溫故知新 박록담의 전통주 스토리텔링(27)
“여름철에는 맑은 술을 얻기가 힘들다”는 夏日淸酒
여름철에 맑은 술을 빚는 법이 ‘하일청주(夏日淸酒)’이다. ‘하일청주’라는 주품명의 이면에 감춰진 또 다른 의미는, “여름철에는 맑은 술을 얻기가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하일청주’의 주방문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하일청주’는 두 가지 방법이 전해온다. <수운잡방(需雲雜方)>과 <요록(要錄)>, <주찬(酒饌)>에서 ‘하일청주(夏日淸酒)’의 주방문을 찾아볼 수 있는데, <수운잡방>과 <요록>에는 찹쌀로 빚는 단양주법(單釀酒法)의 동일한 주방문이 수록되어 있고, <주찬>에는 <수운잡방>이나 <요록>과는 다른 멥쌀로 빚는 이양주법(二釀酒法)의 주방문이 수록되어 있다.
<수운잡방>과 <要錄>의 ‘하일청주’는 찹쌀 3말을 백세 하여 술독에 담아 안치고, 팔팔 끓는 물 2바리(동이)를 쌀에 부어 두었다가, 다음날 쌀은 건져서 고두밥을 짓고, 쌀을 담갔던 물은 팔팔 끓여서 쪄낸 고두밥과 합하여 두었다가, 고두밥이 물을 다 먹으면 차게 식힌 후, 누룩 6되와 섞어서 발효시키는 방문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쌀을 불렸던 물을 양조용수로 사용하는 예의 주방문은 흔치 않은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군학회등(群學會騰)>을 비롯하여 <동의보감(東醫寶鑑)>, <양주방>, <임원16지(林園十六志)>, <주찬>, <홍씨주방문>의 단양주법 ‘백화춘’이란 주품의 주방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수운잡방>과 <요록>의 ‘하일청주’에서처럼 술 빚을 쌀을 끓는 물에 담가 하룻밤 동안 불리게 되면, 발효에 필요한 미네랄 성분 등 효모의 영양원이 다 소실되기 마련이어서 발효부진으로 나타나고, 더불어 쌀은 자칫 파쇄미가 많아져 탁한 술이 될 소지가 다분한데, 굳이 이와 같은 방법을 추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주지하다시피 ‘하일청주’라는 주품 명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청주(淸酒)라는 의미는 ‘맑은 술’이라는 뜻과 함께 ‘향기와 맛좋은 술’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청주는 술이 맑아야 하고 동시에 향기와 맛도 좋아야 하는데, 여름철은 주변온도와 습도가 높아 과발효로 인한 산패와 혼탁현상을 초래하기 쉬우므로, 인위적으로 발효부진을 유도하는 것이 ‘하일청주’ 주방문에 담겨진 비밀이다.
여기서 발효가 부진해진다는 것은 일반적인 주방문과 비교하여 발효가 더디다는 것으로, 이와 같은 기법을 동원하면 여름철의 양주에서 과발효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하향주’나 ‘감향주’가 여름철에도 따뜻하게 하여 발효시키는 술이라는 점에서 참고할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발효부진에 따른 잔당이 많아지고 단맛을 중심으로 한 술향기가 좋아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물론, 찹쌀 3말에 대하여 누룩 6되의 양은 20%에 해당하므로 많다고 할 수 있으나 여름철 양조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크게 문제가 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며, 법제를 많이 하면 청주의 의미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생각된다.
<주찬>의 ‘하일청주’는 멥쌀 3되를 백세작말하여 구멍 떡을 만들어 끓는 물에 삶아낸 후, 차게 식기를 기다려 누룩가루 3되와 섞고, 고루 버무려 밑술을 빚은 뒤, 멥쌀 3말을 백세 하여 고두밥을 짓는데, 고두밥이 익었으면 솥에서 시루를 떼어 쳇다리 위에 올려놓고, 생수를 계속 부어 주면서 고두밥을 차게 식혀서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 방법으로 <수운잡방>이나 <요록>의 주방문과는 많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예는 <음식디미방>을 비롯하여 여러 문헌에 등장하는 ‘하향주’의 밑술 주방문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데, 단지 그 양이 3배에 해당할 뿐 다른 차이가 없으며, 양주용수를 적게 사용하여 발효시킨 밑술을 이용함으로써, 의도적으로 발효를 더디게 유도하는 방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주찬>의 ‘하일청주’는 덧술을 빚는 방법에서 <양주집(釀酒集)>의 ‘하시절품주’와 <양주방>의 ‘청명향’의 덧술 방문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여름철에 맑은 청주를 얻기 위한 다양한 기교를 엿볼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수운잡방>의 주방문 말미에 “과진국침지즉수구불변미다소임의양지(裹陳麴沈之卽踓久不變味多少任意釀之).”라고 하였다. 이는 “묵은 누룩을 주머니에 넣고 싸서 담가두면 오래 되어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 술의 많고 적음을 보아가며 임의대로 빚는다.”는 뜻인데, 술이 익은 후에 변질되지 않도록 오래 두고 마시기 위해 사전에 조치하는 방법인데, 자칫 처음부터 고두밥 속에 술 빚을 누룩을 쑤셔 박아두는 것으로 술빚기를 행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하일청주’ 주방문 말미의 추가 사항은 끓인 물과 합한 고두밥에 누룩을 섞어 술밑을 빚고, 독에 안쳐서 발효시킨 후에, 별도의 덩어리누룩을 2~3조각내서 술독의 다 익은 술덧 속에 쑤셔 박아두는 방법으로, 누룩으로 인해 술의 잔당을 소진시킬 목적인 바, 잔당이 남지 않게 되면 결국 알코올 도수도 조금 올라가고 당이 남지 않으면 재발효로 인한 산패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도입하는 요령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결코 좋은 맛과 뛰어난 향기의 술을 얻지는 못한다. 정해진 양보다 누룩이 추가되면 누룩냄새가 강하게 올라오고 맛도 비교적 써져서 본디 술맛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단점도 있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요령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여름철이라고 하는 계절적 요인 즉 고온다습한 환경 하에서 술을 빚자면 발효에 의한 온도상승이 아닌, 재료 자체의 온도가 높기 때문에 높은 온도에서부터 발효가 시작되어, 충분한 발효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술덧의 품온이 높아져 과발효의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잔당이 많이 남게 되고, 결국 지나치게 많은 잔당은 끊임없이 발효로 이어져 결국 혼탁현상과 산패를 가져온다는 경험에서 터득한 나름의 노하우라고 할 것이다.
‘하일청주’가 여름철 술이라는 사실과 관련하여 여름철에 맑은 술을 얻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주원료의 비율에서 보듯 쌀과 물의 비율을 비교할 때 여름철 술의 공통점은 쌀의 양이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이 적게 사용되면 발효가 더디어지기 때문에 과발효에 의한 산패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夏日淸酒 <需雲雜方>
주원료 : 찹쌀 3말, 누룩 2되, 끓여서 식힌(쌀 담근) 물 2바리(20L 내외 분량)
술 빚는 법 :① 찹쌀 3말을 백세한 다음, 말갛게 헹궈 건져서 술독에 담아 안친다.② 물 2바리(20L 내외 분량)를 팔팔 끓인 뒤, 찹쌀을 안친 독에 붓고 3일간 (덮어) 둔다.③ 쌀을 불린 지 3일이 지난 다음 쌀을 건져서 고두밥을 짓고, 쌀 담갔던 물도 다시 끓인다.④ 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고, 끓는 물을 쪄 낸 고두밥에 골고루 붓고, 고두밥이 물을 다 먹고, 차게 식을 때 까지 둔다. ⑤ 고두밥에 누룩 2되를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⑥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켜 개미(浮蟻)가 뜨면 익었으므로, 떠서 마신다.
* 주방문에 “묵은 누룩을 주머니에 넣고 싸서 담그면 오래 되어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 술의 많고 적음을 보아가며 임의대로 빚는다.”고 하였다.
<夏日淸酒>粘米三斗百洗湯水一盆浸三日漉出熟蒸前水更湯和飯待冷麴六升和釀蟻浮用之裹陳麴沋之卽踓久不變味多少任意釀之.
◈ 夏日淸酒 <要錄>
주원료 : 찹쌀 3말, 누룩 6되, 끓는 물 2동이
술 빚는 법 : ① 찹쌀 3말을 백세한 다음, 새물에 말갛게 헹군 다음 술독에 담아 안친다.② 물 2동이를 팔팔 끓인 뒤, 찹쌀을 안친 독에 붓고, 하룻밤 불려 놓는다.③ 다음날 불린 쌀을 건져서(새 물에 다시 씻어 말갛게 건져서) 고두밥을 짓는다.④ 쌀 담갔던 물을 팔팔 끓여서 고두밥과 합하고, 주걱으로 고루 헤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⑤ 고두밥이 식었으면 누룩 6되를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⑥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켜 술이 익어 부의(개미)가 뜨는 대로 채주하여 마신다.
*<需雲雜方>에서는 찹쌀 3말에 탕수 2동이, 누룩 2되의 비율로 상법(上法)대로 술을 빚기도 한다. 이때는 쌀 불린 물을 다시 끓여 고두밥에 붓고, 고두밥이 식으면 누룩을 섞어 술을 빚는다.
<하일청주> 찹쌀 3말을 백번 씻어 끓는 물 2말에 담가 밤을 지낸다. 이튿날 건져서 잘 익도록 쪄낸다. 앞서 쌀 담갔던 물을 끓여서 위의 밥과 섞어서 식은 후에 누룩가루 6되를 섞어 항아리에 넣고 술이 익어서 개미가 뜬 것같이 되기를 기다려서 사용한다. 많든 적든 이런 방법으로 한다.
◈ 夏節淸酒 <酒饌>
주원료 ▴밑술 : 멥쌀 3되, 누룩가루 3되 ▴덧술 : 멥쌀 3말, 생수 (3동이)
술 빚는 법 ▴밑술 :① 멥쌀 3되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한다.② 쌀가루를 끓는 물로 익반죽한 다음, 한 주먹 크기로 떼어 공병(구멍떡)을 빚는다.③ 팔팔 끓는 물솥에 공병(구멍떡)을 넣고 삶아, 떠오르면 건져내고 덩어리 없이 풀어 죽처럼 만든다.④ 공병(구멍떡)이 식었으면 누룩가루 3되를 합하고, 고루 치대서 죽처럼 물러지게 매우 치댄다.⑤ 술밑을 술독에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일간 발효시킨다.
▴덧술 :① 멥쌀 3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 무른 고두밥을 짓는다.②고두밥이 익었으면 솥에서 시루를 떼어 쳇다리 위에 올려놓고, 생수를 계속 부어 주면서 고두밥을 차게 식힌다.③밑술에 고두밥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킨다.
<夏節淸酒>白米三升百洗細末作孔餠湯沸水熟烝好曲末三升合調釀之白米三斗百洗緩烝熟出以生水酒飯待冷合調釀待熟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