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술에는 무릇 독(毒)이 있으니 ‘노주소독법(露酒消毒法)’

박록담의 복원 전통주 스토리텔링(40)<溫故知新>

 

독한 술에는 무릇 독(毒)이 있으니 ‘노주소독법(露酒消毒法)’

 

우리나라에 ‘소주(燒酒)’가 유입된 시기를 고려 충렬왕 때로 기록하고 있다. 고려 말기 몽고군이 일본 원정을 빌미로 고려에 침입, 개성과 안동, 제주에 군사 주둔지를 설치하게 되었고, 고려의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소주’를 증류하여 마시게 된 것이 고려에 전파되었다는 것이다.

 

그 예로, “술맛이 깨끗하고 청쾌하면서 빨리 취하고 빨리 깨며, 비교적 숙취가 적다.”는 장점 때문에 ‘소주’를 즐겨 마시던 사람들 사이에서 갑자기 죽거나 실명(失明)하는 등 여러 가지 폐단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부유층과 사대부들 사이에서 ‘소주’가 널리 인기를 얻게 되었으며, 특히 세종 대에는 ‘소주’의 유행과 더불어 그 폐해가 심했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이 땅에 ‘소주’가 전파된 지 오래지 않은 당시에는 ‘소주독(燒酒毒)’에 대해 잘 몰랐을 것이므로, ‘소주’ 음주를 경계하는 것으로 방편을 삼았을 것이고, 후일에야 ‘소주독’에 대한 해소 방법을 찾기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측된다.

추측하건대 ‘노주소독방’은 그와 같은 배경에서 그 주방문이 생겨났을 것으로 여겨진다. 여러 가지 방편 가운데 ‘노주소독방(露酒消毒方)’이란 것이 있다. ‘노주소독방’은 자전 풀이 그대로 “노주(露酒) 곧 소주의 주독(酒毒)을 해소시키는 주방문”이다.

‘노주소독방’은 1613년경에 간행된 <고사촬요(故事撮要)>에 처음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이후 1716년의 <산림경제(山林經濟)>와 1766년의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1771년의 <고사신서(攷事新書)>, 1799년의 <해동농서(海東農書)>, 1800년대 초엽에서 중엽의 <고려대규합총서(高麗大閨閤叢書, 異本)>, <군학회등(群學會騰)>과 연대 미상의 <의방합편(醫方合編)>에서도 ‘노주소독방’을 찾아볼 수 있다.

한편, <고려대규합총서(이본)>과 <부인필지(夫人必知)>에서는 ‘여름에 소주 마실 때’와 ‘소주 고을 때’에 주의사항으로 꿀을 사용하는 방법을 수록하고 있어 ‘노주소독방’에 포함시켰다.

가장 오래된 기록인 <고사촬요>의 주방문을 보면, “소주를 내릴 때 소주 받을 병 밑에 벌꿀을 바르면 소독이 되고 맛이 몹시 좋다. 만약 꿀을 많이 바르면 너무 달고, 그렇다고 살짝 바르면 효과가 없다. 술의 양에 따라서 적당히 바른다.”고 하였고, 의학 관련 문헌인 <의방합편>에도 “소주를 받을 병(수기) 바닥에 꿀을 바르는데, 많으면 크게 달고, 너무 적으면 효과가 없으니 적당량을 발라야 한다.”라고 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군학회등>에서는 “맨 처음에 받은 노주는 맛이 너무 독해 사람의 몸을 몹시 손상시키고 맛도 좋지 않다. 정화수를 적당량 타, 조금 있다가 마시면 좋다. 맛이 좋지 않은 술로 소주를 받고자 할 경우에는 반드시 다른 노주 약간을 섞고 받아낸다. 그러면 맛도 제법 진하고 몹시 취하게 하지도 않는다. 노주를 받고 나서는 밀봉하여 기운이 새나가지 않게 하고, 항상 따뜻한 곳에 놓아둔다. 노주를 담은 병 주둥이는 날 오이나 비름나물로 막지 말아야 한다. 하룻밤 지나면 맛이 싱거워진다. 여름에 꿀을 탄 맛이 독한 노주에다 얼음 조각을 넣고 급하게 저어 차게 해서 마시면 맛이 아주 맑고 시원하다. 노주에 초를 타서 마시면 한 잔만 마셔도 대번에 몹시 취한다.”고 하여, ‘소주’를 마실 때의 여러 가지 요령과 함께 좋은 ‘소주’를 얻는 방법, 보관하는 법 등에 대해 언급한 것을 살펴볼 수 있다.

결국 ‘노주소독방’이란 ‘소주’를 증류할 때 꿀이나 사탕을 녹여 마시는 방법이며, 꿀이 ‘소주독’을 해소시켜 준다고 하는 사실적인 한의학적 처방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소주’가 독하여 마시기 어려운 만큼, 지초나 계피, 치자 등을 첨가하여 특별한 향이나 색을 부여하기도 하며, 기호를 좋게 하는 여러 가지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노주소독방’이 생겨난 배경을 직시하자면, ‘소주’와 같이 도수가 높은 술은 그만큼 해독이 심하므로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할 것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소주독(燒酒毒)’이라고 하여 “過飮燒酒中毒, 則面靑口噤, 昏迷不省, 甚則腐腸穿脇, 遍身靑黑, 或吐下血, 死在須叟. 初覺, 便脫衣推身袞轉之無數, 吐之卽甦. 又以溫湯裸體 浸灌常令溫煖, 若灌冷水卽死, 又取生苽及蔓, 搗取汁, 幹開口灌之不住, 又碎氷,頻納口中及肛門. 又葛根搗取汁, 灌口中, 漸醒而愈(소주를 지나치게 마셔서 중독되면, 입술이 퍼렇게 되고 입을 악물며, 정신이 혼미하여 인사불성이 된다. 심하면 내장이 썩고, 옆구리가 터지며, 온몸이 검푸르게 되며, 혹 토혈이나 하혈을 하여 곧 죽게 된다. 초기에 옷을 벗기고 몸을 밀고 뒤집기를 수없이 하여 토하게 해야 곧 깨어난다. 또 온탕에 나체로 들어간 후, 늘 따뜻하게 물을 부어주는데, 찬물을 부으면 곧 죽는다. 또 오이나 덩굴을 찧어 낸 즙을 입을 벌려 계속 먹인다. 또 얼음을 부수어 입이나 항문으로 자주 넣는다. 갈근을 찧어서 낸 즙을 먹이면 점차 깨어나면서 낫는다. <俗方>을 인용하였다.”고 하여, 도수가 높은 술로 인한 폐해를 설명하고 있다.

덧붙여 소주를 저장 또는 보관하는 방법을 언급하자면, “술은 저온에서 숙성시킨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되어 있으나, 옛 기록을 보면 소주는 상온에서 보관하여 마시는 것으로 되어 있다.

1823년에 저술된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의 ‘수로주법(收露酒法)’을 보면 “取露酒堅封勿泄氣常置(湯/溫)處凡露酒甁口勿以生瓜及莧菜塞之經夜味則淡矣(소주는 항상 뚜껑을 꼭 닫아 김이 빠지지 않게 하여야 하며 따뜻한 곳에 둔다. 그리고 노주항아리 주둥이를 생오이나 찬 비름으로 마개를 막은 채 밤이 지나면 술맛이 순해진다. <增補山林經濟>를 인용하였다.”고 한 기록도 살펴볼 수 있다.

무릇 알코올도수가 높은 술에는 독(毒)이 있으니 명주(名酒)라고 할지라도 이를 무시할 수가 없다. 소주는 반드시 상온에서 숙성시켜 마시는 방법으로 건강을 보존할 일이다.

 

소주를 여름에 먹거든 <고려대규합총서(高麗大閨閤叢書, 異本)>

여름에 소주를 마실 때는 꿀을 타고 얼음 한 조각을 넣어 급히 저어 먹으면 맛이 좋을 뿐더러 또한 독이 없다.

 

노주소독방 <고사촬요(故事撮要)> <고사신서(攷事新書)> <고사십이집(攷事十二集)> <산림경제(山林經濟)> <의방합편(醫方合編)>

소주를 받을 병(수기) 바닥에 꿀을 바르는데, 많으면 크게 달고, 너무 적으면 효과가 없으니 적당량을 바르도록 한다.

노주소독법 <군학회등(群學會騰)> <농정회요(農政會要)>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해동농서(海東農書)>

소주를 받을 병(수기) 바닥에 꿀을 바르는데, 많으면 크게 달고, 너무 적으면 효과가 없으니 적당량을 바르도록 한다.

* 주방문 말미에 “맨 처음에 받은 노주는 맛이 너무 독해 사람의 몸을 몹시 손상시키고 맛도 좋지 않다. 정화수를 적당량 타, 조금 있다가 마시면 좋다. 맛이 좋지 않은 술로 소주를 받고자 할 경우에는 반드시 다른 노주 약간을 섞고 받아낸다. 그러면 맛도 제법 진하고 몹시 취하게 하지도 않는다. 노주를 받아 밀봉하여 기운이 새나가지 않게 하고, 항상 따뜻한 곳에 놓아둔다. 노주 병 주둥이는 날 오이나 비름나물로 막지 말아야 한다. 하룻밤 지나면 맛이 싱거워진다. 여름에, 꿀을 탄 맛이 독한 노주에다 얼음 조각을 넣고 급하게 저어 차게 해서 마시면 맛이 아주 맑고 시원하다. 노주에 초를 타서 마시면 한 잔만 마셔도 대번에 몹시 취한다.

 

소주 고을 때 <부인필지(夫人必知)>

꿀을 소주 받는 그릇 밑에 꿀을 발라 받으면 독이 없고 매양 주독이 치아에 들어가는 고로 한 잔 먹은 후 한 번씩 양치질하면 치통이 없나니라.

<소쥬 고을 > 을 소쥬 밧 그릇 밋헤 발나 밧으면 독이 업고 양 쥬독이 치아에 들어가 고로  잔 먹은 후  번식 양치질면 치통이 업니라.

 

소로잡법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① 좋은 꿀로 소주를 담는 항아리를 닦으면 독을 없애고 맛이 좋아진다. 꿀이 너무 많으면 술이 달기 때문에 적량을 넣어야 한다. <증보산림경제>를 인용하였다. ② 소주를 담는 병 주둥이에 모시를 놓고 그 위에 계핏가루, 설탕 등을 놓고 술을 받으면 술맛이 달고 향기롭다. ③ 술색을 붉게 하려면 모시 위에 자초, 노랗게 하려면 치자를 놓는다. <증보산림경제>를 인용하였다. ④ 좋은 생당귀를 썰어 병에 넣고 소주를 받으면 술이 독하지 않고 맛이 좋다. <증보산림경제>를 인용하였다.

* <임원십육지>의 ‘소로잡법’은 <산림경제> 등 다른 문헌의 ‘노주소독법’과 동일하다. 따라서 ‘노주소독법’에 함께 묶었음을 밝혀둔다.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