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元夏의 취중진담
지금 행복하십니까
어영부영하다 보니 어느 사이 내 나이 망구(望九)를 지나고 있다. 3년 전인가 어느 일간 신문에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망하는 나이는 남성은 85.6살, 여성은 90살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의 근거는 보건사회연구원 우해봉 박사가 1970년대 이래 최빈사망연령을 분석한 자료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유명인들의 근조(謹弔) 기사를 보면 남자들의 경우 90을 넘기지 못하고 80대 중반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우 박사의 분석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요즘 사회에서 환갑·진갑잔치는 물론 칠순 팔순을 한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과거 60, 70년대에 비하면 참으로 장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주변엔 부모님이 백수(白壽, 99세)를 넘기셨다는 말도 자주 들린다.
과거엔 오래 사는 것이 축복받는 일로 여겼다. 아주 옛날에는 효자들이 부모에게 청려장(靑藜杖)을 바쳤는데 이 청려장은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로, 바치는 선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통일신라 때부터 임금이 장수 노인에게 하사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조선 시대에는 ‘70세가 된 노인에게 임금이 내리는 것’이라 하여 ‘국장(國杖)’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과거 노인들에게 있어 지팡이는 필수품이나 다름없었다. 요즘 같으면 상수(上壽, 100세)를 넘긴 사람이 2025년 6월 기준 8,806명이나 된다니 청려장이라도 받으려면 황수(皇壽, 111세)는 넘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하기야 시간이 지나면 천수(天壽, 120세)를 넘기는 사람도 나오지 않을까.
우리나라에 내려오는 3대 거짓말이 있는데 ‘3대 거짓말’은 보통 ‘노인이 어서 죽고 싶다’, ‘처녀가 시집가기 싫다’,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라는 것. 이 가운데 노인들이 어서 죽고 싶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 분명하다.
살 만큼 산 나이지만 감기만 걸려도 감기약 찾으려고 하고, 친구가 무엇이 몸에 좋다고 하면 자식들에게 넌지시 구입해 줄 것을 강요(?)한다.
옛사람들은 초가삼간에 하루 세끼 거르지 않고 살수만 있다면 족하다고 하며 살았다. 그런데 요즘은 어떻게 하면 남보다 더 잘살아보려고 아등바등한다. 남보다 넓은 평수의 아파트, 고급 차, 명품백에 맛집이 있다는 소문에 천릿길 마다하고 찾아 나선다. 그런 것이 행복이라 여기기 때문은 아닐까.

확실한 통계는 모르겠고, 흔히 남자들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한다. 돈을 많이 벌면 다음에는 예쁜 여자들하고 연애도 하고 싶고, 그다음에는 권력을 쥐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는 것이다. 고 정주영 회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었는데 혹 이런 욕구 때문은 아니었을까.
때문인가 곧 있을 지방선거에 마치 후보자들이 불나방처럼 모여든다. 관직 하나 꽤 차려고 악다구니 써가며 “내가 최고로 국민을 잘 섬기는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진정 출마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뭐시중헌디’를 모르는 것 같다. 과거 60년대 국민과 같은 생각을 했다간 큰코다친다. 혹여 조선 시대 현감(縣監) 자리를 쟁취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간 옥살이를 하기 닦이다.
권력을 잡는 것이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설사 권력을 잡더라도 순수한 초심을 간직하고 임기를 잘 맞춰야 한다.
스포츠 선수들의 멘탈 코치 짐 머피는 “최정상의 선수들의 특징은, 승패라는 결과보다 과정에 온전하게 몰입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선거가 끝나면 이런저런 사유로 승복하지 않고 소송을 일삼는 모양도 소시민(小市民)들이 보기엔 그저 그렇다. 우리가 결과에 모든 것을 집중하면, 승패라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의해
우리의 존재가 모래성처럼 무너지기도 한다.
청와대에서 손가락 하나로 대통령을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바로 청와대 사진가라고 한다. 필자의 지인이었던 그 사진가가 하는 말이 걸작이다. “손가락 하나로 대통령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내 손가락이 최고 권력자가 아닌가.” 맞는 말씀.
그 사진가는 그게 행복이라고 여기고 십수 년을 보냈다고 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What is Happiness)’를 집필한 하버드대 샤하르 교수는 “누구나 ‘행복’을 원하고 추구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은 어떠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고 외면한다.”라고 했다.
어떤 자리에 있건 지금이 당신의 최고의 행복의 순간이라고 여기면 그게 행복이다.
<삶과술 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