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 신화 이야기(41)

南台祐 교수의 특별기고

 

술의 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 신화 이야기(41)

 

남태우 교수

그리스와 그리스에 인접한 거의 모든 세계에서 디오니소스는 나무들의 젊은 수호자인 ‘단드리테스(Dendrites)’로 불렸다. 디오니소스가 태어난 보이오티아 지방의 그리스인들은 더욱 직설적으로 그를 ‘엔덴드로스(Endendros)’라고 불렀다. ‘엔덴드로스’는 ‘나무속에서 살며 일하는 자’이다. 또는 ‘나무속에서 모습을 나타내는 자’라는 번역도 있다. 4세기 뒤에 시칠리아의 ‘디오도로스 시켈로스(Diodōros Sikelo)’는 디오니소스가 과실수의 성장을 주관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과실들을 자라게 하는 신’ 디오니소스는 열매가 나무에 열리기도 전에 죽을 경우, 자신이 구해 주겠노라고 약속한다.

 

그리스의 전설에 제우스의 몸에서 나온 화염으로 세멜레가 불타 죽고, 뱃속의 아이가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무성한 담쟁이덩굴이 제우스와 천상의 불 사이에서 기적처럼 솟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는 아버지의 넓적다리가 피신처가 되어 ‘다시 태어나게’ 되었지만 헤라의 교사를 받은 티탄들의 손에 잡혔다. 티탄들은 조각조각 낸 아이를 냄비에 넣고 끓였다. 그러자 온통 피에 젖은 한 그루의 석류나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디오니소스의 할머니 레아가 나타나, 이시스(Isis)가 자기 남편에게 했던 것처럼 조각난 몸들을 서로 맞추어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라케다이몬(Lakedaimon, 스파르타)에서는 디오니소스 리에르(Lierre, 담쟁이 넝쿨)를, 낙소스에서는 디오니소스는 피기에(무화과나무)를 숭배하였다. 디오니소스 바커스(Bacchus)와 디오니소스 메일리시오스로 불리는 나무는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에서 잘라 낸 것이다. 디오니소스가 갖고 있는 또 다른 별칭 브로미오스(Bromios)는 ‘소란스러운(Bruyant)’인데, 더 정확하게는 ‘살랑거리는 소리를 내는(Bruissant)’ 혹은 ‘바스락거리며 떠드는

(Fremissant)’으로 해석한다.

의미심장한 이 별칭은 그것은 나뭇잎이 서로 부딪치며 내는 바스락대는 소리와 숲 속에서 나는 작은 웅성거림과 분명 헐떡거림과 희미한 흐느낌이 동반된 떨림을 들었을 때 우리가 우리 마음속에 존재한다고 느끼는 신, 바로 그 신의 천성에 어울리는 낱말이다. 이러한 모든 소리들을 통해 도취 상태가 나타나며 이 가운데 신은 신봉자들의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디오니소스는 죽음과 부활의 일정한 순환적 주기에 복종한다. 이 같은 사실은 디오니소스의 특수한 위치, 즉 올림포스 신들과 관련된 그의 주변적인 성격을 설명한다. 그의 유한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합리적인 그리스인들은 비타협적인 외양을 조정하는 어떤 인공적인 것에 도움을 청한다. 즉, 디오니소스는 죽지 않는 아버지와 죽음을 면할 길 없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것이다.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헤르메스는 갓 태어난 아기를 아기의 이모인 이노에게 맡기면서 그녀에게 그 아기를 여자아이처럼 키우라고 당부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에게서 양성적 기질이 발견된다. 그의 모호성은 여성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고. ‘그의 여성적 기질은 사랑의 방식을 통해 드러난다.’

그를 둘러싼 여성들은 그에게 있어 연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유모나 어머니들이었다. 디오니소스는 극도의 성적인 흥분상태에 빠지지 않았다. 그는 그들의 노골적인 음탕함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순간적인 포옹만으로도 만족하는 사랑의 열정을 가진 남성적인 다른 모든 신들과 그를 구별하는 하나의 특징이다. 그것은 그의 사랑은 쉽게 사랑에 빠지고 영원히 사랑 받는 성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청년의 그것이다. 다른 신들이 갖는 사랑의 열정은 덧없는 고뇌에 있다. 신화에 디오니소스의 다른 연애 관계들이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는 것이 예다.

 

디오니소스 자그레우스

 

‘자그레우스(Zagreus)’는 디오니소스의 많은 별칭 중의 하나이며, 그 의미는 동물을 생포하는 사냥꾼을 그리스어로 ‘위대한 사냥꾼’이라는 뜻이다. ‘Zagreu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소년 신이다. 영혼불멸을 주장하는 오르페우스교(敎)에서 추앙하는 신으로, 나중에는 풍양신(豊穰神) 디오니소스와 동일시되었다. 뱀의 모습으로 둔갑한 제우스와 명계(冥界)의 여왕 페르세포네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제우스는 그에게 세계의 지배를 맡기려고 하였으나 제우스의 아내 헤라가 질투하여 티탄신족에게 그를 습격하도록 하였다.

Zagreus는 사자·뱀·호랑이 등으로 변신하면서 도망치려 하였으나, 황소로 변했을 때 티탄 족에게 붙들려 갈기갈기 찢긴 뒤 그들에게 먹히고, 심장만은 제우스에게 넘겨져 그가 삼켜버렸기 때문에 훗날 카드모스의 딸 세멜레와의 사이에 ‘Dionysos-Zagreus’로 다시 태어났다. 이 같은 이야기는 디오니소스 신도들 사이에 생육(生肉)을 먹는 비의(ōmophaia)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Zagreus cut into piece by the Titans, Hydria from Kameiros)

오르페우스 신도들은 디오니소스는 원래 Zagreus의 심장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의하면 Zagreus는 원래 제우스가 뱀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페르세포네와 사랑을 하여 낳은 자식이다. 제우스는 Zagreus가 태어나자 페르세포네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으려했다. 그래서 제우스는 헤라의 질투의 희생물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를 자신만 아는 동굴에 숨겨 애지중지 키워왔다. 하지만 질투의 화신 헤라의 레이더망에 Zagreus가 걸리지 않을 리 없었다. 헤라는 Zagreus의 존재를 확인하자마자 티탄신족들을 보내 그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Zagreus는 티탄 족들이 아무리 유혹을 해도 동굴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티탄신족들은 동굴입구에서 Zagreus에게 여러 가지 선물공세를 펼치면서 그의 환심을 사려했다. 맨 먼저 그들은 Zagreus에게 여자로 변신할 수 있게 만드는 사과를 주겠다고 했지만, Zagreus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어 그에게 동물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을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Zagreus는 이번에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티탄신족들이 Zagreus에게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거울을 주겠다며 그를 유인했다. 그제야 Zagreus는 조심스럽게 동굴 밖으로 몸을 내 밀더니, 거울을 받아 들고 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여기에서도 볼 수 있다.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던 티탄신족들이 갑자기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자그레우스는 원래 아버지 제우스처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던 터라, 그것을 이용해서 위기에서 벗어나 보려고 했다. 하지만 티탄신족들은 Zagreus가 황소로 변신했을 때 마침내 그를 포박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그를 일곱 부분으로 토막 낸 다음 솥에 넣고 끓여 국으로 먹기도 하고, 불에 구워 먹기도 했다. 그들이 잔치를 끝냈을 때 Zagreus의 시신 조각들 중 일부는 바닥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었고, 또 다른 일부는 장작 위에서 시커멓게 타고 있었다.

 

뒤늦게 아들의 죽음을 확인한 제우스는 티탄신족들을 번개로 쳐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비가오자 이 잿더미와 Zagreus의 시신조각들이 비에 젖은 흙들과 섞여 끈적끈적한 진흙이 되었다. 오르페우스교 신도에 의하면 프로메테우스가 나중에 인간을 빚을 때 쓴 재료가 바로 이 진흙이다. 그래서 인간은 티탄의 사악한 점과 Zagreus의 선한 면을 모두 지니고 있다. 아울러 인간이 지닌 악한 면은 오르페우스로의 입문과정이나 그 후의 정화과정을 통해 없앨 수 있다. 또한 인간에게서 사악한 면이 모두 사라지면 바로 불교의 부처처럼 또 하나의 디오니소스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페르세포네는 남아있는 Zagreus의 시신조각을 모으다가 꺼진 장작 속에서 그의 심장을 발견했다. Zagreus의 심장은 아직 죽지 않고 펄펄 살아 뛰고 있었다. 제우스는 페르세포네로부터 그 심장을 받아 평소 마음에 두었던 인간 여인 세멜레의 몸에 이식하여 결국 디오니소스가 태어났다. 다른 설에 의하면 제우스가 Zagreus의 심장을 음료수에서 타서 세멜레가 마시도록 해서 임신을 시켰다고도 한다. 또 다른 설에 의하면 세멜레가 먹었던 것은 자그레우스의 심장이 아니라 남근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그래서 Zagreus는 디오니소스와 동일시되었으며, 아이스킬로스(Aischylos)에 의해 처음으로 언급되었다.

우선 올림포스 신화 체계가 형성되기 이전에 발견되는 디오니소스 신의 가장 원초적인 신격은 구석기 시대의 문화적인 것과 야만적인 것의 경계선에서 자연을 경작 내지 개척하는 문화 영웅, 사냥꾼으로서의 ‘Dionysos Zagreus’의 모습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살아 있는 동물을 산 채로 잡는 사냥꾼’을 의미하는 ‘Zagreus’나 ‘살아 있는 동물을 잡기 위한 함정’을 의미하는 ‘zagre’가 ‘자연의 생명력’을 뜻하는 ‘zoe’와 ‘동물’을 뜻하는 ‘zoon’과 어원학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디오니소스의 신격의 본질을 직관하게 해준다.

사실 인간의 포획 대상이 되는 동물들은 토테미즘적 사유에 있어서, ‘zoe’ 즉 신이 현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신의 현현체인 동물을 포획하는 사냥꾼 ‘Zagreus’는 그 자연의 생명력을 얻는 자이면서, 동시에 그 자연의 힘을 제어할 수 있는 자이다. 케레니(C. Kerenyi)

가 지적하였듯이 크레타에 최초로 나타난 사자 두 마리를 맨 손으로 꽉 잡고 있는 디오니소스 신의 모습은 야생 동물들을 길들임을 표상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세인들에게 야만적인 것으로 비난을 받는 생식도 사실은 신의 생명력이 들어 있는 동물 자체를 갈기갈기 찢어 먹음으로써 그 신의 생명력을 자기의 것으로 동화시키려는 토테미즘적 사유에서 나온 것이다. 사실 생식은 훗날 불에 구워 먹는 요리가 발달한 후에는 Lévi-Strauss가 구분한 ‘구운 것(le cuit)/문화(la culture)’에 대비되는 ‘날 것(le cru)/야만(le sauvage)’을 상징하는 것이지, 그 이전의 단계에서는 짐승이라는 자연적 대상을 사냥이라는 노작(operatio)을 통하여 먹을 것이라는 문화적 대상으로 바꾸어 줌을 상징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비록 아테네가 도시 국가로 들어오면서 여신도가 날 것을 먹는 의례상의 시늉만을 연출하는 것으로 바뀌지만, 일부 지방에서 실제로 행해졌던 생식(omophagia)도 충분히 이해되어질 수 있다.

차치하고 ‘Dionysos-Zagreus’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신격은 첫째로 인간은 모든 생물에 들어 있는 자연력을 제어해야만 하고, 또한 제어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고, 둘째로 모든 생물에 현존해 있는 ‘zoe’라는 것이 인간 스스로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을 때(스스로를 그 세계에로 열을 때), 인간은 일종의 제2의 안광(혜안)을 통하여 그것을 지각하고 정신적 실재로서 받아들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니체가 직접 차용하고 있는 신화는 ‘Dionysos-Zagreus’ 신화이다. 이 신화는 소아시아의 피르기엔(Phrygien)과 고대 그리스 북동쪽에 위치했던 트라키엔(Thrakien)을 통해 그리스로 전해진 것이다. 니체는 ‘Dionysos-Zagreus’ 신화를 “디오니소스적인 세계관”(1870)에서 언급한다. “이것은 자연이 인간과 자신의 화해의 축제를 여는 하나의 전적으로 신비한 세계다. 신화는 아폴로가 찢겨 죽은 디오니소스를 다시 짜 맞추었다고 전한다.” ‘Dionysos-Zagreus’ 신화에 관한 언급은 니체의 유고에서도 발견된다. “우리가 전 그리스적인 예술적 삶의 토양으로서 고찰해야만 하는 불변적인 가치의 진정한 디오니소스적인 신화가 등장한다. 어떻게 미래의 세계 지배자인 아이(Dionysos-Zagreus)가 거인들로부터 찢겨져 조각나고 어떻게 그가 마침내 ‘Zagreus’로서의 상태에서 숭배될 수 있었던가”

 

디오니시아(Dionysia) 축제

 

나중에 로마인들이 바꾸기 전에 고대의 달력에 따르면 첫 번째 전통적인 축제는 3월 17일의 ‘리베랄리아(Liberalia) 축제’로 시작되는데, 이는 오늘날의 달력으로는 3월 15일에 해당한다. 그것은 다산과 포도원의 신, ‘리베라(Liber)’를 축복하기 위해 열렸다.(리베랄리아는 또한 소년이 성년식(toga virilis)을 치르는 날이기도 했다.)

4월 15일에는 땅의 여신 텔루스(Tellus)를 축복하는 ‘포르디키아(Fordicia) 축제’가 열렸다. 이를 위해서, 임신한 암소를 제물로 도살했으며, 동물의 태아는 재단에서 태워졌다. ‘포르디키아 축제’ 일주일 뒤(4월 21일, 로마인들은 날짜를 계산할 때 첫날과 마지막 날을 포함)에 열리는 ‘파릴리아(parilia) 축제’에서는 사람들이 양 떼를 정화시키기 위해 양들을 무리로 모아 불타는 짚더미를 뛰어넘도록 몰아부쳤다.

4월 19일에는 ‘여신 케레스(Ceres)를 위한 축제’가 있었다. 특히 케레스는 농업, 수확 그리고 곡물과 관련되었다. 그래서 이 축제는 농부들에게 특별히 중요했다. 정화(lustration)라고 하는 의식은 땅의 경계 주위를 행진하는 의식이었는데, 그것은 정화하고 여신들을 축복하는 것이다.

 

로마의 주신 제

로마 시대 초기의 ‘케레스(Ceres) 축제’에서는 나중에 막시무스(Circus Maximus) 대형 경기장이 위치하게 되는 곳(팔라티누스 언덕과 아벤티누스 언덕 사이)에서 여우들의 꼬리에 횃불을 묶어서 풀어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케레스 축제’ 뒤에는 ‘비날리아 우르바나(Vinalia urbana) 축제’가 이어졌다. ‘비날리아 우르바나’는 포도주를 마시면서 겨울의 끝을 축하하기 위한 포도주 축제였다. 또한, 4월에는 곰팡이의 신인 로비구스(Robigus)에게 개(a red dog)를 제물로 바치는 낯선 의식을 볼 수 있었는데, 그것은 꽃의 축제인 ‘플로랄리아(floralia)’가 끝나기 전에 열렸다. 4월 28일에서 5월 3일까지 지속된 플로랄리아는 국가 축제 중에서 가장 큰 행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들판의 농작물이 점점 익어 가면, ‘암바르발리아(Ambarvalia)’라는 축제가 열렸다. 이것은 고정된 날짜가 없었다. 이 축제에서도 또한 땅 주위를 행진하는 정화를 볼 수 있었으며, 신들을 위해서 마련한 풍성한 제물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8월의 수확기에는 수확의 여신 옵스(Ops), 곡물 창고의 신 콘수스(Consus)를 위한 축제를 볼 수 있으며, 또 다른 포도주 축제로 ‘비날리아 루스티카(Vinalia rustica)’가 있다.

10월 11일에 열리는 메디트리날리아(Meditrinalia)는 포도주 작물을 축하하는 축제였다. 씨를 뿌리는 계절인 12월에는 옵스와 콘수스를 찬양하는 축제를 더 볼 수 있었다. 특별 파종 축제로 알려진 ‘사투르날리아(Saturnalia) 축제’는 12월 17일에 시작했다. 이 축제는 제국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순전히 비종교적인 진탕 마시고 노는 잔치였다. 결국 이것은 기독교도의 크리스마스 축제가 되었다.

바카날리아(Bacchanalia)- 디오니소스 축제

디오니소스는 수액(樹液), 즙, 자연 속의 생명수를 상징하는 존재로 간주되었으므로 그를 기려 흥청망청 잔치를 벌이는 의식이 성행했다. 이러한 디오니소스 축제는 미케네 문명 이후 여자들 사이에서 세력을 넓혀갔으나 남자들은 그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테베의 왕 펜테우스가 바코스(Bakos) 숭배자들의 행동을 염탐하려 하다 들켜 몸이 갈갈이 찢겼으며, 아테네인들은 디오니소스 숭배를 멸시한 벌로 성불구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가정을 버린 채 언덕으로 모여들어, 사슴가죽옷을 입고 담쟁이 덩굴 관을 쓴 차림으로 제례 때 외치는 소리인 ‘에우오이(Euoi)!’를 소리치며 열광적인 입신상태에 들어갔다.

그들은 티아시(성스러운 무리)를 이루어 티르소이(회향나무 가지에 포도덩굴의 잎을 엮어 매고 끝을 담쟁이덩굴로 장식한 것)를 흔들면서 피리와 팀파니의 반주에 맞추어 장작불 옆에서 춤을 추었다. 디오니소스 숭배는 소아시아, 특히 프리기아와 리디아에서 오랫동안 성행했으며 아시아의 여러 신에 대한 숭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디오니소스는 낙소스 섬에서 아리아드네를 만나 그와의 사이에서 암펠로스(Ampelos, 포도밭), 스타필로스(Staphylos, 포도나무), 오이노피온(Oinopion, 술 마시는 사람)의 세 아들을 얻는다. 그리고 그녀가 죽었을 때, 그는 금관을 손에 쥐고 공중으로 던졌다. 금관이 위로 올라감에 따라 보석은 더욱 광휘를 발하여 별로 변했다. 그리고 아리아드네의 금관은 그 원형을 유지하면서 무릎을 꿇은 헤라클레스와 뱀을 쥐고 있는 그 부하 사이에 있는 별자리가 되어 하늘에 박혔다. 따라서 예수가 행한 최초의 초능력은 결혼식에 참석하여 포도주를 만드는 일일 수밖에 없다.

 

디오니소스 신도가 되어 궁극적으로 이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세속적 굴레에서 벗어나 철저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특히, 한(恨) 많은 여인들과 평민들이 온갖 질곡에서 벗어나게 되는 일탈(逸脫)속에서 환희를 맛보게 된 것이다. 격식에서 벗어난 여자들은 모처럼 자유롭게 뛰놀면서 춤도 추고 술도 마실 수 있는 자유로운 디오니소스 신앙에 열광했고, 그 때문에 그리스 남성들은 디오니소스를 혐오했다. 로마의 월별 축제들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다음호 계속>

 

남태우 교수

▴문학박사/중앙대학교 명예교수▴음주문화칼럼니스트

◇ 음주관련 저작리스트:▴비틀거리는 술잔, 휘청거리는 술꾼이야기(1998)▴주당별곡

(1999)▴술술술, 주당들의 풍류세계(2001)▴알코올의 야누스적 문화(2002)▴음주의 유혹, 금주의 미혹(2005)▴주당들의 명정과 풍류(2007)▴홀 수배 음주법의 의식과 허식(2009)▴술잔의 미학과 해학(2013)▴은자의 명정과 청담세계(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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