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麗葬 지내자는 말 안 나온 것이 다행

김원하의 데스크칼럼

 

高麗葬 지내자는 말 안 나온 것이 다행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하는 것이 나이다. 만나이로 하는 바람에 한두 살 젊어지긴 했어도 역시 노인은 노인이다.

지금의 노인들이 젊었을 때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니 장유유서(長幼有序) 같은 말 정도는 알아들어야 경우(境遇)가 바른 사람으로 대접을 받았다.

젊은이들에게 ‘라떼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되는 것’으로 배웠다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이었다.

초등학생이 선생님에게 주먹을 휘둘러도 자기 자식이 잘못한 점이 없다고 우기는 그 부모는 언젠가 자식한테 주먹질을 당해 봐야 정신을 차릴까.

요즘 병원이나 백화점, 상점 등에서 노인을 ‘어르신’ 혹은 ‘아버님/어머님’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간호사들 가운데는 존댓말인지 무슨 말인지 모를 진료실로 “들어가실께요”라고 한다. 이런 병원은 간호사들이 환자들에게 존댓말을 하려고 그러는 모양인데 영 어색하다. 진정으로 어른들을 존경해서 하는 말 같지가 않다.

젊은이들이 진정 노인들을 존경하고 싶으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을 보여야 한다.

언젠가부터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치는 주점가 등에서는 물 흐린다고 대 놓고 노인들의 입장을 막는 가게들이 많다.

같은 돈을 주고 먹겠다고 해도 홍대 앞 같은 주점 등에서는 입장 사절을 외치는 가게가 부지기수다. 필자가 열 받아 20여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입장 거절을 당했었다. 물이 흐려져 장사가 덜 되도 노소 불문하고 함께 어울리는 문화가 돼야 한다.

지금의 노인들도 청소년, 청년, 중장년 시기를 걸쳐 오늘 날 노인이 되었다. 지금의 젊은이들이 태어나기도 전 지금의 노인들(65세 이상) 대부분은 새벽종이 울리기 무섭게 일터로 나갔다. 공부도 하고 일도 열심히 했다. 그 때 젊은이들도 맛있는 음식 먹고 싶고, 좋은 옷 입고 싶었지만 꾹꾹 참았다. 그 결과 오늘의 한국의 경제를 세계 10위권에 들게 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살아간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경로사상을 잊지 않고 살아왔다. 학생 시절 무거운 책가방을 들었지만 버스에서 연장자나 고령자를 보면 자리를 양보했다.

요즘은 버스 안 노약자를 위한 경로석에 젊은이들이 턱 하니 앉아서 스마트폰이나 보면서 막상 노인이 타도 양보를 하지 않는다. 전철은 이 부분에서 많이 정착이 됐건만….

요즘 온통 노인 괄시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말 때문에 속이 부글부글 끓는 노인들이 많은 것 같다. 명색이 법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라는 사람이 그런 철없는 소리를 하고도 낯짝을 쳐들고 다니는 꼴을 보고 있노라니 울화가 치민다. 김은경 씨도 60을 코앞에 두고 있으니 얼마 안 있으면 노인 취급을 당할 것이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늘 돌이라도 무거울까/ 늙기도 서럽거늘 짐조차 어이 지실까.”

조선 선조 때 송강(松江) 정철(鄭澈)이 강원도 관찰사로 있으면서 백성들을 위해 지었다는 훈민가(訓民歌) 중의 하나다. 옛날에도 늙는 것을 서럽다고 표현한 것 같다.

김은경 씨가 박사 학위도 받았다니 이 정도의 글귀는 알고 있었을 텐데 어찌하여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권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발언으로 노인 폄하 논란을 일으켰을까.

하기야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도 총선을 앞둔 2004년 3월, 정 의장은 당시 “미래는 20, 30대들의 무대”라며 “60, 70대는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투표 안 해도 괜찮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바 있다. 이 말은 젊은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 유도를 위해 한 발언이라고 했지만 문제가 됐었다.

의학이 발달하고 건강관리를 잘 해서 100세가 넘어도 팔팔한 어른 신들도 많고, 젊었다지만 일찍 죽는 사람도 많은데 어찌 그런 말을 했을까.

하기야 언론에 나오는 김 위원장의 가족사를 보니 그럴 만도 하다. 남편 시부모가 택한 죽음을 보니 가정에서 어른신을 존경 했다면 그런 죽음을 택했을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지 않던가.

요즘 노인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우수개 소리로 고려장(高麗葬) 지내자는 말 안 나온 것으로 위로를 삼자고 한다.

이제 노인들도 뒷방 늙은이 취급 받는 것 싫어한다. 차제에 노인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진정한 프로그램을 만들 때가 되었다.

<교통정보신문 발행인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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