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점검해 보는 주류정책의 향후 과제③
조성기(아우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조성기(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원주한살림, 이사장 ▴살림농산, 대표이사 ▴생명농업, 이사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이사
전통주 수출은 민, 관, 업계, 학계, 예술계가 모두 힘을 합치는 모델이어야 할 것이다.
우문을 해보자. 농식품부가 주관하던 전통주 수출과 국세청 주도의 k-suul 브랜딩 수출 드라이브 정책은 비교할 때, 정책효과성은 어디가 더 있을까? 사실 그 질문의 시작부터 오류다. 함께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답이 정답이 아닌가. 각각 추진했을 때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
통상 정책은 인식, 태도, 가치관 등의 변화가 수반될 때 효과가 나타나므로 10년.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 또한 “어떤 부처가 관장 했는가?” 보다도 “얼마나 지속했는가?” 가 더 맞는 일이 될 수 있다. 물론 씨앗의 발아 속도를 보면 미래 변화는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굳이 그 효과성을 당장 판단해 보자면 “얼마나 영향력 있는 많은 기구들이 그 실현을 위해 몰입하고, 함께 공감대를 가지고 참여하고 있는가?” 가 기준이 될 수 있다.
국세청이 주관하는 전통주 수출사업은 진행 과정의 기운이 남다르다. 제조 대기업들, 전문가들, 전문기관들, 막걸리, 위스키, 와인, 증류주, 수제맥주 등을 포함한 거의 모든 광의의 전통주업체들, 연예인이나 예술가들도 참여한다. 제조 대기업들은 이미 해외 시장에 교두보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 그 교두보를 토대로 지원한다. 실적이 이미 나오기 시작했다. 해외 주재관들과 KOTRA 등에도 협조를 구한다. 코트라에서도 정보부터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국세청이 주도할 때 여러 부문의 관계자가 전 방위적으로 손을 잡는 모습은 20여년 전 국세청이 주류정책을 주도할 때의 장면이 부활되는 형상인 것이다.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주류정책의 정책 관을 설정할 때에 ‘인간의 본성’부터 참고해야 한다.
주관부처에 대한 논의를 넘어서 보자. 향후 주류정책의 과제를 논할 때 중요한 논제 중 하나가 제도의 현실적 유용성 문제다. 최근 도매업계의 면허장 발급이 주요논제 중 하나다. 현실의 제도가 규제완화로 자율화되었을 때 시장에 무슨 일이 발생할까? 주류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최근의 술값 상승이 도매업의 존재 자체라고들 판단한다. 그 생각은 주류가 제조 도매 소매로 이어지는 3단계 정책관리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 생각인 것이다.
“그 생각이 옳은가? 그른가?”를 분별하는 의견은 오히려 주류유통의 정책관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가에 대한 신념에 따라 달라진다. 본질적으로 도매를 빼고 술을 유통시키는 국가는 거의 없다. 대체로 효율적 효과적이기 때문에 존립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조에 유통파트를 운영했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한 제조사와 한 식당이 묶여져 있는 체제가 아니라 여러 제조사와 여러 주종이 도매로 모여 한 식당으로 옮겨가는 체제다. 효율성이 어디서 나오는 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도매단계를 제조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도매단계를 대형업체들로 유지하는가? 중소업체들로 유지하는가?” “일부를 없애는가? 아예 전체를 자유화 하는가?”에 대한 실제도 각각 국가별로 다르다. 우리나라는 제조부문을 대형화하고, 도매를 별도면허를 가진 중소기업으로 전국적 면허 제도를 가지고 운영한 역사가 반세기에 이른다.
그 역사는 근본적으로 ‘주류규제론’에 입각해 술에 대한 생산, 유통, 소비 전 분야와 국민들의 행동을 정부가 관리하겠다는 정책 관에 기초해 있다. 그리고 크고 작은 모든 부문에서 술을 규제논리 속에서 작동시켜 온 것이다. 소매면허가 전문주류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랐었던 것이 아니다. 소매가 신고제로 자유화 된 데에도 성장시대 민생에 대한 고민에서 결정이 된 것이다. 산업이 형성되지 않고 일자리가 없을 때 소위 구멍가게는 많은 국민들의 생업과 직결되었었다. 심지어 은행의 자금이 충분치 않을 당시에는 일반국민들의 생활자금의 대부기능도 구멍가게 주인들이 가졌던 시절도 있었다. 생필품의 조달 거점이다 금융기관이었던 추억들이 있다.
최근 술값인상이 되자 정부가 급해졌다. 선거철이 다가와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술값은 민생에 민감한 사안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일까. 마트나 식당에서 술의 “구매가격이하로 덤핑판매가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생각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국세청이 덤핑허용정책에 동의한 것은 소비자 효용을 중시하는 정책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리라. 사실 주류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에 언론도 학계도 단순히 소비자 효용을 늘릴 좋은 결정이라거나 소비증가를 부추기면 부작용이 있을 거라는 정도로 가볍게 반응하고 있다. 심지어 주류공급가 아래에서 판매하면 파격세일이나 특정시간대 추가할인 등 방식으로 가격인가가 가능해지지만 연말 월말 밀어내기, 손해 본 만큼 뒷돈 받기 등 폐해가 재개될 수 있다는 사실도 생각해야 한다. 과연 정책판단에 그 부분들을 넣었을까?
게다가 최근 주류출고량이 늘고 있다는 통계를 접하면서 수요증가를 부추길 수 있는 정책의 선택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현행 고시를 넘어서는 덤핑허용사례는 효과 자체를 논하기 전에 현행 정책의 “주류 정책 관”이 무엇인가를 논할 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는 비슷한 시기에 정부 세법개정안을 해서 주류가격의 지속 상승 메커니즘을 일반화 했던 맥주와 탁주의 종량세 물가연동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물가를 낮춰 싼 가격에 술을 공급하겠다는 생각을 왜 이 시점에 여러 부문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전개되는 것일까.
술값 상승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 걱정되는 관청가와 정치계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술값 상승이 정책의 실패로 인지되는 상황이라면 역시 국민들의 “주류 정책관”에 대해서도 다시 논의하고 합의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시사 하는 일이다.
최근 마트와 식당에서 구매가 이하의 덤핑판매 허용정책의 단행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주류정책의 향방을 논의할 때 이는 매우 중요한 사례다. 기본적으로 ‘가격제도’, 가격접근성 통제를 통해 “술 마시는 이들의 자유를 억제할 것인가?”, 아니면 “마음대로 자유럽게 마시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 정부나 국민들의 합의가 없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다 아는 일이다. 학교에서도 사실 필요한 만큼 교육을 받은 기억도 없다. 과거에는 할아버지, 삼촌들이 제사의 자리에서 음복을 하고, 어린 후손에게 음주를 경험하게 한 적이 많다. 항상 술은 관혼상제 우리들의 옆에 있었다.
선거철이 되었을 때 이 같은 현상을 보인 것이 비단 요즘 정부에서만 발생한 일이 아니다. 항상 그랬다. 30년 전에도 주류건강기금 부과를 논의하다가 선거철에 되자 일순간에 사라진 기억이 난다. “과연 술은 우리에게 어떠한 물질인가?”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해 술을 마신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자발적으로 져야 하고 그럴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자유주의자들은 주류 관련 규제제도들이 인간의 자발성과 창조성을 억압하는 도구로 인간을 위협하고 보고 있다. 과연 ‘술로 인한 사회경제 문화적 폐해’에 음주자들이 “자발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는가?”에 대한 증거자료를 보고 그 대책에 대해 정부가 판단했는지에는 누구나 의문을 가질 것이다. 아마 감각적으로 대처했을 것이라는 의견인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완전히 다른 두 가지 목소리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이들이 없다. 여성가족부나 보건복지부는 음주의 규제, 통제에 찬성하는 편이다. 국세청도 기본적으로는 규제강화나 최소한 현재 규제의 유지에 동의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국세청의 상위부처인 기재부나 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전부터 자유주의적 입장, 즉 가격하락을 통한 소비자효용의 증대나 업자 편리성의 방향에 동조해 왔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30년 전의 정책토론회 자리도 같은 양상이었다. 변함없이 한 정부 내 다른 입장이 있었고, 전체 국무의 조정에 영향력이 큰 기재부의 의견이 일반적인 견해가 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 그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제도의 권력에 저항할 힘이 없고 스스로 복종하고 있다거나 인간의 정신적 발전이 잘못된 권력에 대한 저항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논리에 근거하여 ‘주류’라 하더라도 역시 ‘산업의 자유’나 ‘음주자의 자발성’에 만사 맡겨야 한다는 논리였던 것이다.
그와 반대로 ‘술 앞의 인간’은, 국민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안정된 삶을 보장받기 위해 “주류규제란 꼭 필요한 장치일까?” ‘주류관계 법이나 규제’가 자연스런 현상이고, 관습, 도덕 등을 어겼을 경우 처벌받는 “강제성을 지닌 사회규범이 필요한 것인가?” 사회의 유지 발전을 위해 법에 의한 “주류관련 규제는 당연한 것인가?”
사실 그에 대한 합의, 찾아낸 ‘정답’이 우리사회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 틀려도 일단 있었어야 했다. 그래서 갑자기 ‘국세청 고시’를 넘어 ‘술값 덤핑판매’를 허용하는 정부 정책의 변화가 가능한 일이 되었다. 그래도 아무 문제 안 되는 상황이었다. 다만 국세청이 종래의 규제론적 입장을 고수하지 않고, 상위 부처의 판단에 그렇게 빨리 추종한 것은 그래할 사정이 있었겠지만 평소의 규제론 소신을 고려할 때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향후 과제 1 : 시대의 변화에 따른 주류정책의 중핵, ‘정책주관’ 부처의 선택에 대해 합의하자.
정부의 의견이 이원화 되어 있고, 선거철 마다 약속된 제도를 벗어나는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우리 주류정책이 가진 한계일 수 있다. ‘자유주의적 입장’과 ‘규제론적 입장’이 하나의 정부 내의 하나의 정책 관으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중 하나다.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다른 결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들도 음주자들의 생각도 또한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한 켠에서는 자유를 원하고, 다른 한 켠에서는 규제가 옳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생각이 양분되니 정부도 양분된다.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을 해도 다 다르다. 경제학자와 보건학자는 대체로 다르다. 양조전문가가 함께 자리하면 더 복잡해진다. 가지고 있는 정보세트가 각각 다르고 경험도 다르며, 각자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합의문화가 덜 발전되어 있는 탓일 수도 있다.
과거 1900년대 후반 글로벌 실태를 조사할 때 스웨덴의 경우 주류정책을 ‘국민보건위원회’가 주관한다고 청취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세청이 주류정책을 주관하는 것이 당연시 되던 시절이다. 일본의 경우도 국세청이 주관하고 있었고, 후생성, 문부성 뿐 아니라 대장성에서도 국세청의 뜻에 따르고 있었다. 그 때 스웨덴 케이스는 남달라 보였다. 핵심을 탐문하니 스웨덴의 합의방식 교육과 국민적 합의테이블이 오래 지속되었고, 그 속에서 합의된 ‘정책 관’이 엄정하게 서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웨덴은 무엇보다 주류정책의 핵심을 ‘국민건강’에 두자고 합의했다는 것이다. 주류정책을 소비자 효용제고에 두지는 말자고 했었다고 한다. 우리로 치면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국세청도 기재부도 교육부도 여성가족부도 외교부도 다 같이 모여 합의를 이뤄가는 풍토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