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술병』
둠베고기에 오메기술, 고소리술 한잔 듭서
육정균 (시인/부동산학박사/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겸임교수)
세월은 설날을 지나 성큼 입춘(立春)도 지나쳐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의 인사가 무색할 만큼 엄동설한 혹한 속으로 흐른다. 어느덧 필자와 ‘삶과 술’의 만남도 3년을 넘어간다. 앞으로 전국 방방곡곡의 술들을 나름대로 소개하고, 시국의 흐름과 우리들 삶을 짚어보며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인 ‘빈 술병’에 술을 채워보리라.
이번엔 내 사랑하는 제주도의 주요 민속주, 3호로 지정된 성읍민속마을 오메기술(濁酒)과 11호로 지정된 고소리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오메기술은 차조와 제주 천연 지하 암반 수에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조릿대를 첨가해 만든 술로 쌉쌀하면서도 부드러운 목 넘김이 좋다.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져 인공적인 맛이 없고 제주도의 앉은뱅이 술이라고 불릴 정도로 달콤한 맛과 부드러운 향이 입과 코를 모두 자극한다. 만드는 법은 차조를 20분 정도 물에 담갔다가 가루를 낸 다음 익반죽(뜨거운 물로 하는 반죽)을 해서 오메기떡 모양(지름 5cm 크기로 동글납작하게 빚은 후 가운데 구멍을 내어 도넛처럼 만든 떡)을 만들어 끓는 물에 넣어 30분 정도 삶는다.
떡이 너무 익거나 설익으면 술맛을 제대로 낼 수 없으므로 솥 밑에 떡이 눌어붙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하며 주기적으로 2~3회 저어 준 후에 익은 떡이 위로 떠 오르면 차례로 건져 낸다.
익은 오메기떡은 다시 손이나 주걱으로 문질러 으깨어야 하는데, 떡이 완전히 식으면 잘 풀리지 않으므로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물을 적셔 가며 손으로 문질러 골고루 푼 후에 잘게 부순 누룩을 넣어 고루 섞는다.
떡 삶아 낸 물을 식혀 된죽보다 조금 엷게 하여 섞고 뚜껑을 덮고 잘 싸서 따뜻한 곳에 한 달쯤 두면 위에 노란 물이 떠오른다. 이때 하루에 4~5회 정도 잘 저어 줘야 술맛이 고른데, 누룩 기운이 떨어지면 한 번 더 오메기떡에 누룩을 풀어 넣어 준다.
술은 60일 이상 발효하면 먹을 수 있고 청주가 되려면 150일 이상 발효해서 위에 맑은 술만 걸러내면 된다. 위의 맑은 술만 걸러낸 것이 오메기청주이며 밑에 가라앉은 것을 떠내 체에 밭친 것을 오메기술(막걸리, 탁배기)이다. 노란 기름이 도는 청주는 귀하게 여겨 잔치, 제사, 굿 등에 쓰이고 오메기술은 농주(農酒)로 이웃과 나눠 즐긴다.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과 제주도 향토 음식인 몸국과 돔베고기는 오메기술이 가진 약한 산미와 달콤한 맛에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고소리술은 주세법상 소주이며 제주도의 천연 암반수와 청정 좁쌀을 발효시켜 만든 전통 민속주다. 고소리란 증류식 소주를 만드는 전통 증류기 고리의 제주도 사투리인데, 고소리술이라는 이름이 소주를 내리는 도구에서 유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성읍마을 오메기술도 조로 빚은 술이고, 고소리도 조로 빚는데 오메기 술은 증류를 하지 않은 청주이고 고소리 술은 증류를 한 소주이다. 만드는 법은 먼저 밀과 보릿가루와 물을 가루 4되에 물 8홉의 비율로 섞어 누룩을 만든다.
누룩은 언제라도 만들 수 있지만, 건조에 적당한 음력 8월이 최적기이다. 8시간 정도 물에 우려 두었던 메좁쌀을 시루에서 90분간 쪄서 술떡을 만든다. 메좁쌀만을 고집하는 것은 솥에 넣고 증류할 때 솥 바닥에 잘 붙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술떡을 도고리에 부어 넣어 식힌 뒤 누룩가루와 물을 간간이 뿌려주며 손으로 잘 젓는다. 술 항아리에 이것을 담고 두 허벅(제주도에서 물을 길을 때 쓰는 항아리이자 타악기) 정도의 물을 부어 발효시킨다. 동짓달에 담근 술독은 이듬해 4월까지 묻어 둔다. 술독에 묻어 둔 술밑을 솥에 넣어 고소리(소줏고리)에서 소주를 고아 내린다.
40되들이 술독에 소주를 빚기 위한 술밑을 담아두기 위해서는 메좁쌀 12되, 누룩을 만들 밀과 보리가 10되 정도 소용된다. 제조 시기는 7∼8월 이외에는 언제라도 가능하나 새 좁쌀로 빚는 것이 가장 좋다. 고소리술은 오메기술이 등장하고 나서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난 다음 고려 시대 몽골군이 일본 정벌을 위해 병참기지로 사용하기 위해 제주에 주둔하면서 전래한 증류 기술을 사용하여 만든 술이며 조선 시대에 널리 보급되어 제주도를 대표하는 술이 되었는데, 농림축산식품부의 우리 술 품평회에서 최우수상과 두 번의 대상을 수상했다.
요즘에는 좁쌀 57%, 쌀 43%의 비율로 만들고 있다. 제주도의 청정 지역에서 생산된 좁쌀은 다른 지역 좁쌀과 달리 씹는 맛이 부드럽고, 술을 빚었을 때 그 향이 강하며 뒷맛이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끝으로,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오메기술 한잔을 음미하며 당부 드린다. 새로운 정부의 탄생을 외치인 정치인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통합 등 연금개혁도 논의하는데, 공무원연금은 그들의 퇴직금이고, 국민연금은 퇴직금을 별도로 받는 기업의 근로자들에게 퇴직금과 별도로 혜택을 주는 연금이니, 본질이 전혀 다른 것들의 통합보다는 고갈되는 국민연금이 걱정된다면 건강보험과 같이 매년결산제로 혁신하여 미래세대에게 절대 고통을 떠넘기지 말라고!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전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