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물에서 나왔다고 술이 물은 아니다

김원하의 취중진담

 

술이 물에서 나왔다고 술이 물은 아니다

 

 

술의 고향은 물이다. 와인 같은 일부 과일주를 제외하곤 술을 빚는데 물은 필수재료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의 술은 물과 쌀, 그리고 누룩이 기본재료다. 그래서 술맛은 물맛이란 말이 생겨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술이 물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런데 주변에는 술을 마치 물처럼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목마르다고 술을 물 대신 마시면 결과는 뻔하다. 목이 컬컬하다고 술을 물처럼 들이키면 취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물론 예외도 있다. 로마시대 군인들로 하여금 현지 식수를 마시고 배탈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와인을 물대신 마시게 했다는 기록은 있다.

술을 물처럼 마시는 행위가 지속되면 결국에는 ‘알코올 사용장애’자가 될 수밖에 없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성수정 교수는 이런 ‘알코올 사용장애’자는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정도로 진행이 되면 정동장애와 불안장애, 반사회적 인격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과 동반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견해다.

술만 취하면 112 신고센터 등에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붓는 사람이 있었다. 경남 진주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 모(55, 여)씨는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술만 마시면 112신고센터 등에 전화를 걸어 욕설을 했다.

진주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1년 동안 무려 6천170여 차례나 112에 전화를 걸어 폭언과 욕설을 퍼부어 긴급한 신고접수를 방해하고 출동을 지연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결국엔 경찰에 입건됐다.

평소엔 얌전하다가도 술만 마시면 이렇게 변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술자리 시비로 살인을 저지르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대부분 이런 사람들은 “함께 술을 마시다가 감정이 나빠져 폭행했다”는 진술을 한다. 술을 물 인양 마신 결과다.

이제 음주운전 행위는 근절이 될 만큼 계몽과 홍보를 끊임없이 했건만 사회지도층 인사로부터 음주운전을 단속해야할 경찰관까지 술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적발된다.

특히 공무원 신분인 사람들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신분상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음주운전으로 단속당하기도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통해 결과치가 발표된 것은 없어도 잘못된 음주문화탓이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술만큼 좋은 음식도 없다. 술은 음식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약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과거 오래전부터 술을 가리켜 백약지장(百藥之長) 즉, 모든 약 가운데 으뜸이라 했다. 때문에 술에 대한 해악(害惡)이 끊임없이 거론되지만 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술은 물과 불의 결합이다.

물 속에 불을 섞은 것이 술이고, 불에다가 물을 탄 것이 술이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소주를 한문으로 燒酒라고 쓴다. 그 뜻은 ‘불태운 술’이라는 말이다.

그런 술을 물처럼 마시면 몸속에서는 불이 일어난다. 불이 타오르면 그 열기는 어디로 갈 것인가.

최근 과도하게 술에 의존하거나 남용함으로써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알코올 사용장애’ 즉, 알코올 중독자가 증가 하는 비율이 남성은 줄어드는 반면 여성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 것도 새로운 문제다.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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