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6)

차동영의 唐詩 시리즈 ⑥ 詩聖 杜甫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6)

두보 시 33수

있는 자여! 없는 자에게 베풀 순 없을까

五首

八陳圖(팔진도)

功蓋三分國, 名成八陣圖。

江流石不轉, 遺恨失吞吳。

공(功)은 삼국분할로 천하를 뒤덮고,

명성은 팔진도로 떨쳐지네.

강물은 흘러도 돌만은 여전하거늘,

오나라를 삼키지 못한 게 한스러울 뿐이네.

◇배경

대력 원년(766) 두보의 나이 55세 때 기주에서 어복현 강가에 아직도 남아 있는, 지난날 제갈량이 군사 훈련을 위해 만든 팔진도 돌무더기 유적을 보고서 현재 자신의 처지를 빗대면서 제갈량을 흠모하며 지은 시이다.

◇어휘

▴八陣圖(팔진도):쓰촨 성 봉절현에 천지풍운용호조사(天地风云龙虎鸟蛇)의 여덟 가지 진형을 돌로 쌓아 놓았음.

▴功蓋(공개):덮을 개. 공은~으로 뒤덮다. 공이 으뜸이다.

▴三分國(삼분국):천하가 위·촉·오삼국으로 나뉘다.

▴石不轉(석불전):팔진도를 쌓을 때 사용했던 돌이 굴러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강물은 흘러도 돌만은 변함이 없다’는 명구가 생겼다.

◇해설

제갈량이 남긴 유명한 팔진도를 보고, 그의 위대한 생애와 업적을 회상하며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제갈량의 공적은 천하를 삼분해 유비를 촉한의 황제로 삼은 일에서 드러나고, 명성은 팔진도로서 뚜렷해졌다. 200년간의 거센 물결에도 그 진형은 여전히 남아 있으나, 애석하게도 끝내 오나라를 삼키지 못하였구나 하면서….

그러나 사실 두보 내면에는 자기의 처지를 생각하며 제갈량은 자기를 알아주는 주군 유비를 만나 자기의 뜻을 펼쳤다는 부러움과 한편 자기는 알아주는 사람을 못 만났다는 원망스러움이 함께 배어 있다. 결국 섬길 만한 군주를 만나 제갈량 같은 이는 두보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은 당나라 시인 중 두보가 누구보다 제갈량을 칭송하는 이유는 자신과 제갈량을 비교하여 자신은 받들어 추종할 마음의 군주가 없다는 안타깝고 허전한 심정 때문이었다고들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애타는 목마름을 사회성 짙은 시로 표출하였다고도 한다.

◇명구

江流石不轉。

六首

登高(높은 곳에 올라서)

風急天高猿嘯哀, 渚淸沙白鳥飛廻。

無邊落木蕭蕭下, 不盡長江滾滾來。

萬里悲秋常作客, 百年多病獨登臺。

艱難苦恨繁霜鬢 潦倒新停濁酒杯。

세찬 바람 높은 하늘 원숭이 애처롭게 울어대고,

푸른 백사장 하얀 모래 새들이 날아돌아오네.

어디서나 낙엽은 쓸쓸히 떨어지고,

끝없는 장강은 도도히 흐르는구나.

만리에 가을을 슬퍼하니 항상 나그네이고,

늙어 다병(多病) 하니 홀로 누대에 오르네.

간난에 시달려 허옇게 된 귀밑머리 한스러워

노쇠하고 지친 몸 이젠 흐린 술잔을 그쳐야겠다.

◇배경

대력 2년(두보 56세) 가을 기주에서 중양절(음력 9월 9일)을 맞아 스산한 가을바람에 낙엽이 흩어져 떨어지는 높은 산 위에 앉아 삶의 무상함을 느끼며 그 쓸쓸한 심회를 읊은 시이다.

◇어휘

▴嘯哀(소애):처량하다. 애처롭다.

▴渚(저):물가 저.

▴無邊(무변): 어디서나 모두. 끝없다.

▴落木(낙목):낙엽.

▴蕭蕭(소소):쓸쓸한 모습.

▴不盡(부진):끝없다. 한없다.

▴滾滾(곤곤):물이 도도히 출렁대며 흐르는 모습.

▴艱難(간난):어렵고 힘들다.

▴繁霜鬢(번상빈):구레나룻이 온통 희게 되다.

▴潦倒(요도):노쇠하여 지치다.

◇해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산 정상에 오르면 정복하였다는 자부심에 만세를 외치며 기쁨을 마음껏 표출한다. 그러나 두보는 산 위에 올라 탄식만을 쏟아내고 있다. 왜 그럴까?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인가?

이 시에서 두보는 선경후정(先景後情:먼저 경치를 논하고 나중에 자신의 심정을 얹는다)의 기법을 통하여 인생무상을 노래하였다.

전반부는 유구한 자연적인 배경을 읊었고, 후반부에는 전란으로 인한 유랑생활과 병마에 시달리며 살아온 자신의 고단한 삶이 그대로 묻어있다 하겠다. 쓸쓸하고 적막한 고독감을 느끼면서….

자연은 유구한데 인생은 덧없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을 보니 꼭 계절 탓만이 아니더라도 서글픔을 이겨내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늙고 병들어 유랑하는 처지에는 더욱더 그렇게 느꼈을 터이다.

확실히 인간은 춥고 배고픈 고생을 해야 작품이 나오는 걸까?

◇명구

無邊落木蕭蕭下, 不盡長江滾滾來。

艱難苦恨繁霜鬢, 潦倒新停濁酒杯。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밥북사가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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