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덕 편집위워 유럽 양조장 투어
우리도 옥토버페스트 같은 주류축제가 필요하다
일 년에 두 번이나 유럽의 양조장 투어를 한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지난 2월 한국주류산업협회가 주관한 투어에서는 네덜란드․벨기에․프랑스 등 서유럽 3개국의 양조장 투어에 참가해서 오랜 역사를 지닌 양조장들을 둘러 봤고, 지난 9월 22일부터 10월 3일까지는 유럽의 맥주, 와인, 증류주 양조장을 보기 위해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이탈리아의 크고 작은 양조장들을 견학할 수 있어 양조 선진국들의 양조장들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이번 양조장 투어 일정에서는 그 유명한 독일의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맥주 축제에 참관할 수 있어 출발 전부터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 많은 유럽의 양조장들을 전부 소개 한다는 것은 지면 사정도 그렇고 그 동안 많은 주류 전문가들이 다녀가 소개를 했기에 이번에는 옥토버페스트에 대해서만 방문 소감을 피력하려고 한다.
맥주하면 독일을 떠 올리고 독일하면 맥주를 더 올리게 한 것 중 하나가 옥토버페스트 같은 맥주 축제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크고 작은 주류축제가 박람회 형식을 빌어서 열리고 있다. 정부가 주관하는 우리술축제(11월), 한국국제전시가 주관하는 서울국제주류& 와인박람회가 서울(6월)과 부산(12월)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글로벌비즈마켓이 수원(3월)과 광주(10월)에서 주류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막걸리협회가 주최하고 있는 막걸리엑스포(5월)와 가을에 대한민국막걸리 축제(10월)가 열리고 있지만 아직은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축제지 글로벌화 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아쉽다.
특히 최근에는 지자체별로 술축제를 벌리고 있어 지방의 양조장들은 오히려 이런 축제에 출전 강요를 받고 있어 힘들다는 호소를 하고 있는 양조장들도 상당수 있을 정도다.
최근 전 세계 각국에서 양조장 투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술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의 브랜드만으로도 양조장 투어가 활성화되기도 한다.
정부가 양조장 투어를 통해 양조장 활성화를 꽤하기 위해 ‘찾아가는 양조장’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되면 2년에 걸쳐 8천만 원의 시설 확장 비용을 받지만 선정만 받아 놓고 실질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양조장들은 극히 드물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이 괘도에 올라 국내에서도 양조장 투어가 이뤄져서 여행상품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독일 최대 규모 축제…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옥토버페스트는 관광측면에서 볼 때 대단히 성공한 축제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2024년 옥토버페스트 개최 기간은 9월 21일부터 10월 6일까지로 필자의 유럽양조장 투어 기간에 축제가 열려 9월 24일 옥토버페스트를 참관할 수 있었다.
옥토버페스티벌은 ‘Oktoberfest’라는 축제 명에서 보듯 10월 축제한 뜻이다. 원래 10월 축제지만 10월은 날씨가 춥기 때문에 축제 기간을 당겨서 9월말부터 10월 초 사이에 개최되고 있다고 한다.
우선 축제장에 들가가려면 백팩 & 큰 가방은 입구에 보관해야만 한다. 작은 가방은 가능하나 사이즈는 20cm x 15cm x 10cm 크기로 제한이 되었다. 작은 가방도 들어갈 때 검사하는데 칼, 가스, 유리병 등등 제한되는 물품이라고 했다.
축제장 입장에서 큰 가방을 제한하는 이유는 맥주잔을 훔쳐 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옥토버페스트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Bayern) 주의 주도(州都) 뮌헨(München)에서 개최되는 축제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민속 축제이자 맥주 축제다.
축제는 1810년에 시작되어 전 세계에서 옥토버페스트를 즐기기 위해 몰려드는 방문객은 매년 평균 600만 명에 달한다고 하니 부럽다.
축제는 화려하게 치장한 마차와 악단의 행진으로 시작되며, 민속 의상을 차려 입은 시민과 방문객 8,000여 명이 어우러져 뮌헨 시내 7킬로미터를 가로지르는 시가행진으로 흥겨움을 더한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개막식은 보지 못했다.
축제 기간에는 회전목마, 대관람차, 롤러코스터 같은 놀이기구 80종을 포함해 서커스, 팬터마임, 영화 상영회, 음악회 등 남녀노소가 함께할 수 있는 볼거리와 즐길거리 200여 개가 운영되고 있었다.
축제는 19세기 중반부터 뮌헨을 대표하는 6대 맥주 회사(bräu, 브로이)의 후원을 받아 세계 최대 맥주 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한다. 축제에 참여하는 맥주 회사들은 시중에 유통되는 맥주보다 알코올 함량을 높인(5.8~6.3퍼센트) 특별한 축제용 맥주를 준비한다. 그리고 최대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천막을 세워 맥주를 판매하는데, 축제 기간 동안 팔려나간 맥주는 평균적으로 약 700만 잔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커다란 맥주잔들과 더불어 흥겨운 노래와 춤으로 떠들썩한 맥주 천막들은 옥토버페스트의 열기와 분위기를 한눈에 알려준다.
필자가 젊은 시절 극장에서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전통적인 신입생 신고 절차에 따라 대형 컵에 담긴 맥주를 마시는 영화 ‘황태자의 첫 사랑’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는데 그 때의 기분으로 맥주잔을 받았다.
‘마리오 란자’가 맥주잔을 치켜들고 ‘축배의 노래’(Drink, Drink, Drink)를 부른 장면이 어제처럼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감에 점점 음주가 줄어들어 술을 탐닉할 정도는 아니지만 세계적인 술 축제에서 맛보는 맥주맛은 정말 시원하고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해주었다.
옥토버페스트에서 맥주 1잔을 주문하면 거대한 크기의 잔에 담긴 맥주를 받게 된다. 1L의 맥주잔, 원래 19세기 후반까지는 맥주잔이 도기 재질이었다고 하는데, 용량을 속여 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금의 유리 재질로 바뀌었다고 한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덕택인가 문학에서도 노벨상을 받게 된 작금. 우리의 술도 세계에서 주목 받는 술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