溫故知新 박록담의 복원 전통주 스토리텔링(14)
<아들두견주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이제 머지않아 남녁으로부터 진달래가 온 산을 뒤덮을 때가 다가온다. 옛 풍습으로는 ‘진달래술’을 빚을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진달래술’은 ‘두견주(杜鵑酒)’라고도 하는데, 충남 당진의 ‘면천두견주(沔川杜鵑酒)’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나호로 지정될 만큼 유명하다. 그만큼 ‘두견주’는 우리 세시풍속이나 음주문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저술연대와 저자미상의 한글기록인 <주식방문>에 ‘아두견주’라는 주품명과 함께 주방문을 엿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그리고 ‘아두견주’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두견주’와는 전혀 다른 주방문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우선 ‘아두견주’라는 주품명이 암시하는 ‘아’의 의미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아두견주’의 주방문에 대한 호기심이 그것이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은 고어사전에서 ‘아들’로 설명되고 있다. 또 <酒政>이라는 1800년대 문헌에 ‘아소곡주(兒小麴酒)’가 등장하는데, 일반 ‘소곡주’에 비해 주원료의 배합비율을 10%로 줄여서 빚는 ‘적은 양의 소곡주’를 뜻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아두견주’는 자전풀이 그대로 정상적인 방법에 비해 약식이나, 소량으로 빚는 두견주라는 해석과 함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예로 ‘두견주(杜鵑酒)’ 주방문 가운데 비교적 간단한 <술 빚는 법>의 주방문을 보면, “초 일의 미 두말 셰작말허고 물 두 말을 히여되, 족박 여 박이 갈아안계 혀, 가로의 물을 부어 범벅이 되계 쪄허 두어다가, 밤 씩거든 조흔 가로누룩 칠홉과 진말 칠홉을 한 셕거 넘지 안니헐 항의 너허 찬 두여다가, 두견니 날만 거단, 미 셔말 졈미 셔말 졍이 쓸어 부 밥을 익계 쪄, 물 셔 말을 번 여 밤의 씩거단, 밋 헐 젹의 이불 다 것고 군 업시허여, 독의 두견을 두어 되 곳술을 업시 고 술 괼 의 너허다가, 삼칠일 만의 먹계 허라. 한졔가 모도 여달 말인니, 반만 허려허면 각각 분반라.”고 하였다.
즉, 정월 초 해일에 쌀을 가루로 빻아 동량의 끓는 물로 범벅을 쑤어 익히고, 차게 식으면 가루누룩과 밀가루 각 7홉씩 넣어 밑술을 빚는데, 큰 독에 담아 진달래꽃이 필 때까지 두었다가, 찹쌀과 멥쌀 각 3말씩 따로 고두밥을 짓고, 물도 3말을 끓여서 고두밥과 물이 다 식으면 밑술과 합하여 술밑을 각각 버무려 안치는데, 진달래꽃은 덧술이 괼 때 넣는 방법인 것이다.
따라서 <술 빚는 법>의 ‘두견주(杜鵑酒)’는 진달래꽃을 넣는 방법에서 다른 문헌의 ‘두견주(杜鵑酒)’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차이점이 바로 <주식방문>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아두견주’와 유사한 점이기도 하다.
‘아두견주’ 주방문의 특징을 찾아보면, 몇 가지 여느 ‘두견주(杜鵑酒)’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바로 ‘아두견주’라는 주품명으로 나타나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주식방문>의 ‘아두견주’는 진달래꽃이 피는 시기가 술을 빚는 때로서, 양주시기에서 차이를 알 수 있다. 양주시기는 술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자, 그 주품의 특징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꽃이 피는 봄에 빚는 ‘아두견주’는 한겨울에 빚는 일반 ‘두견주(杜鵑酒)’와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둘째, <주식방문>의 ‘아두견주’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일반적인 ‘두견주(杜鵑酒)’의 덧술 방문으로 이루어지는, 즉 단양주법(單釀酒法)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두견주’ 주방문에 “두견화 픠 소문 잇거든 미 두말 가옷 졈미 두말 가옷 옥치 혀 가 라밤 지나거든 쇼국쥬 밥치 되기 오고 힌 믈 닷말을 어치 오고 독을 날믈긔 업시여 고앙의나 서 뭇고 술미 너코 메밥 진 거 몬져 너코 그 믈 닷말을 우희 퍼부어 야 두엇다가 두견화 픠거든 여 업시 졍히 담아 되만 줄흘 죄 싯고 손으로 쥐여 슐을 깁히 헤치고 너허 두엇다가 열흘 후 보면 말가케 괴야 과 밥알이 우희 오니라. 다 후”라고 하였다.
꽃피는 소식을 듣고 술을 빚었다가, 술이 어느 정도 익은 후에 진달래꽃을 따다가 술덧에 쑤셔 박아 두고 10일 정도 기다려서 꽃잎이 삭아 위로 떠오르면 떠서 마신다는 것이다.
‘아두견주’가 단양주법으로 이루어진다는 근거이다. 다만, 술밑이 어느 정도 발효된 후에 꽃을 투입하고 다시 기다렸다가 꽃을 넣는 방법은 무엇보다 안전한 발효를 중요하게 여긴 때문으로 판단된다. 단양주법이기 때문이다.
셋째, 고두밥과 꽃잎이 다 삭아서 주면 위로 떠오르면 다 떠서 채주를 마치는 것으로 되어있다. 술을 빚어 채주를 한다고 하는 것은 술빚기를 끝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와 같이 한번의 양주과정으로 말미암아 ‘아두견주’라는 주품명을 붙이게 되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아두견주’ 곧 ‘아들두견주’는 이양주법의 ‘두견주(杜鵑酒)’와 달리 한번으로 그치기 때문에 ‘약식 두견주’이고, 이양주법 ‘두견주’에 비해 어린, 맛이나 향기가 덜한 ‘아들(아이)과 같은 두견주’라는 애칭을 붙이게 된 것이라는 견해이다.
이렇게 하고보니 아쉬움이 남았던지 “다 후 말을 닉게 식여 너코 믈 말만 혀 식여 부으면 수이 되니 이거시 아달두견쥬니라. 믈기 죠곰 이셔도 싀니 일졀 졍히 여 질 금 니라”고 하였다.
이 과정은 후주(後酒)를 하는 과정이지 정식 양주과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다른 주품과 주방문에서 후주는 대개 죽(粥)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고두밥(蒸飯)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고두밥으로 후주를 하는 ‘아두견주’와 같은 방법은 중국식 술빚기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비로소 ‘아두견주’ 주방문에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후주방법이 다른 ‘두견주’와 또 다른 차이점이기도 하다.
끝으로 주방문 말미에 “믈기 죠곰 이셔도 싀니 일졀 졍히 여 질 금 니라.”고 하였다. 여기서 “행주질을 가끔하라.”고 한 까닭은, 술밑이 다시 끓으면서 술독이 뜨거워져 산패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여겨진다.
이제까지 대다수의 주방문에서 죽으로 하는 후주방법이 주류를 이루게 된 배경이 후주 후의 재발효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고두밥으로 하는 후주방법을 기피하게 된 배경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후주 후에는 술독을 서늘한 곳으로 옮겨두어야 할 필요가 있고, 가끔 술독을 살피고 만져보아서 조금이라도 더워지는 기운이 느껴지면 즉시 차게 식히고나 채주를 끝내야만 한다.
<주식방문>의 ‘아들두견주’를 통해서 우리 전통주의 이야기가 보다 다양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낳게 된다.
아달(아들)두견주 방문 <주식방문>
술재료 ▴밑술 : 멥쌀 2말 5되, (누룩가루 2되, 밀가루 1되), 두견화 1되, 끓여 식힌 물 5말
▴덧술 : 찹쌀 1말, 끓여 식힌 물 1말
술 빚는 법 ▴밑술 :① 봄에 진달래 피는 소문이 들리면, 멥쌀 2말 5되를 옥같이 깨끗하게 씻어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되직한 고두밥을 짓는다.② 물 5말을 팔팔 끓여서 넓은 그릇에 나누어 담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④고두밥에 (누룩가루 2되와 밀가루 1되를)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⑤ 술독은 (짚불연기를 쏘여 소독하여 마른 행주로 그을음을 깨끗이 닦아 내고,) 날물기 없이 하여 광이나 서늘한데 묻어놓는다.⑥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친 후, 그 위에 식혀 둔 물을 퍼붓고 싸매서 발효시킨다.⑦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필 때, 활짝 핀 진달래를 따다가 꽃술을 제거하고 깨끗하게 씻어 1되를 준비해 놓는다.⑧ 술밑이 발효되어 내려앉았으면 술밑 위를 걷어내고, 준비해 둔 진달래꽃을 쑤셔박은 후, 다시 밀봉하여 10일간 발효 ·숙성시킨다.⑨ 술독을 열어보아 밥알과 꽃잎이 말갛게 떠올라 있으면 채주한다.
▴덧술 :①. 찹쌀 1말을 옥같이 깨끗하게 씻어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되직한 고두밥을 짓는다.② 물 1말을 팔팔 끓여서 넓은 그릇에 나누어 담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 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④ 술을 다 떠낸 술밑에 고두밥과 식혀 둔 물을 고루 섞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다시 발효시키면 수일 내로 술이 익는다.
* 다른 문헌의 ‘두견주’ 주방문과는 매우 상이한 주방문이다. 주방문 말미에 “믈기 죠곰 이셔도 싀니 일졀 졍히 여 질 금 니라.”고 하였다. 여기서 “행주질을 가끔하라.”고 한 까닭은, 술밑이 지나치게 끓으면서 술독이 뜨거워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여겨진다.
<아달두견주 방문> (봄의) 두견화 픠 소문 잇거든 미 두말 가옷 졈미 두말 가옷 옥치 혀 가 라밤 지나거든 쇼국쥬 밥치 되기 오고 힌 믈 닷말을 어치 오고 독을 날믈긔 업시 여 고앙의나 서 뭇고 술미 너코 메밥 진 거 몬져 너코 그 믈 닷말을 우희 퍼부어 야 두엇다가 두견화 픠거든 여 업시 졍히 담아 되만 줄흘 죄 싯고 손으로 쥐여 슐을 깁히 헤치고 너허 두엇다가 열흘 후 보면 말가케 괴야 과 밥알이 우희 오니라. 다 후 말을 닉게 식여 너코 믈 말만 혀 식여 부으면 수이 되니 이거시 아 두견쥬니라. 믈기 죠곰 이셔도 싀니 일졀 졍히 여 질 금 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