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 박찬중 회장 인터뷰
화합하는 협회, 참여하는 협회, 신뢰하는 협회를 만든다
내구소비재 과다 지원은 도매사가 공멸하는 길이다
서울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 박찬중(朴贊重, 67세) 회장은 지난 해 2월 서울협회 회장으로 당선되고 나서 첫 일성이 ‘화합’이었다. 박 회장은 당선 인사를 통해 “선거과정에서의 모든 일을 잊고 이제는 회원사 모두가 뭉쳐야 한다”면서 “주류업계의 산적한 현안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회원들의 참여와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화합을 강조했었다.
그는 또 이어서 치러진 중앙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냈을 때도 주류메이커와 ‘상생’을 해야만 주류도매업계가 발전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바 있다.
‘화합’과 ‘상생’은 바로 덕장(德將)이 갖춰야 할 덕목 가운데 하나다. 삼국시대에 유비(劉備)가 덕장으로 불리는 것은 바로 이런 ‘화합’과 ‘상생’을 생활신조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찬중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바로 유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박 회장에서 풍기는 인상이 유비와 비슷한 신조 때문일까. 박 회장은 시종일관 ‘화합과 상생’만이 현재 어려움에 처해 있는 주류업계를 살려낼 수 있다는 소신을 피력하고 있다.
박찬중 회장이 서울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를 이끌어 온지도 1년의 세월이 흘렀다. 서울협회에는 과연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지 박 회장에게 들어 보았다.
◇주류업계에 새바람이 불어야 한다
박 회장은 서울협회의 수장이 되고 나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잘못된 관습은 버리고 주류업계에 새바람이 불어야 한다”며 “전통을 중시하는 운영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협회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고, “모든 것이 일시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시간이 문제지 안 되는 것이 없다. 사각형을 오래 굴리다 보면 둥근형으로 변하는 것은 진리”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이 같은 생활철학은 그가 운영하는 대성주류판매(주)의 사훈에서도 엿 볼 수 있다. <하고자 하는 자는 방법을 찾고 게으른 자는 구실을 찾는다>는 것. 박 회장이 갖고 있는 이런 지론이 고스란히 서울협회 운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회원사들 간의 평이다.
박찬중 회장은 서울협회장에 당선되고 나서 새로운 집행부를 출범시키고 혁신적인 과제들을 본격적으로 수행하면서 제조사 영업임원을 초청해 서로의 상생을 위한 간담회를 시행했고, 대표이사 워크숍과 단합대회, 사케 제품 장기재고 처리, 지입차 근절을 위한 대책방안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내구소비재 지원의 개선을 위해 국세청 명령고시 준수를 위한 약정서를 확정하고 회원사에 홍보전단을 배포 하는 등 바쁜 일 년을 보냈다.
박 회장은 “모든 사업의 근간은 화합하는 협회, 참여하는 협회, 신뢰하는 협회를 만들어 주류도매사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박 회장이 밝힌 서울협회 회원사 현황을 보면 지난 1년 간 1조 6,3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월평균 1,360억 원을 달성했는데 이는 전국의 27%를 차지하는 규모이며 2013년 대비 약3,200억 원이 늘어나 3.9%가 성장했다. 현재 영업 중인 163개 회원사의 연평균 매출은 약 100억 원으로 월매출은 약 8억3천만 원에 달하지만, 월평균 이하로 판매하고 있는 회원사가 110개사로 68%를 차지하고 있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서울협회 뿐만 아니라 주류도매업계 전체적인 현상이다.
◇ 화합과 혁신의 집행부 출범시켜
박찬중 회장이 서울주류협회장으로 선출 되고 나서 처음 시작한 일은 회원사의 단합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과거와 달리 측근인사를 배제하고 각 지역에서 신망 있는 인사를 추천받아 부회장으로 선임하였으며 지역위원장 및 총무를 전원 협회이사로 선임하는 등 과거의 집행부와 확연히 다른, 화합과 혁신의 집행부를 출범시킨 것이다.
특히 5개 분과위원회를 가동시켜 도매사의 이익경영을 위한 정책개발과 제도개선에 역점을 두고 활동했으며 4개 지역을 9개 지역모임으로 세분화시켜 편성하고, 협회 사무국도 30%의 구조조정을 단행하여 협회 운영에 따른 경비를 절감하는 한편 ‘회원사를 위한 협회’를 만들어 가는 초석을 다듬은 것이다.
서울, 경기남부, 경기북부, 인천의 4개 협회가 수도권지역의 도매사간 분쟁을 조정하고 긴밀한 업무협조와 상생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수도권정상화위원회가 구성돼 있는데 박찬중 회장이 서울협회장에 당선돼 수도권정상화 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수도권지역은 총매출이 3조2천억 원으로 전국의 51%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시장으로 그동안 도매사간의 부당한 거래처 침탈이 빈번하게 발생됐지만 강력한 중재나 합의가 없었다. 그러나 박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나서는 매월 이사회 정기모임과 회장단의 수시모임을 통해 과도한 내구소비재지원 개선과 지입차 근절을 중점사업으로 정하고 모두가 함께 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나가고 있다.
박 회장은 “화합과 혁신으로 상생경영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유통질서의 정상화는 도매사가 추진해야 할 지상 최대의 목표이며 과제”라면서 “과당경쟁체제는 자기회사만 살고 보자는 이기적인 사고방식이고 도매사의 고질적인 적폐 현상으로 도매사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절박함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도매사가 살려면 내구소비재를 지원하지 않는 것
박 회장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도매사가 업소에 내구소비재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다. 이 문제는 도매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지만 갈수록 무상지원을 늘리면서 경영이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는 것이다.
박 회장은 말한다. “이제 우리 모두의 힘을 합하여 개혁을 시작했습니다.”고 말하자는 것이다.
박 회장은 “내구소비재의 과다지원에 의한 도매사의 출혈경쟁을 방지해 수익을 유지하고, 자원낭비에 따른 에너지 절약을 위해 국세청 고시만 지켜나가면 된다. 내구소비재의 과다한 무상지원 중단은 도매사의 수익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는 가장 시급한 현안이기 때문에 상호간의 긴밀한 업무협조와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내구소비재 무상 지원뿐만 아니라 도매사들의 지입차량으로 불법영업을 하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밝히고, “최근 수도권위원회는 신고 포상금을 최대 2,000만원으로 상향시켜 지입차량을 신고 받는데 신고 전화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밝혀다.
지입차량의 양산은 결국 회원사간의 무차별적인 거래처 침탈 행위로 이어져 유통질서를 문란 시키고 도매사의 단합을 저해하게 된다는 것이 주류도매업계의 병폐 중 하나다.
서울협회에서는 그동안 사케 제품구입 시 다량구입조건으로 사입 되어 재고 부담이 가중되고 유통 기일이 지났거나 소량의 경우 반품이 되지 않아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불편을 겪고 있던 것을 사케 수입주류 대형업체 5개사에 62개 회원사에서 약 1억2천만 원에 해당하는 재고를 반품 또는 신제품으로 교환처리 해주기도 했다.
박 회장은 작은 이익이라도 창출하기 위해 회원사의 공동구매를 통해 꽃 배달 서비스는 시중가의 20% 할인을 받게 하였으며 차량보험도 계약 시 12%의 할인 혜택을 받는 등 경기불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혁신과 구조조정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 서울협회 올 목표는 실리경영 정착, 동반성장 추구, 주류유통 혁신
박 회장은 “경기침체로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주류시장은 금년부터 모든 음식점과 주점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고 건전한 음주문화의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2015년 주류도매사의 영업 환경도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2015년 서울주류협회가 추진 할 주요 사업목표는 ▴실리경영 정착▴동반성장 추구▴주류유통 혁신이다.
박 회장은 이 같은 사업목표 달성을 위해서 “내구소비재 국세청 명령고시 준수 정착, 지입차량 근절, 도매사 역량 강화, 분과위원회 활성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겠으며 서울주류협회를 화합과 혁신의 상징이 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올 해도 수도권주류유통정상화위원회의 활동에 큰 비중을 두고, 수도권의 4개 협회가 힘을 합해서 큰 희망, 큰 화합, 큰 결실을 맺자고 강조하고 있다. 내구소비재 지원제도 개선, 지입차 근절만 이루어져도 도매사의 경영수지는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주장이다.
박 회장은 “국세청에서 고시한 법적근거만 철저히 이행하면 도매사의 많은 어려움을 해결 할 수 있다”고 확신 했다.
박 회장은 “도매사들은 법을 어겨가면서 까지 내구소비재의 무상지원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데 이제부터 개선하지 않으면 모두가 자멸할 수밖에 없다”면서 당장 ‘내구소비재 관련 국세청 명령 위임고시 준수’를 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협회는 정기총회에서 의결을 거쳐 위반업체에 대해서는 고발 조치하는 등 내구소비재 무상지원 제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박 회장은 “주류도매사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과 불합리한 제도를 과감하게 개선하고 회원사간 공존공생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도매사의 경영정상화와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데 역점을 둘 것이며 올해는 공병취급수수료 현실화 및 운반비 인상을 추진하는 중앙회의 업무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대기업 영업부장 그만두고 뛰어든 주류도매업
박찬중 회장은 1978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유능한 삼성맨으로서 한 족적을 남겼지만 뜻한 바가 있어 1991년 영업부장을 그만두고 삼성에서 퇴사했다.
92년 대성주류판매(주)를 인수하여 시작한 주류도매업은 생각만큼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그의 20년 넘는 영업 노하우를 살리자 주류도매시장에도 먹히기 시작했다.
한 때 진로에서 출하했던 ‘천국’은 백세주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유독 대성주류만은 전국에서 제일 많은 판매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대성은 연간 17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주류도매업체로 성장시켜 놓았다.
박 회장이 오늘의 대성을 키움에 있어 IMF 같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더 큰 어려움은 주류도매업이 대표적인 3D업종에 포함되어 도매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거의 자포자기 하듯 영업을 하는 것이었다고 술회한다. 그래서 낙후된 주류업계에 새바람이 필요하다고 본 박 회장은 스스로 영업상무 명함을 만들어 업소를 방문하면서 도매업과 업소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기도 했었다.
이렇게 신뢰를 쌓아가자 매출이 늘고 직원들도 활기흘 찾는 등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죽기를 각오하고 달려들면 못 이룰 것이 없다”는 신념이 통했다고 박 회장은 말한다.
박 회장은 주류도매업에 만족하지 않고 프랜차이즈 업체인 주)세울푸드원을 창업하여 주류도매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런 왕성한 사업욕은 그가 태어나 성장한 경북 예천 땅에도 소문이 자자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그의 고향사람들은 그를 예천군민회 회장으로 선출하고 예천 사랑에도 열정을 받쳐줄 것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박 회장은 바쁜 일정에서도 예천일이라면 열일 제쳐두고 내려가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한다. 그렇다고 그가 다른데 목적을 둔 것은 절대 아니라고 그의 후배들은 말한다.
박 회장의 올 해 화두는 “내가 바뀌면 미래가 걱정이 없다”는 것. 그는 말한다. “개혁과 변화는 우리의 희망입니다.”
박 회장의 희망대로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주류도매업계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신선한 바람이 불어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으로 변하길 기대한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