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전도사 자칭하는 ‘조은술세종’ 경기호 대표
전국 유일하게 ‘유기가공식품’인증 마크 붙은 세종의 술
좋은 술 빚기 위해선 유기농 쌀이 필수, 쌀값 비싼 것 문제 안 돼
“유기농 쌀로 빚은 술을 마시면 자연환경 복원에 일조하는 길입니다.”
유기농의 전도사를 자칭하는 경기호 대표(주, 조은술 세종)는 “우리 국민이 유기농 농사를 짓고, 유기농 곡물을 먹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유기농 쌀로 빚은 술을 마시는데 어째서 자연환경이 복원이 된다는 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호 대표의 설명을 듣다보면 십분 이해가 된다.
설명인즉 이렇다. 유기농으로 인증 받는다는 것은 설비를 인증 받는 것이 아니고, 토양을 인증받는데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니까 인분이나 가축의 분비물은 물론 비료, 농약 같은 것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토양(논이나 밭)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3년여의 세월이 걸려야 가능하다. 이웃한 논이나 밭에서 농약을 쳐도 비료를 줘도 되지 않아 지역 전체가 유기농을 시도해야만 가능하다.
일반 토양을 유기농으로 바꾸면 처음에는 소출도 적고 관리도 힘들어 유기농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지만 몇 해 지나고 나면 건실한 농작물이 생산된다. 유기농에서 생산된 곡식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이다.
유기농 농사라는 것인 자연을 복원하는 길이고, 유기농으로 농사지은 쌀로 술을 담가 먹으면 유기농 농사에 활력을 불어넣는 길이 되므로 곧 유기농 쌀로 빚은 술을 먹는다면 자연환경을 복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유기농을 유지하므로 써 토양이 깨끗해져 지하수 오염도 방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염된 토양을 자연 그대로 복원 하는데 100여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유기농 곡식을 소비한다는 것은 모두가 자연 보호자가 된다는 뜻도 된다.
유기농 곡식은 일반 곡식에 비해 약 1.5배 정도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최근 건강문제에 관심이 많은 국민들이 늘어나 판로는 예정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좋은 술 만들기 위해서 원가 따지지 않아
현재 ‘조은술 세종’이 출하하고 있는 30여종의 술은 전부 유기농으로 지은 쌀과 밀만 사용한다. 연구 개발을 거쳐 출시를 앞두고 있는 고추소주에 사용되는 고추도 전량 유기농으로 재배한 고추라고 했다.
세종이 유기농 곡식만 고집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경기호 대표는 “원가만 따지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오직 좋은 술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뿐”이라고 했다.
“그 많은 술 가운데 우리가 빚은 술을 드시는 분들은 다른 술과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그 분들에게 좀 더 좋은 술을 제공해 드리는 것이 술도가를 운영하는 사람의 도리라 여겨서 원가 따지지 않고 보다 양질의 술을 빚기 위해 유기농을 찾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류업계에서 유일하게 ‘유기가공식품’ 인증 받아
세종에서 빚고 있는 모든 술에는 ‘유기가공식품’이라는 초록색 인증마크가 부착되어 있다. 이 마크는 식품업체에서 받기 어렵다는 해썹(HACCP)보다도 조건이 훨씬 까다롭고 어렵다. 해썹은 일종의 위생관리 차원에서 마련된 마크로, 위해요소중점관리 라는 의미지만 ‘유기가공식품’은 원료 생산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땅이 인증 받는 행위가 유기농의 시작이다.
그러니까 원료를 생산하는 농민의 생각이 올발라야 한다. 유기농 농사를 한다면서 슬쩍 비료를 주거나 농약을 쳐서는 안 된다. 벼농사를 하면서 김을 맬 때도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고 잡풀을 제거하기 위해 오리를 풀어놔도 안 된다. 왜냐하면 오리의 배설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오염되지 않는 미꾸라지를 풀어놓는 것 정도다.
이처럼 철저하게 지은 쌀로 술을 담근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이 내주는 ‘유기가공식품’인증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관리원은 수시로 업체를 방문하여 체크를 하고 있어 세종이 빚어서 출하하고 있는 모든 술에는 어떤 유해물질도 검출되지 않는다고 자신하고 있다.
지역경제에 큰 도움 주는 전통주
유기농 쌀 소비에 있어 아직은 일반들의 소비는 많지 않다. 학교 급식정도가 큰 소비처다.
그래서 경기호 대표가 유기농 쌀로 술을 빚으면 그 만큼 유기농 쌀 소비를 촉진할 수 있어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막걸리를 빚어서 이를 증류시켜 소주를 생산하면 더욱 쌀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 증류식 소주는 쌀 소비를 약 7배나 증진시키기 때문이다.
경기호 대표는 충북 괴산 출신이다. 젊어서 농사일에 뛰어들어 열심히 농사고 짓고, 4H활동 같은 사회활동도 열심히 했다. 덕분에 한국농업경영인도 됐다.
주류업계에 발을 디딘 것은 20여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전통주 유통업을 시작하고 부터라고 했다.
당시 청주시내에는 20여개 막걸리 주조장이 있었으나 영업이 안 돼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래서 청주시내에는 타 지역 전통주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생각해보세요, 청주 사람들이 제 고장에서 생산 하는 전통주 하나 없어서 다른 지역 막걸리를 마셔야 하니까 자존심도 상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라도 한번 해 보자며 술공장을 짓게 된 것입니다.” 경 대표가 15년 전 술도가를 지으면서 생각한 것이 나 혼자가 아닌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공장이라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증류식 소주 이름 ‘이도’는 세종대왕의 본명
경기호 대표는 세종대왕을 몹시도 좋아했다. 그래서 회사 이름에 ‘조은술 세종’을 붙였다. 지금 세종이 출시하고 있는 증류식 소주이름이 ‘이도’다. 이도(李祹)는 세종대왕의 원래 이름이다.
경기호 대표는 금년 초 1억여 원을 들여 감압식 증류기를 설치하고 증류식 소주를 생산한다. 어떤 이름을 붙일까 고민하다가 ‘이도’를 생각해 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회사 이름이기도 한 것이다.
“이도에는 여러 뜻이 있습니다. 우선 소주 도수가 42도라 ‘2도’라는 뜻도 있고요, 세종대왕의 본명 ‘이도’이기 하고, 회사명 속에도 따지고 보면 ‘이도’가 내포돼서 소주 이름에 ‘이도’라는 이름을 붙여서 출시를 했더니 반응이 좋더라고요”
세종에서는 앞으로 ‘이도’시리즈로 32도와 22도의 증류식 소주를 출시할 계획이라 했다.
이도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했다. 42도이면서 목넘김이 수월하고 증류식 소주이면서 이른바 화덕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게다가 향마저 좋아 소주를 즐기는 주당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술을 만난 것이다.
경 대표는 이도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일반 저 도주 소주처럼 한 번에 탁 털어 넣지 말고, 조금씩 입에서 굴려가며 마시면 더욱 진한 소주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아무리 마셔도 숙취가 없는 것이 특징 중 하나다.
감압식 증류기는 진공상태에서 술을 가열하는 관계로 37~40도의 낮은 온도에서 술이 끓어 증류가 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이른바 화덕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도역시 100% 유기농 쌀로 빚은 막걸리를 증류한 술이다. 개발 기간만도 3년여나 걸렸다고 한다. 이도는 인천공항면세점과 유명 백화점에 입점돼 있다.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거듭나는 세종
1997년 8월 전통 민속주 전문 유통회사 ‘오송상사’로 설립한 세종은 2007년 농업회사법인으로 창업하여 2012년 11월 조은술세종으로 회사 명칭을 바꾸고 오늘에 이른다.
그동안 여러 기관에서 수여하는 상도 많이 받고, 청주시 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8월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돼 지금 한창 이에 따른 설비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제주 우도땅콩을 이용한 ‘우도땅콩 전통주’ 청원 민들레를 이용한 민들레 막걸리, 괴산 대학찰옥수수 전통주, 이천쌀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유기농산물을 활용한 오가닉 청주(13%)는 여성들한테도 인기가 좋다.
현재 중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홍콩 등 5개국에 막걸리를 수출하고 있다.
세종은 여타 찾아가는 양조장 형태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지역 행정기관의 협조를 받아 청주시의 새로운 관광자원화를 꽤하고 있다.
방문객 특성과 수요에 맞는 장단기 체험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단기 프로그램은 방문시간이 짧아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언어로 전통주 제조과정을 VOD로 제정하여 강사의 설명으로 보여주고, 우리의 전통주 역사, 음주예절, 맛있게 마시는 법등을 설명한다.
누룩 빚기, 술빚기를 병행하고, 외국인들이 체험장에 들러서 술을 구입할 경우 여행자의 편의를 위해 출국할 때 공항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병행한다.
장기 프로그램으로는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접 술 빚기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4주 또는 8주 과정의 ‘찾아가는 세종 양조장’도 운영한다.
그리고 교육 후 전업 또는 부업으로 전통주를 제조하려는 사람을 대상으로 제조 및 생산관리, 판매 등을 컨설팅도 해준다. 하우스 막걸리 형태의 전통주 제조를 적극 지원하여 전통주 산업 활성화에 기여 한다.
청주시의 주요 관광자원을 연결하는 시티투어에 세종을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가장 특색 있는 것은 ‘커플 여행’이다.
함께 여행하는 커플을 대상으로 기념일, 축하 등 각종 이벤트용 전통주를 빚는 과정을 운영하여 커플이 빚은 전통주를 원하는 기간만큼 발효실에 보관하고, 기한이 되면 택배로 배송하는 것이다.
우리 술은 안주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통주와 잘 어울리는ㄴ 안주 만들기 강의를 개설하여 본인이 만든 안주에 전통주를 곁들여서 먹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글 ` 사진 김원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