초주가 잔에 따라졌고 공통점이 없어보이던 사람들에게서 환한 웃음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 가을 술은 백화주입니다. 제 아들 녀석이 빚은 것인데, 썩 마음에 들지 않아요. 산미가 다소 있습니다.” 박록담 소장은 부끄러운 듯 백화주를 소개하며 술을 건넸다. 백화주를 받아든 사람들이 한 모금 두 모금 마시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런 술의 향기는 처음이에요. 산미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산미 저는 좋아합니다. 백화주 좀 더 마실 수 있을까요?” 사람들의 반응은 우려했던 것과는 달랐다. “저는 벨기에에서 왔습니다. 한국말을 잘 몰라 세미나 시간은 좀 어려웠어요. 술을 마시니 기분이 좋아요. 이 음식은 뭐죠? 오디…. 적어두어야겠어요.” 백화주는 가을 술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었다.

그리고 춤과 노래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스피커의 볼륨이 커지더니 살풀이 춤 선율이 흘러나왔다. 어디선가 다소곳한 여자 분이 나타나 가락을 탄다. 손끝이 눈매가 요염하고 몸 마디마디에 절개가 있었다.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터졌다. 이를 보던 사람들의 몸이 흥에 겨워 절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였다. 박록담 소장이 말했다. “제 딸입니다. 이매방 선생의 춤을 2년 정도 배웠습니다. 예쁘지요?” 모두들 함박웃음 꽃을 피우고 박수로 화답하였다. 서로를 모르던 사람들도 둘, 셋 짝을 지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서예가의 휘호였다. 서예가 新平 金基祥 선생이 먹을 갈고 붓을 들어 화선지에 썼다. ‘淸香’이었다. 청향은 사전적 의미로는 ‘맑은 향기’지만 술과 관련한 옛 문헌 가운데〈정일당잡지(貞一堂雜識)〉에는 夏日淸香竹葉酒를 비롯하여 사절소곡주(이양주), 연일주(이양주), 부의주(단양주, 잣술) 등 네 가지 방문을 수록하고 있는데, 여기에 청향이란 말이 등장한다. 신평 선생도 박록담 소장도 모두 이 ‘淸香’이란 말을 무척이나 좋아 한다고 했다.

이어서 신평 선생은 ‘꽃물 술잔에 담기’를 써 냈다. 이보다 이날의 분위기를 더 잘 표현에 주는 문장이 있을까? 술잔도 사람들도 꽃물에 물들었다.

주최 측이 준비한 행사가 마무리되자 장구소리에 맞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나와 노래를 불렀다. 참으로 흥에 겨운 가을밤이었다. 이곳은 마술에 걸린 것만 같다. 가는 길에 스티커 몇 장을 나누어 주었다. 벽면에 오늘 마신 술 신도주, 국화주, 구절초주, 백화주 글자가 박혀있다. 백화주에 몰표를 주었다. 한쪽 귀퉁이에 작은 글씨가 보였다. 누군가 남겨둔 것이다. ‘모든 술은 취한다. 좋은 술은 좋다.’ 이 분도 마법에 걸린 것이 분명하다.

다가오는 겨울, 마법에 설리고 싶은 분들은 2015년 1월 24일 ‘첫눈 오는 날’ 겨울 술 세미나를 찾을 일이다. 이날에는 감홍로, 죽력고, 차꽃술이 당신을 마법에 걸리게 할 것이다. 다른 것은 필요 없고 즐길 마음만 가지고 오면 될 것이다.

 

◈ 박록담 소장 미니 인터뷰

 

이번 가을 행사를 주최 한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은 “우리의 격조 높은 음주문화를 보다 더 널리 알리고 한편으로 건전한 술자리를 통해 담론과 창작‧예술로 승화시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술자리가 격조 있어지면 우리의 음주문화도 보다 품격으로, 예술로 승화될 때 한국의 전통주‧막걸리도 대중화‧세계화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며, 그 가운데 자연스럽게 한국의 명주도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운동이 전국에서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라고 말했다.

바로 이런 음주문화 확산을 위해 삶과술 신문은 전국을 누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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