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시래기 제 살 뜯어 먹기’식의 과당 경쟁만은 말자”

경남·울산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 韓學祚 회장 인터뷰

 

“‘꼬시래기 제 살 뜯어 먹기’식의 과당 경쟁만은 말자”

 

회장 선거 8번이나 추대로 뽑아 단합과시

회원은 협회를 협회는 회원을 위해 봉사

 

 

경남 울산 종합주류도매협회 한학조 회장서울은 봄이 온 것 같은데 봄 같지 않은 날씨가 계속 되고 있다. 이런 꽃샘추위를 가리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한학조(韓學祚, 66) 회장(경남·울산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을 만나러 마산으로 가는 날 서울 날씨는 쌀쌀했다. 그렇지만 마산 기차역에서 내리자 공기는 사뭇 달고 햇볕은 따스했다. 봄이 오는 길목이어서 그런가.

마산 역 앞 광장에 서서 이방인들을 맞이하는 노산 이은상의 ‘가고파’ 시비조차 정겹고 마산이 문학의 고장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불원천리 마다 않고 韓學祚 회장을 만나러 마산으로 발길을 재촉한 것은 전국 16개 시·도 도매업협회에서 유일하게 경남·울산협회만이 8대(24년)에 걸쳐 협회장 선출을 경선 없이 추대로 선출하고 있는 비결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한 회장의 전임 조병용 회장이 3대에서 7대까지 내리 5선을 경선 없이 협회장으로 추대 받아 협회를 이끌었고, 현재의 한 회장 역시 전임 조병용 회장의 뒤를 이어 3선 째 협회장으로 추대되어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일반 단체에서 회장 선거가 끝나면 이런저런 잡음이 일고 때에 따라서는 소송전까지 벌어지는 일이 다반사인데 8번에 걸쳐 협회장을 추대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주류업계뿐만 아니라 여타 단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회장의 임기가 3년이므로 24년 동안 협회 조직의 수장을 경선 없이 선출한다는 참으로 어려운 일인 동시에 협회원 모두의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학조 회장은 “전임 조병용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 때문이었다”고 전제하고, “이곳 사람들은 뭉쳐야 힘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도매업자들은 협회를 중심으로 업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회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말은 이렇게 해도 분명 숨어 있는 비결이 있을 듯 한데 한 회장은 쉽사리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겸손의 미덕이랄까.

 

IMF 계기로 더욱 탄탄해진 星光綜合酒類

한학조 회장은 2008년 3월 조병용 회장 후임으로 경남·울산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 회장으로 추대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약관 26세 나이로 주류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40여년 만에 한 지역의 책임자가 되고 지난 해 4월에는 전국종합주류도매업협회 부회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한 회장의 주류업계 입문은 한 친척의 강력한 권유 때문이라 했다. 군대에서 막 제대하고 괜찮은 직장에 취직이 됐는데 친척이 다니고 있던 주류 유통회사에서 일 할 것을 강권하는 바람에 이 회사에서 6년간 주류 영업일을 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주류 유통을 배웠다고 생각하고 1981년 한 회장과 경리 1명이 영업을 하는 아주 작은 회사로 (유)경남양주판매상사를 창업하여, 1990년 5월에는 (有)星光綜合酒類로 재 창업하기에 이른다. 큰 어려움 없이 도매업자로서 성장 가도를 달려 왔다는 한 회장은 IMF를 만나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고 했다.

“당시 회사가 임대했던 터에 공공건물을 짓는다고 나가 달라고 하는 겁니다. 개인이나 회사나 있던 집에서 밀려나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닙니까? 그래서 이사 갈 터를 찾던 중 경매에 붙여진 500여 평 대지를 발견하고 어렵게 이 땅을 구입한 것이 지금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화복은 동문(禍福同門)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여겨지더라고요” 이 때문에 성광종합주류는 더욱 탄탄대로를 걷게 되었다고 했다.

 

6억원의 장학기금 마련하고 장학금 지급

장학금 지급한 회장이 경남·울산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 회장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시작한 사업은 장학 사업이었다고 한다.

도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원들은 사실 고된 일을 하고 있지만 후한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때론 사원들의 자녀들이 학업을 접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같은 딱한 사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직원들 자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장학 사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장학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장학금을 지급할 자금이 한 푼도 없었다. 그래서 (주)무학(회장 최재호)에 장학금 지원을 요청하는 등 각계각층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현재는 6억 원에 이르는 장학기금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 동안 2012년에 대학생 5명에게 각 백만 원과 고등학생 14명에 50만원씩을 지급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에는 고등학생 22명, 2014년 24명, 금년에도(정기총회 때) 34명의 고등학생에게 각 50만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그동안 장학기금의 이자로 지급한 장학금만도 99명에 5천2백만 원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야 말로 우리의 미래요 꿈이 아니겠습니까. 정기 총회를 맞아 많지는 않지만 회원사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순간만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한 회장은 가능한 장학금을 늘려서 더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고 했다.

한 회장이 장학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주류업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에 헌신 하는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사회봉사에 대한 열정이 통했던 것일까, 경상남도지사 표창 2회를 비롯하여 2011년도에는 기획재정부장관 표창까지 수상한 바가 있다.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는 말 상기시켜

종합주류도매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수도권이나 지방이나 매 한가지로 거래처 확보를 위한 내구소비재를 지원하는 문제와 지입차량을 근절시키는 문제다.

이 같은 문제는 국세청에서도 근절되어야 된다고 보고 ‘주류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내구소비재 공급시 준수사항’을 발표한바 있다.

쇼케이스(냉장진열장)에 한해 신규 개업 음식업소에만 공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냉장고 등을 지원 하는 등 거래처 확보에 지나친 과열을 일삼는 업자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남·울산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는 지난 1월 28일 (주)무학의 후원으로 사천시 곤양면 LIG 인재니움에서 1박2일 동안 ‘주류발전포럼 및 대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한 회장은 “우리 도매업자들은 제조사의 불공정 거래관행과 소매업소의 무리한 요구사항 사이에서 너무나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고난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길은 오로지 단결만이 살길이다.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우리가 대내·외적으로 몰아쳐 오는 파도를 가르면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나 혼자만이 살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다 같이 공생을 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야 된다”고 강조 했다.

한 회장은 지난 해 회장에 3선임 되고 나서 한 인사말에서도 “회원 간 서로 동업자를 생각해 남의 거래처를 침탈하는 행위는 하지말자”고 강조 할 만큼 유통질서 확립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구소비재 과다 지원하는 문제와 지입차량 근절돼야”

도매업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가 지입차량이다. 주류도매업계의 지입차량은 일반적으로▴영업사원이 자신이 차량을 구입하여 회사 명의로 성과급 영업을 하거나 ▴지입차량 운영회사의 매출액 증감현상이 심하고▴영업이 끝나고 사업장이 아닌 도로변 노숙을 하는 경우▴거래처의 채권, 채무, 내구소비재를 개인이 관리하고▴거래처에 세금계산서를 정상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마진율(8% 이하)로 발행하고▴타 업체보다 매출액은 많으나 마진율이 낮은 경우는 지입차량으로 간주 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지입차량으로 인해 거래질서가 무너지고 결국은 도매업계가 공멸하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한 회장은 이 같은 지입차량 근절을 위해 금년 한 해 동안 지입차 일소운동을 사업목표의 하나로 정했다고 했다. 이미 부산협회와 공동으로 스티커(사진)를 제작·배부하여 배달차량에 부착토록 한 바 있다. 또한 지입차 신고 포상금을 2천만 원으로 인상했고, 노숙차량을 비롯한 지입혐의 차량에 대하여는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성과를 거둔다는 각오로 지입차량 근절에 매진하고 있다.

한 회장이 회장에 취임하고 나서 경남·울산지방종합주류도매업체에서 유통질서를 위반하여 처벌된 업체는 면허취소 7개, 영업정지 23개, 통고처분 5개 업체에 이른다.

또 소매 및 의제판매점도 면허 취소 54건, 통고처분 1,850건, 지도단속 54,200건에 이를 만큼 법을 어기는 업체에 대해서는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한 회장은 “‘꼬시래기 제 살 뜯어 먹기’라는 말이 있다. 과당 경쟁의 결과로 회사의 수지타산은 더욱 어려워지며, 손해는 자신에게 돌아오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만 살겠다는 이기심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일시적으로 이득을 보기 위해서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탈법을 일삼다가는, 영원히 도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프랜차이즈 본부의 리베이트 근절, 명절선물 안주고 안받기 운동 같은 실질적인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회원사에 도움을 주고 있다.

경남·울산지방종합주류도매협회는 금년도 사업으로 내구소비재 과다지원근절을 위해 3월 이후 단속, 고발 등을 통해 적발되면 바로 불이익이 온다는 사실을 회원사에 주입시켜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제조사 지점관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해당지역의 회원사가 주류를 공급하고, 대여금도 지점에서 지원토록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도매 장에서는 매출중심이 아닌 이익중심의 경영을 하도록 한다는 사업계획이다.

 

경남·울산 지역 조선업계 침체 도매업까지 파급

현재 전국의 모든 주류시장이 과당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경남·울산지역은 조선사업의 침체로 주류시장까지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어 전체 도매업체의 매출이 줄고 있다.

한 회장은 “시장 경제가 어렵다고 손 놓고 있으면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면서 “모두가 단결하면 살길이 보이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 같은 ‘단결’이 전임 조병용 회장이나 한 회장의 세상을 살아가는 신조 같다.

‘단결’이라는 화두가 24년간 협회장을 선임함에 있어 경선이 아닌 추대로 회장을 뽑은 원동력이 아닌가 여겨진다.

한 회장은 순수 마산 토박이다. 마산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오고 부산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닐 때와 군대를 갔을 때를 제외하곤 마산을 떠나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마산에는 친구도 많고, 인연 쌓은 사람들도 많아 현재 도매업협회장 말고도 라이온스, J·C, 국제라이온스클럽 같은 사회 활동도 왕성하게 하고 있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

마산을 떠나면서 흥얼거려 본다. 노산 이은상처럼 말이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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