虎死留皮 人死留名이라 했다

사진은 이영철 목원대 겸임교수가 2010년 [주간동아]에 게재 했던 글에서 캡처한 그림입니다

김원하의 데스크칼럼

虎死留皮 人死留名이라 했다

 

우환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발생되지 않았다면 요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이 이름 석 자 알리기에 혈안이 되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니 오죽 애를 태우고 있을까. 별별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칭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고 야단들이다.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열정이 있다면 꼭 국회의원이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국민이 보기엔 아니다.

몸담아 있던 정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목숨 걸고 충성하던 당을 하루아침에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사람들은 분명 감투에 눈이 멀었을 것이다. 몸담았던 정당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사람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다고 떠벌리는 것은 가소롭다. 표를 구걸하기 위한 속셈인데 국민들이 그 시커먼 속셈을 모를 리 있겠는가.

확실히는 모르지만 정당을 만드는 일이 회사 차리는 일 보담 쉬운가. 별별 정당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정당차려서 낭비할 여유자금이 있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기부라도 하는 것이 보람찬 일이 아니겠는가.

너도나도 국회의원 한 번 해보겠다고 난리를 치는 것은 어찌어찌하여 국회의원이 되면 당장 신분이 격상하는데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죽어서도 지방 쓰는데 ‘현고학생(顯考 學生)’대신 ‘현고국회의원’이 된다. 그래서 감투가 좋은가 보다.

인간에게 이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이가 잉태하면 태명부터 짓고, 아이가 태어나면 부랴부랴 이름부터 짓는다. 이름을 그 만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요즘은 살다가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개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들은 가급적 자기의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면서 이름을 짓는다.

유치원 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이름표를 단다. 이 이름표는 최소한 고등학교까지는 달고 다녀야 한다. 남자들은 군대를 가도 이름표를 단다.

단지 특수 집단생활(형무소 등)에서는 이름표 대신 번호를 달고 산다. 대통령을 지낸 사람들도 이름 대신 죄수번호를 단다. 이는 번호에는 인격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교정당국의 설명이다. 죄수번호는 비인간적 낙인(烙印)과도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결국엔 한 사람이 이름(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숫자로 ‘너는 더 이상 개인이 아닌 공동체라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사람으로 살다가 이름 석 자를 제대로 남기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고조부, 증조부 이름도 제대로 기억 못하고 사는 세상인데 하물며 여타 사람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진정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살다간 위인들은 다르다.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을 생각해 보라, 그 분들 아직까지 전 국민에게 숭앙 받고 있는 것은 많은 업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 석 자를 남긴다는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이란 말이 있다.

그 이름 석 자가 무엇인가? 그가 남긴 흔적이다. 사람은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흔적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뒷모습으로 영원히 기억된다.

이 말의 속뜻은 ‘사람은 죽어서 명예를 남겨야 한다’는 것으로 사람이 한번 태어났으면 세상에 뜻있는 흔적을 남겨 그 이름을 널리 전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뜻있는 흔적이 아니라 천인공노(天人共怒) 범죄를 저지르고도 뉘우침 없이 살아가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설사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어도 비밀스럽고 야비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많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 ‘호사유피(虎死留皮)’란 말은 중국의 사서인 ‘오대사(五代史)’에 양(梁)나라의 장수 왕언장(王彦章, 863-923)이라는 장수의 행적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와언장은 당나라의 포로가 되었는데 당의 황제가 그의 무용을 높이 사 자신의 부하가 되라고 했다. 그러자 왕언장은 “아침에는 양나라를, 저녁에는 당나라를 섬긴다면 살아서 무슨 면목으로 세상 사람들을 대하겠는냐”며 죽음을 택했다. 양언장은 글을 배우지 못해 문자를 거의 알지 못했으나 평소에 즐겨 사용한 속담이 있었다. 바로 ‘표사유피 인사유명(豹死留皮 人死留名)’이었다. 그는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았던 이 말처럼 명예로운 죽음을 택해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에 남겼다. 호사유피(虎死留皮)는 표사유피(豹死留皮)가 변형된 것이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선진국들도 특별한 대응책을 쓰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 같다. 대개는 의료계에서 내 놓은 처방을 무시하고 돌팔이 처방을 내놓는 관료들 때문에 방역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왕조 시대에는 목숨으로 암군(暗君: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을 제압하던 충신도 많았는데 요새 장관들은 ‘이름값’은커녕 ‘밥값’도 제대로 못 하는 각료가 많은 것 같다. 국민들은 이래저래 애만 탈뿐이다.

<교통정보신문·삶과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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