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 와인인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란 무엇인가
한관규 와인마케팅경영연구원 원장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보졸레 지역에서 그 해 8-9월에 수확한 포도로 단기간에 숙성시켜 만든 햇 와인이며, 누보(Nouveau)는 ‘New’라는 뜻이다. 이 와인은 11월 중순경 발매되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 해의 첫 와인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으며,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 0시에 전 세계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올해는 120종의 보졸레 누보가 11월 17일 목요일 0시에 동시에 출하가 시작되었으며, 기후가 좋아서 여느 해에 비해 포도 품종의 품질도 최상이라 한다.
보졸레 누보의 유래는 2차 세계 대전 직후, 그 해에 생산된 포도로 누보 와인을 만든 데서 시작되었으며 조르쥬 뒤뵈프(Georges Duboeuf)의 제안으로 마케팅이 시작되었다. 보졸레 누보의 출시일은 1951년도에 12월 15일로 정했다가 몇 번의 변화를 거쳐 최종적으로 1985년도에 보졸레 누보의 출하시기를 매년 11월 셋째 목요일 0시로 정하였다. <보졸레 누보 에 따리베 (Le Beaujolais nouveau est arrive)>, 즉 보졸레 누보가 막 도착했어요! 라는 마케팅으로 프랑스 파리부터 와인을 수입하는 국가에서 햇 와인을 즐기는 행사가 진행된다.
이때가 되면 보졸레 지역에는 시음회와 함께 전통적인 가무가 곁들여진다. 보졸레 누보는 이제 지명도를 얻어 샴페인, 보르도와 더불어 많이 알려진 프랑스 와인에 속할 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프랑스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 보졸레 누보 포도품종과 양조법
보통의 와인은 6개월 이상 숙성시킨 후 병입하는 데 비하여, 보졸레 누보는 탄소를 넣어 발효하여 2-3개월 만에 숙성이 끝나게 된다. 그리고 알코올 함유량(13% 이하)과 산도(5g 미만) 등을 검사해서 합격한 것만 출시된다.
보졸레 누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포도재배에서부터 양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프랑스 정부의 AOC 규정에 맞는 기술과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메(Gamay)’라는 포도 품종의 포도송이 전체로 양조하며 신선하고 개운하며 과일향이 풍부하다. 와인 생산업자들은 4, 5일 이내로 이 포도를 침용(알코올발효와 추출과정)한 후 껍질을 제거하고 발효를 시킨다.
보졸레 누보는 효모 개입 없이 포도알 내부의 효소와 산의 작용으로 이루어져 신선하며 상큼한 과일 향취가 특징적이다. 포도품종인 가메는 보졸레 지방의 독특한 품종이다. 프랑스나 다른 국가에서도 아주 드물게 생산하며 모방할 수 없을 정도로 과일 향이 풍부한 햇 와인을 생산하기에 가장 적합한 품종이다.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와 보졸레 빌라쥬 누보(Beaujolais Village Nouveau)의 차이점
보졸레 지역은 12개의 AOC(원산지 통제 명칭)가 있으며 10개 크뤼 지역과 보졸레와 보졸레 빌라쥬로 나뉘어진다. 그러나 보졸레 누보라는 명칭으로 유통될 수 있는 것은 AOC 보졸레와 보졸레 빌라쥬뿐이다.
AOC 보졸레는 동남부지역 포도재배지의 72개 면에서 생산된다. 진흙-석회질, 화강암 토양에서 재배되며 절반정도가 보졸레누보로 출시된다. 이는 보졸레 누보 총 생산량의 2/3에 해당하며, 보졸레 빌라쥬는 화강암질 토양 38개 마을에 걸쳐 펼쳐 있는 포도밭에서 생산되며 1/3만이 햇 와인으로 판매된다. 보졸레 빌라쥬 누보는 일반 보졸레 누보 보다 색상이 더욱 진하고 향과 맛이 더욱 풍부하다.
◈ 보졸레 누보의 특징
올해 보졸레 누보 와인의 특징으로 매우 아름다운 붉은 색상을 띠고 있으며 향은 과일 향, 즉, 까시스(까막까치밥 나무 열매)나 산딸기, 체리, 오디등과 같은 야생 열매의 향을 지니고 있다. 와인의 맛은 가볍고 경쾌함이 특징이며, 입술에 느껴지는 것은 부드러운 탄닌으로 균형 잡힌 풍부함 등으로 묘사될 수 있다.
특히 보졸레 빌라쥬는 까시스와 뽕나무 열매와 같은 작고 짙은 적색 과일향이 특징이며 스파이시 (Spicy)한 뉘앙스도 풍긴다. 과일 향에 더해 꽃향도 강하게 느껴진다. 입안에서의 첫 느낌은 신선하다는 점. 와인은 부드럽고 둥글둥글하며 육감적이다. 약한 신맛이 강조된다. 뒷맛은 풍부하고 바디가 있으며 입안에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점 또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또한 조화로운 와인으로 입안에서 점진적으로 변하는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향 역시 매우 강조된다.
◈ 음식과의 만남와인의 맛은 보통 와인보다 한층 더 경쾌하며 과일 향이 강하고 떫은맛이 적어서 싱싱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와인은 햄, 샐러드, 스낵류와 잘 어울리며, 파전 생선전, 해물파전 등 각종 전류와 닭고기, 삼겹살 등 담백한 고기 요리와 무난하게 어울린다. 이 와인은 진솔하며 유쾌한 기분을 주는 와인이지만 적당히 마셔야 진정한 축제의 와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보졸레 누보는 장기간 보관하기 위한 와인이 아니기 때문에 구매 후 빠른 시일 내에 마시는 것이 좋다.
◈ 보졸레 누보 맞이 축제를 어떻게 열 것인가?
보졸레 누보는 대중적이며 보편적인 축제와 잘 어울린다. 그래서 어떤 국가나 문화와도 잘 접목된다. 보졸레 누보 와인은 심플하고 강하지 않아 어떤 식사와도 무난하게 어울리며 친구들과 마시기에 더 없이 좋다. 보졸레 누보출시를 기념하기 위해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으나, 잊어서는 안 될 몇 가지 규칙이 있다. 먼저 기본 규정으로 어떤 시간대에 있든 간에 자정을 기다려야 한다. D-데이(올해는 17일 목요일)에 정해진 시간 전에 보졸레 누보를 마시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0시 전 파티를 시작하기 위한 하나의 제안으로 보졸레 지방의 다른 와인들을 시음하는 것을 권장한다. 보졸레지방에는 보졸레 누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10개 마을 크뤼들도 존재하고 있으니 이 와인들을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졸레 누보는 진솔한 와인이다. 유쾌한 기분을 나누듯 보졸레 누보를 나눠 마셔야 한다. 10에서 11도 사이의 온도에서 시원하게 해서 마셔야 하지만 그 외의 까다로운 규칙은 없다. 식전주로, 전채, 햄류, 해산물, 생선 타타르 등에 모두 어울리는 이상적인 와인으로 미식적인 영감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 끝으로 올해가 가기 전에 보졸레 누보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선정하고 친구, 가족, 지인들과 함께 햇 와인을 만든 사람들의 열정을 느끼고 감사하며 그의 와인을 즐겨보면 어떨까요….
<와인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