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매한 자태, 그윽한 향기가 가득 한 梅花처럼

청매가 농익으면 황매가 된다.

농업회사법인(주)섬진강의 봄 이종기 대표 오규식 부사장

 

고매한 자태, 그윽한 향기가 가득 한 梅花처럼

‘섬진강의 봄’…그 향기를 담은 새로운 바람이 시작된다

 

 

1년을 4등분하여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눈다. 60-70년대만 해도 4등분으로 나눈 계절의 기간이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었는데 근자에 들어와서는 봄과 가을은 언제 왔는지 언제 가버렸는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짧아졌다.

봄이 왔나 싶은데 어느 사이 여름의 풍경이 펼쳐지고 가을인가 싶은데 ‘어이 추워’를 연발한다. 지구의 온난화 때문인가 보다.

이런 계절의 변덕 때문인가 예년의 이맘때 같았으면 광양의 매화는 만개하여 상춘객들을 맞이했을 텐데 매화축제가 열리고 있는데도 매화나무는 개구리 눈알 같은 꽃망울만을 내밀고 있었다. 아름다운 자태의 매화를 만나기 위해 불원천리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 제24회 광양매화축제장에서 만난 매화는 시끄러운 세상을 보기 싫어서 그런가 환한 얼굴을 숨기고 있었다. 아마도 매화들은 봄이 왔어도 지난겨울의 추위 때문에 봄 맞을 준비에 게을렀던 모양이다.

‘섬진강의 봄’ 오규식 부사장. “술이 앞으로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날씨가 쌀쌀해서 매화가 피지 않았어도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제24회 광양매화축제는 7일 전남 광양 매화마을에서 예정대로 개막되었다.

‘광양매화축제’는 한국 관광 100선에 포함될 정도로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축제다. 우리나라의 축제장에서 술은 필수(?)가 아닌가. 축제는 그야말로 즐기기 위한 한 마당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광양매화축제장에서 선보여 인기를 끌었던 ‘섬진강의 봄’의 <섬진강 바람>이 올 매화축제에도 선을 보인다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축제장을 찾았다.

홍매화, ‘섬진강 바람’, 오크통이 어울려 멋진 한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흘러가는 그림이 멋지다.

섬진강의 봄적이고 문학적인 양조장 상호

양조장 이름치고 이렇게 문학적이고 詩적인 양조장은 ‘섬진강의 봄’뿐이 아닐까. 이 회사가 지난해 매화축제장에서 선보인 <섬진강바람>도 주명으로서는 멋지다. 좋은 만남을 바란다에서 따온 ‘바람’은 지난해 매화축제장에서 처음 런칭했는데 축제 기간 중 1천여 병이 소진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술이다.

산지가 많은 탓에 골이 많은 우리나라에 강은 참으로 많다. 그 가운데 아직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강 중의 하나가 섬진강이다.

조영남이 부른 화개장터에도 섬진강이 나온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마을 하동 사람, 윗마을 구례 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의 시에도 섬진강이 나온다.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 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농업회사법인(주)섬진강의 봄’ 오규식 부사장

기자가 섬진강을 처음 대한 것은 50여 년 전 일이었다. 지금처럼 도로가 발달하지 않아 구례에서 하동까지 비포장도로이던 시절에 처음 섬진강을 봤다. 구비진 강줄기에 새하얗게 드러난 모래톱이 인상적이었는데 지금도 그 때의 모래톱이 그대로다.

섬진강을 끼고 사는 사람들에게 섬진강은 어머니 같은 강이다. 많은 먹거리를 철 따라 내주기 때문이다. 재첩은 기본이요 봄철에는 벚굴도 내주고, 조선시대에는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섬진강 은어도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뿐인가 구례 화엄사, 천은사, 쌍계사 같은 고찰이 즐비하여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는 지역이다.

 

홍쌍리 여사가 운영하는 청매실농원이 언론에 각광 받아

광양이 세간에 널리 알려진 데 크게 기여한 것이 ‘매화’다. 매화는 매화ㆍ난초ㆍ국화ㆍ대나무의 사군자 속에서 으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겨울이 끝나기도 전에 추위를 이겨 내고 꽃망울을 터뜨려 그 모습이 기품 있는 선비의 고고한 절개를 느끼게 한다. 이 때문에 시인 묵객들 사이에서 탐매(探梅)나 심매(尋梅)는 봄맞이 풍류 중 하나다.

특히 대한민국 식품명인 홍쌍리 여사가 운영하는 청매실농원과 매화마을이 언론에 조명되면서 광양매화축제로 발전하여 올해로 24회를 맞게 된 것이다.

전국 매실의 절반 이상을 광양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광양시는 매실을 보다 효과적으로 소비하는 방안을 찾던 차에 문경의 오미나라를 떠올리게 된다.

매화의 열매가 청매, 청매가 익으면 황매가 되는데 지금까지 황매의 활용도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광양시에서는 황매로 술을 생산하면 많은 소비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매화와 특성이 비슷한 오미자로 와인을 개발한 이종기 박사를 찾게 된 것이다.

오규식 부사장이 축제장에서 매실 하이볼을 만들기 위해 정량을 체크하고 있다.

현재 ‘섬진강의 봄’ 대표인 이종기 박사는 “4년 전 쯤 광양시에서 매실로 와인을 만들어 매실 소비를 촉진할 수 없겠느냐며 찾아 왔었다.”고 했다.

사실 그전부터 술의 주원료로 매실을 주목하고 있었던 이 대표는 과실 농가에도 도움이 되고 새로운 술을 개발해 보고 싶은 욕심도 생겨 광양시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곳에 오미나라의 자화사인 ‘섬진강의 봄’을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매실주 개발을 시작했다.

막상 매실주(와인)를 개발하려고 자료를 찾아보니 침출주(浸出酒) 외에는 이렇다 할 자료가 없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하기야 섬진강의 봄이 개발한 매실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매실증류주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을 것이다.

이 박사는 서울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두산 씨그램 위스키 원액 생산, 위스키

Passport 생산, 위스키 Golden Blue 개발 등 50여 가지의 위스키를 개발해온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특히 이 박사의 손을 거쳐 탄생한 스파쿨링 와인 오미로제와 사과 증류주는 국내외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반적으로 청매는 5월말이나 6월 초가 되면 시장에 선을 보이지만 청매가 농익어서 황매가 되면 자연적으로 떨어져 자칫 상품가치를 잃을 수 있어 시중에는 황매를 보기 힘들다. 일본에서는 청매가 익을 때쯤이면 매화나무 아래에 그물을 설치하여 자연적으로 떨어지는 황매를 수확한다.

이종기 대표는 그래서 황매에 대해 주목했다고 한다. 그러나 매실은 당분이 적어 매실로만 술이 되지 않아 당분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매실청을 사용했다고 한다.

매실주를 증류하여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면 ‘오크’가 되고 항아리에 숙성시키면 ‘백자’가 된다. 같은 도수의 술이라도 숙성시키는 도구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섬진강의 바람하이볼로 재탄생인기 급상승

지난해 축제장에서 매실하이볼의 인기를 본 광양시가 MZ 세대들의 참여와 호응을 높이기 위해 올해에도 ㈜섬진강의 봄을 매실하이볼 주관사로 선정하고 체험행사를 맡아줄 것을 오규식 부사장에게 권유했다고 한다.

매실하이볼은 매실증류주 [섬진강바람-오크40]을 베이스로 하고, 젊은 세대를 기호에 맞추어 매실청과 탄산수를 조화롭게 배합하여 알코올도수 6도 정도로 만들었는데 이를 맛본 관광객들은 하나같이 엄지 척을 내밀었다. 매실하이볼을 마셔본 관광객들은 일반 위스키로 만든 하이볼보다 더 맛있다고 했다.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맛, 매실향과 오크향이 어우러진 화려한 향기, 뒤 끝에서 올라오는 약간의 술 느낌, 이 모든 것이 최고의 하이볼 중 하나라는 평가하는 각각의 이유였다.

 

매실하이볼은 오크통에 숙성시킨 섬진강 바람(40%) 30㎖에 황매실시럽 25㎖, 레몬탄산수 150㎖, 레몬즙 2~3방울, 각 얼음 4~5조각, 가니쉬 레몬슬라이스 1조각을 올리면 완성이다.

특히나 시원한 섬진강 물결을 바라보며 하이볼 한잔 마시다 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있겠는가.

 

매실하이볼의 베이스로 쓰인 [섬진강바람]은 ㈜섬진강의 봄 이종기 대표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이종기 대표가 3년간의 연구 끝에 발효와 증류, 숙성과정을 거친 매실 증류주 개발에 성공하면서다.

매실주는 그동안 매실을 소주 등에 담가 침출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침출식이 아닌 매실을 발효시켜 발효주를 만든 뒤 이를 증류하고 숙성을 거치는 방식으로 매실주를 개발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섬진강 바람’이며, 이를 활용해 만든 것이 매실하이볼이다.

 

매실증류주 ‘섬진강바람’은 황매실과 배, 유자, 홍차로 믹싱 된 즙과 매실청을 혼합하여 약 1개월 정도 발효시켜 증류한 술이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주당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술이다.

광양시 진월면에 위치하고 있는 섬진강 봄 공장.

7일 시작한 ‘광양매화축제’는 매화가 피지 않아 관광객의 발길이 썰렁한 가운데도 많은 젊은이가 찾는 부스는 ‘섬진강의 봄’이었다.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의 걸게 그림이 걸려 있고 예쁜 실로 만든 매화의 조화(造花)화분 옆에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관광객들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광양시가 매실로 술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지역 대표 특산물인 매실의 6차 산업을 통해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다.

 

광양의 문화가 될 술, 섬진강의 봄

일반적인 축제장에서 문제가 되는 바가지 요금문제가 매화축제장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정인화 광양시장이 “대한민국에 새봄을 알리는 축제인 만큼 차별화된 콘텐츠와 지역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토대로 품격 있는 행사를 개최하겠다”며 “일회용품과 바가지요금도 없애 3무(無) 축제를 만들자”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에서 주관하는 몇몇 부스는 최소의 가격을 받고 있고, 맛있는 섬진강 바람 하이볼도 5천원으로 맛볼 수 있었다.

청매가 농익으면 황매가 된다.

축제장 부스에서 만난 오규식 부사장은 술이 앞으로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섬진강의 봄에서 생산하는 24도와 40도의 증류주는 해외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라고 밝혔다. 또한, 매실이 건강에 좋다는 점을 강조하며 매실에 대해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크통에서 숙성된 술은 오크 40도와 24도가 있으며, 항아리에서 숙성된 술은 백자 40도와 20도가 있다.

 

<섬진강의 봄>은 국내 일반양조장들이 10여년 정도나 지나야 누릴 수 있는 인지도를 한껏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출시 1년여 남짓밖에 되지 않은 ‘섬진강바람’은 지역 기업 등에 다량으로 선물세트가 납품되고, 감출 수 없는 매실의 향처럼 지역을 넘어 이제 전국 주류 무대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서울의 백화점에서 추석 전통주 선물세트로 선정되는 등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섬진강의 봄을 이끄는 이종기 대표와 오규식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자부심이 강하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판매량에 만족하지 않고 대한민국 증류주 브랜드의 최고 자리에 오를 날을 꿈꾸고 있다. 더 나아가 섬진강의 봄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바람은 위스키처럼 얼음과 레몬이 잘 어울린다.

우리 술을 드디어 발견했다

그동안 ‘섬진강 바람’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후기를 보면 앞으로 ‘섬진강 바람’이 엄청난 바람을 일으킬 것 같다. 구매 후기 게시판에는 “섬진강바람 오크 40도를 베이스로 하이볼을 만들었는데 은은한 오크 향과 진한 매실향이 어우러지면서 향이 풍부하다”, “향긋하면서도 목 넘김이 상당히 부드럽다” 등의 의견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매실의 효능은 익히 많이 알려져 있는 과실이다. 매실은 신맛이 강하지만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으로, 매실을 꾸준히 먹으면 체질이 산성으로 기우는 것을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육류와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서 체질이 심하게 산성화되어 두통, 현기증, 피로감, 초조감이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에게 매실은 필수적인 식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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