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
―한글반 김막순 할머니
이영식
어머니
먼 길 떠나신지 30년
하늘나라로
편지 한 장 올립니다
어머니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던 제가
칠순 넘어서야 글 깨치고
눈을 떴습니다
쓰고 또 써 봐도
신기하고 다시 쓰고 싶은
어머니
우리 어머니
이제는 은행이나 주민센터도
마음 편히 다닙니다
까막눈 길 너무 어둡고 멀어
안부가 늦었습니다
보고 싶은 내 어머니
♧ 70세가 넘어서야 한글을 겨우 깨친 김막순 할머니. 오래전 하늘나라로 이사하신 어머니께 일자상서를 올립니다. 글자를 모른다는 것은 나무가 꽃을 모른다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그 깊고 어두운 까막눈도 면하셨으니 노래방도 다니고 여행하시며 활기찬 노년의 삶을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