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즐거우나 슬프나 술을 마신다

 

기획특집 한국의 음주문화(3)

 

한국사회는 즐거우나 슬프나 술을 마신다

문제는 그때 음주량이 많고 시간이 길어져 위험하다

 

 

조성기 경제학박사(아우르연구소 소장)

 

음주행태로 본 음주문화 : 전 연령층에 과폭음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징후한국인들에게는 독특한 음주행태가 많다. 젊은 층은 변화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아직 여가 중 다양한 문화생활에 익숙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음주를 선택한다. ‘친지와의 만남, 퇴근 후 친구 또는 직장동료의 사교 자리에 무엇을 많이 하나요?’라고 물으면 ‘술을 마시면서 담화를 한다’는 응답이 많다. 조기축구, 등산, 마라톤, 테니스 등 동호회 활동 중이나 마친 후 음주를 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술의 위험은 음주량, 빈도, 타이밍이 잘못된 경우 발생한다. 많이 자주 마시지 않더라도 타이밍을 잘못 선택될 때 사고가 발생한다. 사교적 음주 자체가 문제일 수 없다. 위험할 수 있거나 중요한 일의 준비가 망쳐질 때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사회는 즐거우나 슬프나 술을 마신다. 문제는 그때 음주량이 많고 시간이 길어져 위험하다. 아직도 그 폐습을 버리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일상 속의 음주도 마찬가지다. 식사와 함께 하는 반주가 그렇다. 낮술도 과거보다 늘고 있다. 음주의 기회가 다양화하고 있다. 인식조사결과 술을 부정적 물질로 보기 보다는 ‘피로나 갈증해소, 사람간의 관계를 좋게 해주는 기호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53.2%)이 더 많다.

술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도움을 주는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12.6%)도 적지 않다. 오히려 ‘술이 없는 편이 낫다’(6.8%)거나 ‘술이 백해무익하다’(6.7%)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매우 적다. 문제는 그 같은 긍정적 사고가 부정적 상황을 늘리도록 작용할 때다. 긍정적으로 음주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성찰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의 특징적 음주행태는 음복, 접대, 폭음, 회식, 수작(飮福, 接待, 暴飮, 會食, 酬酌), 놀이음주 등이다. 한국인은 제례 시에 음주를 하며 그것이 청소년들의 조기음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한 손님들에게 환대(歡待)를 하는 관습이 있다. 술을 마실 때 폭음과 과음이 일상적이며, 하루저녁에 수차례 마시는 행태가 다반사다. 잔을 서로 권하며, 폭탄주 등 놀이음주를 통해 만취하는 경우가 많아 음주문제의 원인이 된다.

수작문화(자신의 잔에 술을 상대방에게 권하는 행태)는 75.0%가 동참하고 있으며 여성(61.4%)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수작문화는 한국인의 인간관계에서 특징적인 ‘정(情)’의 문화와 관련성이 있다. 폭음의 방편으로 맥주에 소주나 위스키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음주는 주로 권위적 생활이나 놀이문화와 관련이 있다. 놀이음주는 ‘흥’과 ‘신바람’이 많은 한국인들의 무교적(巫敎的:샤머니즘) 자유분방함이나 역동성과 관련이 있다.

한국인의 폭음과 과음은 널리 유포되어있다. 보드카의 왕국 러시아와 견줄만하다는 외신도 자주 등장한다. 음주자 중 ‘매일같이’ 폭음하는 사람은 2000년 4.1%에서 2006년 5.4%로 증가했다. 폭음은 가장 위험한 음주행태로 없애야할 대상이다. 그러나 쉽게 변화지 않고 있다. ‘1주일에 1회 이상’ 폭음 자는 24.3%이며, ‘1개월에 1회 이상’ 폭음자도 48.0%나 된다. 2006년 통계로는 남성의40.2%, 여성의 8.8%가 폭음자이며, 연령대별로는 20대가 30.1%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남성의 경우 전체 연령대에서 고루 폭음율이 높다. 폭음이 한국남성의 보편적 문화현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량이 ‘5잔 이상’인 음주자도 지난 6년간 40.6%에서 48.8%로 증가하였다. 음주율 자체는 이미 높아 더 늘지 않더라도 위험음주는 아직도 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폭음자의 통계를 보면 음주량 5잔 이상이면서 음주빈도 월8회 이상인 경우가 2006년 20.7%다. 전보다 늘고 있다. 증가추세는 여성 6.7%로 보다 두드러진다. 전에는 그 절반이었다.

이러한 위험의 증가원인은 음주허용수준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인들은 과반수이상이 ‘술을 많이 마셔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62.1%)고 생각한다. 음주 후 출근을 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아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절반이 넘었다. 음주상황에 친화적이고 긍정적이며, 음주문제에 대해 관대한 사회에서 폭음과 과음을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이상한 일일까.

한국의 특수한 현상으로 하룻저녁에 2차례 이상 술자리를 갖는 음주행태가 있다. 다른 나라도 그런 경우가 있지만 한국은 지나치다. 음주자의 47.8%가 2차 이상 가고, 3차이상도 7.6%나 간다. ‘2차 이상’ 가는 경우는 남성이 58.0%이고 여성이 36.3%다. 그 행태가 이제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폭음을 일삼고 2차이상 가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과음 또한 보편적 현상임을 시사한다. 폭과음의 위험이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계가 없습니다. 강남 먹자골목의 풍경일뿐입니다.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술은 한국고유의 술인 소주(Soju)다. 주종에 대한 Top of mind Awareness 조사결과 소주가 74.2%, 맥주가 22.9%였다. 또한 소주를 선호하는 비율이 2006년 68.9%다. 역시 전보다 늘고 있다. 소주의 가격이 저렴하고 음식습관과 적합한 도수로 제조되기 때문이다. 13-14%의 낮은 소주도 출시되고 있지만 아직도 대세는 19-20%의 소주다. 소주의 선호정도가 높고 소비량도 많으므로 음주위험의 출처가 소주라는 주장이 틀리지 않는다.

주종별 소비량은 계절별 차이가 있다. 여름에는 맥주가 다량 소비되고, 겨울에는 소주가 다량 소비된다. 연말 2개월 동안은 음주소비량이 연중 가장 높다. 대체로 11월에서 12월에 이르는 기간은 송년회 기간이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송년회의 자리에서 음주를 한다. 이때 모든 주종의소비량이 모두 증가한다. 이 기간 중에 음주운전도 늘고, 폭과음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기간이다.

한국인은 특히 그 기간 중에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자주 마신다. 전과 달리 양주를 넣은 폭탄주는 크게 줄었다. 에너지 음료를 넣거나 다른 술을 넣는 경우가 늘고 있다. 폭탄주는 이제 연말뿐만 아니라 일상적 음주자리에서도 마신다. 최근 식품의약안전처 조사결과로는 96%가 경험자다. 직장동료와의 서먹한 분위기를 빨리 없애거나 상급자가 하급자를 통제하기 위한 권위의 상징으로 폭탄주를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소주와 맥주 사이의 중간정도를 맛있게 마시기 위해 일상적으로 마시는 사람들이 늘었다. 대학생조차 폭탄주를 자주 마신지도 오래되었다. 폭탄주를 마셔본 대학생은 54.8%에 달한다. 여성도 36.3%나 된다. 갈수록 경험율이 늘고 있다.

술 소비량에 대한 통계는 출고량 통계로 추계된다. 재고량이 제외되었고, 마케팅 행위로 인한 괴리가 있어 실제 순소비량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다. 2007년 자료를 보면 전체 술 소비 중 맥주가 60.3%로 가장 많고, 소주(29.3%), 막걸리(5.2%), 과실주(1.9%), 위스키(1.1%)의 순이다. 그러나 순 알코올 소비량을 기준으로 하면 소주가 1위이고 맥주가 25% 정도로 2위가 된다. 소주에 순알코올이 많기 때문이다.

소주는 13세기 고려시대 몽골침입이후 생산량이 급증한 증류주이다. 단식소주가 많았지만 1965년 이후 희석식소주의 공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흉작대책으로 정부가 쌀을 막걸리의 원료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양곡정책의 실시이후 저가의 소주가 다량 공급되었다. 한국인은 알코올농도 약 20% 전후의 소주를 희석하지 않고 직접 마신다. 칵테일이 주력인 서구에 비해 독한 술을 직접 마시는 습관을 생겨 술이 위험해 졌다. 소주생산량이 늘기 이전에는 알코올농도 6%-8%인 발효주, 막걸리가 최고의 선호주종이었다.

2000년에서 6년 동안에 맥주와 와인 등 외래주의 비중이 각각 35.6%에서 26.6%, 0.9%에서 0.6%로 줄었다. 하지만 최근 와인과 막걸리의 선호도가 늘고 있다. 여성음주자의 증가와 저 도주 및 건강관련 술의 선호도 증가추세를 반영한다.

한국의 전통주는 막걸리, 약주, 소주 등이다. 이중 희석식소주 제외한 막걸리, 약주 및 전통제조방식의 증류식소주는 전체 주류시장의 1%이내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즉, 한국인은 개량된 희석식소주와 맥주, 와인 및 양주 등 외래 주를 주로 마신다. 한국에는 밀주통계가 전혀 없다. 밀주가 소량이기 때문이다. 밀주는 가정이나 수도권에서 떨어진 일부 지방의 식당, 농가 등에서 가양주 형태로 제조된다. 밀주는 통상 제조한 가정 내에서 소비되며, 일부만이 판매된다.

한국인의 주된 음주장소는 대중음식점(38.0%), 호프집(26.0%), 집(22,6%)의 순이다. 특히 대중음식점에서의 음주는 지난 6년간 27.1%에서 10%포인트 이상 대폭증가하고, 호프집 음주는 2.5%포인트 줄었다. 최근에는 가정에서의 음주가 늘고 있다. 한국인이 식사와 함께 음주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불황기에 특별한 술자리를 갖는 수를 줄이고 있다. 집에서의 음주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1인가구의 증가나 소득의 정체나 저하, 불경기, 사회관계의 변화 등을 반영한다.

음주문제로는 많은 음주자가 Black out을 경험(75.4%)하고, 취중의 실수를 괴로워하는 경험(58.1%)을 하고 있다. 지각 또는 숙취를 경험(51.1%)하고, 2차나 3차를 간 경우도 각각 58.1%, 25.1%나 된다. AUDIT기준으로 위험집단이 33.57%이고, 유해집단이 10.47%, 의존집단은11.73%이다. 과음으로 인한 직장인들의 생산성손실이 28.0% 정도이며, 40.0%가 넘는 경우도 21.3%나 되었다. 또한 무직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에 건강 고위험군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는 또한 이들의 비정상적 음주습관과 관련이 있다. 직업불안정성 등 사회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비정상적인 음주와 관련성이 있다.

자기효능감과 절주에 대한 행위통제능력이 있는 직장인들의 경우 절주실천의 의지를 가질 수 있지만 행동으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직장회식 등 폭음촉진 상황에서 건강한 절주행위를 실천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 결과 잦은 폭음 자가 잔체 직장인의 22.6%, 뜸한 폭음 자가 31.2%에 달한다. 통상 과폭음자보다 적당히 술 마시는 사람들이 더 활동적이고, 사회 네트워크도 강하고 인지손상도 적다는 것이 일반적 통념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는 오히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적정 음주자들보다 사회적으로 더 출세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크다. 서구의 상황과는 다르다. 심지어 음주습관이 나쁜 대기업들이 경영성과가 좋아 상식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과연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종합적으로 평가해 볼 때 한국인의 음주문화는 많이 급히 마시는 문화(wet and dry culture)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잦은 음주를 특성으로 갖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국가나 영국, 독일 등 폭음을 특징적으로 하는 국가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 연원을 한국의 고대사로부터 찾을 수 있고, 근세에 일본의 식민지 경험과 성장스트레스가 이를 보다 부추겼다고 본다. 음주문화는 단기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지속되는 불경기와 오포시대의 출현을 음주문화를 어찌 바꿀 것인가.

과연 적당히 잘 마시는 문화가 단기간 내에 출현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와인, 맥주 등의 저 도주를 즐기는 국가는 적정음주가 가능하나, 증류주를 즐기는 국가는 쉽지 않다.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시는 국가는 적정음주가 가능하다. 즉, 한국은 불가능한 인자와 가능한 인자를 동시에 가진다. 폭음을 일삼고 있으면서도 일정수준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조사결과 적정음주가 건강에 이롭다는 데에는 상당수(63.3%)가 동의하고 있지만, 80.3%가 자신의 적정음주량을 의학적 기준과는 달리 생각하고 있다. 즉, ‘건강한 사람의 적정음주량’에 대해 ‘10잔 이상’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11.1%, ‘7-9잔’이25.7%. ‘5-6잔’이23.4%였다. 한국인들의 경우 적정음주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신념에 동의하는 남성(71.3%)이 여성(51.5%)보다 많고, 과폭음을 하거나 음주빈도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폭음을 일삼거나 음주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적정음주량을 과다하게 생각하고 있다. 즉, 한국인들은 적정음주가 건강에 이롭다는 신념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술을 더 많이 자주 마시고 있다. 한국에서 적정음주교육이나 지표제시가 효과가 없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음주행태 전반은 여전히 적신호로 ‘음주위험이 일상화 되어있는 곳이 한국이다’라는 평가가 현실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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