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과 우리 쌀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술 바로보기(97)

 

우리 술과 우리 쌀

 

농업과 관계된 일을 하는 입장에서 올 하반기는 가뭄이라는 어려움과 함께 쌀농사가 대풍이라는 어려움이 더해졌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한해의 마무리를 해가는 지금 농민들에게 대풍이라는 즐거움보다는 쌀 가격 하락이라는 아픔을 느껴야 하는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제 신문을 정리해서 인용 하면 다음과 같다.

“올해 쌀 생산량이 6년 만에 최고치이었으며 올해 쌀 생산량이 432만7,000톤으로 지난해 424만1,000톤보다 8만6,000톤(2.0%) 증가 했다. 지난 5일 기준으로 80kg 산지 쌀값은 15만 1천 원대로 한 달 전보다 7%, 1년 전보단 9% 하락했다. 대풍으로 인해 쌀 가격이 하락하자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농협의 벼 매입자금 지원액을 2조8000억 원으로 증가 발표 했으며 밥쌀용 수입쌀 판매량도 대폭 줄여 2달간 5000톤을 판매하기로 했다. 특히 쌀 재고분 보관료와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해 지급하는 쌀 직불금을 더하면 풍년으로 인해 2조원에 육박하는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가 이야기를 했다.”

이러한 쌀 소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쌀 가공품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되어 왔다. 쌀 가공품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떡과 술이다. 특히 술은 그 부가가치가 높아서 농민들의 쌀 소비에 좋은 가공품 중에 하나로 이야기가 되어 왔으며 특히 지역특산주 같은 경우에 농민들의 쌀 소비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실상을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많이 있다. 현재 우리 술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막걸리의 경우 국산 쌀을 사용하는 비율보다 수입쌀을 사용하는 비율이 더 높다. 2012년 자료에 의하면 쌀에 있어 국내산 비율이 40% 정도 이며 그나마 이것들도 쌀가공식품협회를 통해 55.9%를 구매하는 자료로 봐서는 햅쌀을 이용한 다기 보다는 정부양곡 즉, 정부관리양곡 보관 창고에서 보관하던 구곡을 구입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쌀가공식품협회의 정부양곡 판매가격(5.18일부터 적용)을 보면 2014년에 2,201원/kg, 2013년은 1,981원, 2012년은 1,761원이다. 이에 반해 수입쌀은 564원/kg(단립종 기준)으로 우리나라 쌀 가격 보다 3배 정도가 싸다. 이러한 가격차에서 보더라도 대부분의 쌀 가공업체에서는 3배의 가격이 나는 국산 쌀을 쓰기보다는 수입쌀을 쓰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 일일 것이다.

물론 정부입장에서도 외국의 쌀을 매년 수입해야하는 입장이기에 상당부분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올해처럼 대풍으로 인해 쌀 가격이 하락되어도 수입쌀의 가격이 너무나도 낮기에 햅쌀을 이용해 가공품을 만든다는 생각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다른 문제 중에 하나는 대풍으로 인해 쌀 가격이 하락이 되면 그 쌀을 시장과 격리하기위해 수매량을 증가 시키고 또 증가 시킨 쌀을 보관하기 위해 보관비가 증가되고 이후에 이 쌀 들을 다시 가공용으로 싸게 팔아야 하는 쌀 보관과 소비의 악순환이 연속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저가의 쌀도 지속적으로 공급이 안 되기 때문에 가공업체들은 반겨하지 않고 이러한 문제는 이미 몇 년 전에 쌀 가공 업체들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쌀 소비에 있어서 많은 해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중에 술을 이용한 소비에 있어서는 정부에서 시장과 격리하기위해 사용되는 비용과 그 쌀을 보관하기 위한 비용들을 그 해에 생산되는 햅쌀에 조금만 지원해 준다면 쌀 소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또한 계약재배의 활성화 역시 생각해볼 문제이다. 앞에서 이야기 쌀 격리와 보관만큼의 비용을 계약재배에 사용한다면 술 주종에 맞는 쌀을 계약 재배하여 술의 품질도 높일 수 있을 것이며 미리 계약재배를 하기에 농민들도 안정적인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우리 술은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굴지의 양조업체들이 수입쌀을 이용해서 만든 술을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가운데 햅쌀 또는 국산 쌀을 이용해서 술을 만들어서 경쟁력을 가지고 팔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일 것이다. 정부에서도 국산쌀 소비를 증가 시키는 방법으로 쌀 가공품을 생각하고 있다면 생산 업체가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쌀 소비를 위해 우리 술을 이용하는 부분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이야기 되어 왔다. 하지만 그 방법은 마땅히 제시 된 적이 없는 듯하다. 올해의 상황을 봐서라도 우리 술이 우리 쌀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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