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醉中眞談]
우리 술 빚고, 마시는 프로그램은 어떨까
요즘 TV에서는 먹방프로가 대세다.
하기야 인간사 모든 일이 먹는 것과 관계가 없지 않을 진데 TV라고 예외이겠는가. 형이하학(形而下學)적 표현일지는 몰라도 정치꾼도 예술가도 그리고 기사를 쓰는 기자도 결국엔 먹고살자고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종편이 생기고 나서 유독 먹방프로가 눈에 띄게 많아진 것 같다. 모르긴 해도 제작비를 적게 들여 손쉽게 프로를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른다.
어떻든 요리를 만드는 과정부터 맛있게 먹는 이야기가 나오면 별 부담 없이 채널을 고정시키게 된다. 여·야 정치꾼들의 아귀다툼처럼 싸움질하는 장면 보다는 재미있고, 프로그램을 시청 하다보면 요리 하는 것도 따라 배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나 할까.
먹방프로에서 어느 프로는 먹는 것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도 있고, 어느 프로는 남편들이 손쉽게 집에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있다. 유명 셰프가 자기만의 노하우를 뽐내는 프로보다는 보통 사람들이 보통요리를 따라할 수 있는 프로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눈여겨보면 자신도 요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먹방프로를 보면서 우리의 술도 저런 프로그램에 등장돼서 술빚는 과정이나 마시는 모습 등이 방영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공상을 해 봤다.
일부이긴 하지만 술 전문가들 중에는 ‘막걸리가 와인보다 나은 과학적 이유’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고, 실제로 막걸리에 함유된 여러 가지 성분 가운데는 우리 몸에 이로운 성분이 많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지 않은가.
필자는 주종(酒種)가리지 않고 마시지만 그 가운데 맛있는 우리의 전통주를 마실 기회가 있을 때 행복하다. 어떤 때는 이렇게 좋은 술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음에 서글퍼 질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 국민의 72%가 술을 마신다고 한다. 어린아이나 나이 많아 건강상 마시지 못하는 분, 종교적 이유, 또는 체질적으로 술을 마실 수 없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전 국민들이 거의 밥 먹듯이 술을 마시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공중파 같은 TV방송에서는 담배처럼 술 이야기는 기피 하는 경향이 많다.
아마도 이는 미성년자들이 주류 광고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알코올 도수 17도 이상 술의 경우 TV에서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 사이에만 광고가 가능하고, 라디오에선 오후 5시부터 오전 8시까지 청소년들이 많이 청취하는 프로그램의 전후 술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한데 기인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일반 대중 매체에서도 명절이나 추석 때나 돼야 술 이야기를 다룬다. 그것도 수박 겉핥기식이다. 대부분의 주당들은 술을 마시되 무엇을 마시는지 어떻게 마셔야 되는 줄도 모르고 덮어 놓고 마신다. 그러다 보니 술 마시다가 싸움이 벌어지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일도 생겨난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공중파 방송에서 술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생각을 달리해서 대중매체에서 음주문화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다룬다면 이런 불상사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특히나 우리의 전통주를 천대시 하는 풍조부터 고쳐나가는 일이라든가, 막걸리가 와인보다 우리 몸에 좋다는 것 등 우리의 술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먹방프로처럼 TV에서 방영된다면 우리의 술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