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음주문화와 알코올정책의 개선방향
조성기(아우르연구소 소장 /경제학박사)
WHO의 정책조언과 각국의 음주정책 상황
세계보건기구(WHO)는 2010년 5월 총회에서 해로운 음주의 감소를 위해 글로벌 전략의 일반적 지침들을 제안하면서 각국의 특수사정을 고려한 정책을 제정하고 추진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때 WHO에서 강조한 것은 각국의 사정, 즉 각국의 음주문화를 감안한 정책을 추진하도록 추천한 것이다. 그 이유는 인류사회에서의 술의 위상과 각국의 사회적 문화적 차이를 고려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2006년 파랑새플랜을 시발로 알코올정책을 시작하였다. 즉, 정책의 역사가 일천하다. 더욱이 파랑새플랜은 보건당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경향이 강해 전체 정책당국이 같은 정책방향에 동조하는 것도 아니라는데 한계가 있다. 게다가 보건당국에서 추진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해로운 음주의 범위를 음주전반이라고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모든 음주자에 대한 필요한 모든 사업을 동시관리를 시도하는 공중보건학적 정책추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같은 정책방향이 결정된 데에는 우리나라의 알코올문제가 매우 크다는 인식에서 기인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숙제는 ‘과연 그러한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된다. 알코올문제의 크기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크다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국가적 차원의 알코올정책은 각국의 음주문제 실태, 음주문화의 상태, 알코올정책의 실효성 등 제반사안을 객관적으로 검토한 후에 방향설정을 해야 옳다. 특히 사회적 문화적 측면을 고려해서 그 결론을 내는 것이 옳다.
그 이유는 음주문제는 인간생활에 가장 근본적인 과제인 먹고 마시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기본적인 삶의 방식을 통제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맡길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각 민족마다 그러한 기본적인 과제는 생활 깊숙이 뿌리박히게 된다. 그렇게 때문에 보다 깊숙이 검토하지 않고 단지 선험적으로 사안 자체가 중요하고, 폐해가 크니까 문제를 통째로 즉시 해결해야 한다는 방식의 정책결정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알코올 문제가 원하는대로 해결된다면 그러한 정책 또한 의미가 있겠지만 정책을 결정해서 추진했을 때 실제로 가동되지 않는다면 정책비용이 쓸모없이 낭비되고 사회적 인식적 혼란이 있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경우 술문제에 대해 오랜 대처방식이 문화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나름의 대처기제가 작동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설득가능한 자료를 통해 꾸준히 설득하지 않는 이상 정책이 국민적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 설득되지 않은 정책시행의 결과는 정책에 대한 거부가 된다.
우리나라는 음주행위에 친화적인 인식과 태도를 수천년간 지녀온 문화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앙아시아. 만주, 한반도 시대를 거치는 역사 속에서 술이 하늘과의 소통수단으로부터 추수감사, 의례와 인간관계, 약용에 이르는 특별한 용도가 있었다.
그로인해 음주행위에 긍정적이고 술을 기호품을 넘어 음식과도 같이 보는 경향도 있어 소위 알코올문제에 대처하는데 익숙치 않다. 모든 정책이 그러하지만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술문제에 대한 정책수용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 음주관련 법이 많지만 음주자들 뿐만 아니라 그 법을 제정한 정부부처 조차도 법을 방치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음주문화와 문제에 대해 효과적인 변화관리가 가능하려면 그 정책제안에 따를 수 있도록 문제를 정의하고 그에 합치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해로운 음주를 줄일 수 있다. 실제로 각 국의 정책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음주의 피해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술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생업실태 등을 반영하여 각사회에 알맞은 정책을 구사하고 있음이 알 수 있다.
발전도상국들은 대체로 지역경제의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가 되므로 심지어 불법주류의 제조와 유통 조차도 눈감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그것이 확인된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음주자들에 대한 인권보장의 편익을 유해성통제 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그 결과 폐해감축정책(Harm Reduction)을 선택하였다.
독일의 맥주업계나 프랑스 와인업계 들의 경우에도 전통적인 통제수단인 주세부과가 없다. 생업을 위한 영세기업들의 술생산은 통제하지 않는 것이다. 주세를 알코올량에 부과하지 않고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우리나라, 멕시코, 터키 등 국가도 술이 주로 경제적 통제의 대상이라는 사고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술을 건강에 유해한 물질로 보고 통제정책을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 미국이 그러하다. 미국은 주로 음주에 대해 상대적으로 강한 통제정책을 펴고있다. 그렇다고 음주량을 획기적으로 줄이지는 못했다. 즉, 각국의 문화, 사회적 사정이 정책의 차이를 낳고, 각국정부는 해로운 음주를 나름 정의하며 술을 관리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부처별 정책방향이 불일치하고 있다. 국가 알코올정책이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통제정책을 근간으로 하고 있고 다른 부처들은 기본 원칙을 갖지 않고 각각 담당문제들을 대상으로 해결에 나서고 있다. 그래서 문제의 상황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고, 법은 만들었지만 정책적 실천과 괴리를 보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기도 한다. 이때 범부처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위한 공감대를 구성하는 것이 쉽지않다.
그렇다고 해서 일국의 음주정책을 보건당국에만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 현실적으로 문제해결이 쉽지않기 때문이다. 국가 알코올정책의 정체성을 정상적으로 확립하자면 우리 음주문화, 문제수준과 변화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한 정보가 토대가 되어야 한다. 시작은 그 정보를 토대로 공감대형성이 가능한 유해성을 정의하는 것이다.
음주문화와 음주문제의 정보관찰
-술소비량과 음주문제와의 관련성에 대한 논박
우리나라 국민들이 음주자체 보다 술자리를 통해 상호소통과 관계를 원할히 하기 위해 음주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사결과를 보면 술이 관계를 원활히 하기 위한 기호품(59.4%)이라거나 다양한 유익이 있는 좋은 음식(15.2%)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술 마실 권리에 대해 대부분(83.2%) 동의하고 있다. 술이 백해무익한 것이라는 생각(4.9%)은 매우 적다.
음주문화를 진단할 때 가장 중요한 정보는 1인당 순알코올 소비량이다. 일반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면 건강과 사고 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인당 순알코올소비량은 놀랍게도 지난 30년간 대체로 9리터를 전후해서 정체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알코올정책을 시발한 것은 불과 5년전의 일이다. 민간단체를 포함한 주류업계가 국지적이나마 술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자원을 투자한 것은 15년의 역사를 가졌다. 이는 서구의 수십년 역사와는 차이가 크다. 사실 정부도 민간부문도 음주문화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자원과 시간을 투입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음주량의 유지현상을 무엇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음주자들 스스로가 상당히 오랜기간 비슷한 수준으로 음주문화와 문제를 관리해 왔다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반대로 정부가 과거보다 적극 개입한 지난 5년간 음주량이 줄지 않았다는 사실도 생각을 요하는 사실이다.
[표1]
우리나라에는 같은 기간 중에 각종 질병, 음주운전의 사고 등이 늘었고, 자살율 뿐 아니라 비만정도도 크게 증가했다. 최근 보건당국은 그 같은 질병과 문제들이 늘어난 원인 중 상당부분이 음주량 증가로 인한 것이라는 입장을 가진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의 관찰 결과는 그 문제들이 늘어난 현상이 음주량의 증가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게 된다. 물론 그러한 문제들과 음주와의 관련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음주량이 늘지 않았는데도 그 문제들의 주원인이 술이라고 보는 입장은 분명 무리가 있다.
1인당 음주량을 국제비교해 볼 때 9.46리터로 세계55위 정도로 추산된다. 이 통계는 알코올분야에 권위있는 WHO의 자료를 기초로 비교한 것이다. 알코올 의존자의 비율은 남성 6.9%, 여성 1.7%로 그 수가 적지 않지만 OECD국가들 중 많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간질환 등 특정질환이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술과 관련이 있는 모든 질병이 그러한 것 또한 아니다. 모든 음주관련 질병비용과 각종 사고비용, 생산성문제, 행정비용 등을 모두 포함하여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폐해를 계량화하면 GDP대비 2.0%(2004년 기준)이다. 이 수준은 뉴질랜드, 일본, 미국보다 낮고 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같은 사실들은 보건당국과 의학계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음주피해국가라고 발표하고 있는 것이 사실과 일정한 거리가 있음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보건당국은 왜 그런 주장을 하고 있을까? 통상 특정문제를 보고 그 문제 자체에 천착했을뿐 종합적으로 관찰하지 않을 경우 발생가능한 오류가 아닌가 한다. 예를 들면 보건학계의 알코올의 건강문제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사회경제적 피해에는 관심을 가지지만 편익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되고, 따라서 균형잡힌 접근방법을 채택하지 않게 된다.
알코올의 폐해를 우려하여 경고를 할 수는 있지만 국가적인 정책관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무리가 된다. 사회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판별할 때 특정한 건강문제를 대상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방식에서 문화인자를 포함하여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정책이 된다.
경제성장으로 인한 소득증가가 술소비의 증대를 수반했다. 따라서 글로벌 사회에서 공급이 늘어나고 음주문제가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기존사회에서 없었던 문제가 새롭게 불거져 나왔다. 청소년과 여성들의 광범위한 음주량 증가가 그 중 하나다.
1인당 알코올소비량과 사회경제적 비용의 관련성 [그림1]
불거진 문제에 대처하고 사전예방에 나서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인류사회의 술 문제는 단순히 음주행위를 통제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술소비량 감소정책을 중심으로 할 때 해로운 음주가 줄어드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술 문제의 해결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별 음주이유와 음주문화는 유사성과 차별성이 동시에 있다. 결과로서의 음주문제는 그 차이가 반영되는 것일 것이다. 술로 인한 문제가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주요요인이라면 술소비를 줄여 문제해결에 나서는 것이 옳다.
그런데 프랑스는 술소비량은 많지만 음주로 인한 폐해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인다. 태국이나 일본, 미국은 그와 반대로 술소비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폐해는 더 큰 것으로 관찰된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것이 옳을까? 음주문제의 결정인자가 단순히 술 소비량만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1인당 알코올소비량과 알코올의존과의 관련성 [그림2]
알코올 의존자의 규모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술소비량은 많지만 의존자가 적다. 더 연구해야 밝혀지겠지만 유명한 프랑스의 저도주 위주의 반주문화와 젖은 음주문화(Wet Culture)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뉴질랜드, 태국, 캐나다, 미국 등은 술소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알코올 의존자는 더 많다. 음주장소가 주로 술집(Bar)이고, 폭음이 성행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논의의 핵심은 술로 인한 문제가 술소비량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코올 통제정책과 알코올로 인한 폐해감축정책 중의 선택
술로 인한 해로움을 줄이기 위한 정책으로 각국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크게 통제정책(Control Policy)과 폐해감축정책(Harm Reduction Policy)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보건당국은 그 중 통제정책을 선택하고 있다. 보건당국의 알코올정책을 개관해볼 때 통제정책과 폐해감축정책이 섞여 있지만 골간이 통제정책임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파랑새플랜 성과지표에 관리지표는 성인음주율, 1인당 알코올소비량, 청소년 음주율 등이다. 국민들의 음주폐해인식과 사회복귀시설의 수도 물론 관리대상이다. 그 이외에 다양한 해로운 음주행동이 관리 대상에 나열되어 있다. 정책의 과제가 술과 관련된 모든 대상의 모든 영역을 망라하고 있으므로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보건당국의 음주정책은 술소비량 자체를 줄이는데 근본목표를 두고 나머지 과제들을 함께 배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정책을 논의할 때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연 정부의 정책을 국민들이 받이고 있는가?’를 여부이다. 과연 보건당국의 정책을 국민이 받아들이고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음주와 관련된 법이 정말 많다. 주세법, 도로교통법, 청소년보호법, 국민건강증진법, 정신보건법, 경범죄 처벌법, 식품위생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음악산업진흥법,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아동복지법, 교육기본법, 학교보건법 등이 그것이다. 그 이외에 지방자체단체들의 조례가 있고, 공직자들의 복무규정과 안전수칙 등이 있다. 최근에도 공공장소 금주법, 주류광고 금지법, 학교 주류반입금지법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법에는 음주 자체를 통제하는 법과 술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에 관한 법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서 문제는 이 법등의 준수여부이다. 이 법 중 주류제조, 유통, 광고 등과 관련이 있거나 음주운전과 관련된 법들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교육과 관련된 법들은 실제 지켜지지 않고, 교육당국은 아직도 무관심한 수준이고 보건당국에서 막 시작하는 정도라고 보는 것이 옳다. 소관부처들이 관계법들을 제정하기만 했을 뿐 집행예산도 확보하지 않았고, 정책의 실천은 시작조차 하지 못한 것이 많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시민단체 자료를 보면 청소년들이 소매상에서나 술집에서 술을 사고 마시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법의 미준수는 오랜 기간 내려온 음주문화에도 영향이 있다. 우리 사회는 음주와 음주문제에 관대하다. 예를들어 만취익일 지각을 하더라도 큰 문제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술의 해로움 보다 편익이 더 크다고 대부분 사고한다. 조사결과를 보면 술이 건강에 피해를 주기보다는 편익을 준다는 생각이 더 많다.
이 상황에서 음주량이나 기회를 줄이고자 하는 정책지표는 목표달성이 어렵다. 법의 준수도 어렵고 음주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쉽지 않다. 더욱이 술소비량 또한 정체되고 있다. 이때 선택가능한 정책은 통제정책보다는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에서 선택하고 있는 폐해감축정책이다.
폐해감축정책의 골격은 교육이다. 술의 유해성을 줄이기 위해 술소비 자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술로 인한 폐해를 줄이는데 초점을 둔다. 그 결과 술의 유해성은 물론 시간경과에 따라 술소비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순위를 달리 두고 선택은 국민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폐해감축정책은 특히 정부의 예산부족 등 가용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보다 유용하다. 우리나라도 알코올 예방과 치료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곤란한 국가 중 하나다. 술 문제의 책임이 본인이나 가족에 있다는 생각이 일반적이고, 정책의 우선순위에서도 뒤떨어진다. 술문제를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생활하고 있는 국가에서 예산배정을 늘리는 일은 무리한 일이 된다.
더욱이 법적으로 강제하여 술 자체를 통제하는 정책은 효과가 거의 없다. 결국 음주자 개인의 자율적 능동적 개선노력이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음주문화의 개선과 타겟중심 정책의 실효성
논리적으로 폐해감축정책이 통제정책 보다 정당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음주문화의 개선실태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음주문제의 미래가 긍정적일때 정책의사결정이 보다 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화가 부정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면 정책개입방식을 보다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
해로운 음주에 대한 인식정도 [표2]
최근 데이터를 추적해 보면 알코올의 속성에 대한 이해정도 하락(54.3%→52.8%)이외에 임신여성의 음주불가(75.2%→77.7%), 음주운전 불법성(86.9%→93.4%), 여성의 취약성(74.3%→74.9%), 알코올의존에 대한 이해(82.0%→86.6%) 등이 개선되고 있다. 이는 술의 유해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게다가 청소년 음주인정(33.1%→26.8%)과 음주후 결근인정(24.1%→18.5%) 등 음주문제에 관대한 정도도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술이 대인관계에서 필수품(72.7%)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소통에서 술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알코올문제로 보기 보다 리더십의 등 교육의 과제로 이해한다면 우리사회에서 술문제는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 결과는 음주행동변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시간 음주자 감소(70.4%→66.7%), 복액후 음주자 감소(43.3%→39.8%), 안주없는 음주행위 감소(19.1%→14.0%), 첫단 원샷 감소(59.4%→53.1%), 음주운전차 동승자 감소(39.5%→31.8%), 음주위해 중요한 일 포기가 감소(20.2%→14.1%), 술잔을 한꺼번에 마시는자 감소(37.5%→33.1%), 음주운전경험자 감소(29.4%→24.6%) 등이 그것이다.
음주행동의 변화 [표3]
이러한 인식과 태도 및 행동변화는 음주문화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위 음주로 인한 유해성에 대해 음주자들이 성숙하게 대처하고 있으므로 그들이 음주기회를 박탈하는 정책에 추종할 이유를 찾기 어렵게 할 것이다.
기존정책과 대안적 정책의 비교 [표4]
이 때 정부의 정책은 기존의 그것과 분명히 달라질 필요가 있다. 기존의 정책은 모든 대상에 대해 필요한 모든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었다. 해로운 음주를 과다한 음주로 정의하고 모든 유형의 음주는 유해하다는 생각에 근거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정책의 유효성이 예상되지 않을 때 정책의 골격을 변경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물론 알코올 의존자나 이에 준하는 유해한 음주자들에 대한 음주통제는 필수적인 일이다. 하지만 건강한 음주자들은 술을 통해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인정해야 하고 유해성에 대해 자율적으로 규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술이 있어 술을 마시는 데, 정상적 음주자에게 금지적 개입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더욱이 사회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음주문제를 지정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음주가 문제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해로운 음주를 단계별로 정하고 보다 구체적으로 해결해 가는 것이다. 관대한 음주문화와 건강음주의 편익에 대한 인정이 공직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한 현실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의 추진방법은 핵심 타겟을 대상으로 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단계별 개선이 될 것이다.
음주문화와 알코올 문제의 총체성과 한국적 해결책
우리사회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고자 할 때 그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먹고 마시며 소통하는 수단인 일상의 생활문화를 대상으로 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보다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유효할 것인가?’가 논의의 결론을 내릴 때의 과제이다.
통제정책은 주로 외부로부터 도덕와 공정성의 기준을 제시한다. 그러나 술에 대한 정책이 과연 그러한 외적 기준에 의해 작동할 것인지 의문이다. 오랜 기간동안 일상의 기본의식과 행동기준의 준거는 유교, 도교, 불교 등의 가치관에 의해 작동해온 역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의식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는 적 의사결정의 문화에 익숙하다. 알코올 통제정책이 법적 추진이 어려운 이유도 그러한 근본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음주의 이유 또한 그러하다. 소통, 관계 뿐 아니라 안식, 약용 등 술의 사용가치는 보다 근본적이다.
술의 정책에 관한한 글로벌 사회도 제각기 그 사회에서의 사용가치와 문화적 대응방식이 주요 결정인자가 되었다. 글로벌 사회의 의사결정체인 세계보건기구가 각국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그것에 기인할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사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통제나 폐해감축이냐?“를 두고 오랜 논의를 왔다.
우리는 이제 막 정부차원의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각계의 평가대로 파랑새 플랜도 아직은 선언적 의미를 가진 정도에 불과하고 그 구체적인 정책방향의 설정작업도 이제 시작단계이다. 술문제는 정부, 업계, 학계, 민간단체 등 관련자 모두가 한자리에서 해결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과제다.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함께 나서야 해결이 될 수 있는 정책과제를 한 부처에서 제시하는 정책관에 모두 토론없이 따르는 일은 현명하지 않다. 음주문화는 범부처차원을 넘어 범사회적으로 대응해야할 기본적인 과제다. 대안이 제시 되었을 때 기존의 정책당국자들은 신중히 그 대책검토에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더욱히 학계, 시민단체, 업계 등과의 논의도 빠뜨려서는 안될 것이다.
타겟중심의 대안을 채택할 경우 선택가능한 대상과 행위는 우선 세가지다. 청소년음주, 임신여성의 음주, 음주운전 등이다. 그 과제들은 사회전체가 부정하기 어려운 정책대상이자 행위이다. 적정음주의 기준을 소량의 잔수로 제시하거나 주관적 차이가 큰 과음의 정책대상으로 할 경우 정책수용성이 저조한 것은 당연하다.
3년간의 비교자료에서 청소년 음주는 초등학교(1.2%→4.5%), 중학교(5.8%→14.0%), 고등학교(15.6%→53.7%) 등 각급학교에서 증가세가 튼 것이 확인된다. 음주운전 발생도 1999년 23,718건에서 2009년 28,207건으로 늘었다. 임신여성도 2011년 14.5%나 된다.
우리 문화를 고려할 때 누구라도 동의할 수 있는 과제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 일정기간 동안 그 문제들에 주력한다면 다른 문제들도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작금의 음주문화 개선상황이 그것을 담보할 것이다. 우선 당장 해야 할 일에 자원을 집집하자.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어렵게 가지 말아야 한다. 과거와 같이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