痛風도 때론 고마울 때가 있다

김원하의 취중진담

 

痛風도 때론 고마울 때가 있다

 

 

나이 들면 병(病) 몇 개쯤은 달고 사는 게 인생이다.

하기야 무병장수 한다면 그 만큼 고마울 수도 없겠지만 주변에 그런 사람을 보기란 쉽지 않다. 청청한 날이 있으면 궂고 비바람 치는 날도 있듯이 우리 몸도 매 한가지다. 풋풋한 젊음이 나이 들어가며 절인 배추처럼 축 늘어지면 여기 저기 아픈 곳이 늘어난다.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도 몸에 좋다는 보약을 밥 먹듯 챙겨 먹은 사람도 나이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병마가 찾아드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내기는 불가능 한 모양이다.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생각 보다 일찍 세상을 떴고, 아직 일할 나이인데도 재벌 총수들이 병마에 시달리거나 일찍 사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병마는 권력이나 경제적인 것 하고는 상관이 없는 듯싶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회악으로 일찍 죽어버렸으면 하는 사람들이 오래 살고, 남 보다 잦은 병치레를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담 오래 사는 것을 본다. 평생 보약 한 첩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제 수명대로 산다.

조물주의 배려인가보다.

현대 문명이 발달 할수록 병도 발전해서 일까. 예전에는 듣도 보지도 못했던 병들이 생겨나고 소멸된다. 감기 몸살처럼 누구나 앓아봤던 것, 음식을 잘못 먹어 배탈이 났던 기억 등이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지만 감기는 만병의 근원으로 조심해야 하는 병이기도 하다.

아픔이 수반되는 병이라면 대상포진을 예로 들 수 있지만 통풍(痛風)에 비하면 새털처럼 가벼운 병이다. 통풍이란 병은 바람만 스쳐도 통증이 온다고 붙여진 병명(病名)이다. 병중에 통풍만큼 아픔이 수반되는 병이 또 있을까할 정도로 통풍은 말도 못하게 아픈 병이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파서 아픈 부위를 잘라내고 싶다고 말하는 통풍환자들의 표현은 엄살이 아니다.

통풍은 나이가 많을수록, 그리고 혈중 요산(尿酸) 농도가 높을수록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요산은 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푸린이라는 물질을 인체가 대사하고 남은 산물로, 혈액, 체액, 관절액 내에서는 요산염의 형태로 존재한다. 혈액 내 요산 농도가 일정 수치 이상을 넘으면 고요산혈증이라고 하는데, 그 원인을 크게 요산이 과잉 생산되는 경우와 요산의 배설이 감소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요산이 발가락이나 발목, 무릎 같은 관절 등에서 결정체로 만들어져 통증을 일으키는 병인데 요산의 결정체는 바늘처럼 생겨 이것이 신경을 건드려 아픈 것이다.

죽을 것처럼 아픈 통풍도 발병 초기에 진통제를 맞으며 약물치료를 하면 가라앉는다. 그런데 문제는 관절에 통증이 왔는데도 이를 통풍인지 모르고 엉뚱한 약을 쓰거나 방치하면 큰 고생은 물론 관절에 변형이 생겨 평생 고생을 하게 된다.

관절이 아프면 일단 혈액검사를 해보고 요산수치가 7(여자는 6)이상이면 통풍치료를 해야 한다. 어느 정도 치료가 끝나면 정상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바로 이때부터가 문제다.

통풍 때문에 금기시 했던 음식(요산수치를 높이는 술, 등 푸른 생산 등)을 먹게 되면 요산수치가 올라가 통풍이 재발된다. 한 번 통풍에 걸렸던 사람들은 재발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평소에 즐겨 먹던 치맥은 물론 맥주는 쳐다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몸에 좋다는 고기류를 비롯해서 고등어 꽁치 같은 등 푸른 생산은 물론이고, 멸치 새우도 금기 식재료다.

한 마디로 비린 것을 멀리 하는 스님처럼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풍에 걸려서 아픔도 문제지만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것도 큰 고통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절 음식만 먹고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스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짜증만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통풍에 가장 해롭다는 알코올을 자제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히 절주를 해야 한다. 그래서 통풍에 걸렸던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술을 줄인다. 통풍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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