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담의 복원 전통주 스토리텔링 53번째 이야기
수염과 머리털이 검어지고 치아가 새로 난다 황정주(黃精酒)
요즘 기능성식품이 인기를 누리면서 인터넷 상에서도 ‘둥굴레’와 ‘황정’에 대한 얘기가 자주 오르내리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주된 내용은 ‘둥굴레’와 ‘황정’이 동종의 식물인가 다른가는 질문들이 주로 많고, 언급되는 글마다 그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황정’이나 ‘둥굴레’는 한 속(屬)이라는 것이고, “약효가 인정되는 것을 ‘황정(黃精)’으로 규정한다.”고 한다.
사실 ‘황정’이나 ‘둥굴레’는 절간에서 ‘선방(禪房)의 차(茶)’로 널리 알려지면서 소위 ‘열풍’으로 번지게 되었고, 전국의 산야가 둥굴레 채취로 몸살을 알았던 것이 벌써 20여년도 넘은 것 같은데, 아직도 ‘둥굴레 타령’이라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줏대 없는 쏠림현상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예로부터 황정을 술에 이용하여 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農政會要>를 비롯하여 <禹飮諸方>과 <林園十六志>에 ‘황정주(黃精酒)’가 수록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황정주(黃精酒)’는 이들 세 문헌에 수록되어 있으면서도 술 빚는 법이 두 가지가 전해오는데, ‘황정주(黃精酒)’는 황정을 주재료로 하여 빚는 만큼, 발효주로 그리고 약용약주(藥用藥酒)로 분류할 수 있다.
‘황정주(黃精酒)’를 수록하고 있는 문헌 가운데 시대적으로 가장 앞선 기록이 <林園十六志>인데, <林園十六志>에는 주방문이 수록되어 있지 않고, <本草綱目>을 인용하여 “근육과 골격을 튼튼하게 하고, 정수에 이로우며, 흰 머리를 검게 하고, 여러 가지 병을 치료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本草綱目>을 상고할 필요가 있으며, ‘황정주(黃精酒)’의 유래는 <本草綱目>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林園十六志>보다 7년 뒤에 저술된 것으로 알려진 <農政會要>에 비로소 주방문이 나타나는데, 황정 4근을 비롯하여 심을 제거한 천문동 3근, 송침 6근, 백출 4근, 구기자 5근, 누룩 15되, 물 3석(30말)이 사용된다고 하였는데, 사용되는 쌀의 분량이 언급되어 있지 않고, 또 19세기 초의 기록으로 추정되는 <禹飮諸方>에는 황정(임의 양), 찹쌀 1말, 누룩 1두레(덩어리)로 빚는다고 하였을 뿐, 역시 황정과 물의 양이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農政會要>의 ‘황정주(黃精酒)’ 빚는 과정을 보면, “황정 4근, 심을 제거한 천문동 3근, 송침 6근, 백출 4근, 구기자 5근을 생것으로 준비(물에 깨끗하게 씻어 이물질과 흙 등 불순물을 제거한 후)하여 물 3석과 함께 솥에 넣고 하루 동안 달여서 (체에 걸러서) 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린다. 이 약재 달인 물에 누룩을 담가 불린 후, 멥쌀을 사용하여 ‘집에서 빚는 법(如家醞法)’으로 한다.”고 하였고, <禹飮諸方>에서는 “2월과 8월에 까막무릇(황정)을 캐어, 물에 즉시 씻어서 쓴 즙을 다 빼낸다. 찹쌀 1말을 백세 하여 고두밥을 짓고, 누룩 1두레(덩어리)를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데, 술밑에 황정을 썰어 술독에 함께 담아 안쳐서 익힌다.”고 하여, <農政會要>의 주방문과 <農政會要>의 기록이 서로 상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禹飮諸方>에서는 ‘까막무릇’을 황정으로 보고 있는데(저자가 살았던 대전지방에서는 까막무릇을 황정이라고 하였던 것 같다.), 이 까막무릇을 초봄과 한여름에 캐서 사용하고, 짓찧어서 즙을 제거한 후, 찹쌀 1말로 지은 고두밥과 누룩 1두레로 물 없이 빚은 술밑에 썰어서 넣어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 주방문은 불확실한 부분이 많아 어떻다 말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다만, ‘황정주(黃精酒)’는 반가에서 보약주(補藥酒) 개념으로 빚어 마셨던 술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農政會要>의 주방문 말미에 “술이 익어 맑은 부분을 걸러 뜻대로 마시면, 온갖 병을 다스려 없애고 수명을 늘이며, 수염과 머리털이 검어지고 치아가 새로 나니, 효과가 오묘하여 헤아릴 수 없다.”고 하였고, <農政會要>에서는 주방문 머리에 “황정은 가막무릇으로, 철(쇠붙이)을 꺼린다.”고 하고, 주방문 말미에 “공복에 주량껏 마시면 연년수명하고 눈이 밝아지고 정신이 상연하니라(상쾌하고 맑다).”고 한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이들 문헌에서 밝힌 대로라고 하면, ‘황정주(黃精酒)’는 보약주(補藥酒) 가운데서도 상약방문(上藥方文)이 아닐 수 없다. ‘황정주(黃精酒)’는 황정을 주원료로 사용하여 빚는 방법과 황정 외의 다른 보조약재를 사용하여 약효를 상승시키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와 같은 경우는 ‘국화주’에서도 볼 수 있다. 국화만을 사용하는 ‘국화주’와 국화 외 구기자와 생지황을 달여서 빚는 방법이 그것이다.
‘황정주(黃精酒)’를 빚을 때 주의할 일은, 황정을 깨끗하게 씻어서 흙과 이물질을 제거한 후, 물에 오랫동안 담가서 쓴맛을 빼내야 하고, 가능하면 오랫동안 진하게 달여서 사용하면 약효는 물론이고 발효상태도 더욱 좋아진다는 것이다.
경험을 예로 든다면, “황정 4근을 비롯하여 심을 제거한 천문동 3근, 송침 6근, 백출 4근, 구기자 5근, 누룩 15되, 물 3석(30말)이 사용된다.”고 하는 <林園十六志>의 주방문의 경우, 약재를 달인 물이 3말이 되도록 오랫동안 달인 후 찌꺼기를 제거한 후, 약달인 물만을 취하고 차게 식혀서 찹쌀이나 멥쌀 2말~3말로 지은 고두밥과 함께 빚는데, 술의 발효가 끝나면 가능한 빨리 채주하여 오지병에 담아 서늘한 곳에 보관해두고 마시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약달인 물을 사용한 ‘황정주(黃精酒)’는 장기 저장이 어렵고, 누룩이 많이 사용된 까닭에 시간이 오랠수록 술 빛깔이 검어지고 기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禹飮諸方>의 ‘황정주(黃精酒)’는 황정 1~2근을 잘게 썰어서 물 2말에 넣고 달인 물이 1말이 되도록 오랫동안 삶아서 쓴맛을 빼낸 다음, 찹쌀이나 멥쌀 1말로 고두밥을 짓고, 누룩 2되와 끓여 식힌 물 1말을 사용하여 발효시키는 방법이 맛이나 향기에 있어서는 선호되었다는 것을 밝혀둔다.
◈ 黃精酒 <農政會要>
◇술 재료:황정 4근, 심을 제거한 천문동 3근, 송침 6근, 백출 4근, 구기자 5근, 멥쌀 (15말), 누룩 15되, 물 3석(30말)
◇술 빚는 법:① 황정 4근, 심을 제거한 천문동 3근, 송침 6근, 백출 4근, 구기자 5근을 생것으로 준비한다(물에 깨끗하게 씻어 이물질과 흙 등 불순물을 제거한 후, 건조시켜 물기를 없앤다. ② 솥에 물 3석을 붓고, 준비한 약재를 넣고 하루 동안 달여서 (체에 걸러서) 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린다.③ 약재 달인 물에 누룩을 담가 불린 후, 가양주법으로 술을 빚는다. ④ 가양주법(멥쌀 15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갔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에서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고두밥에 누룩을 불린 약달인 물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베보자기로 밀봉한 후, 뚜껑을 덮어 차지도 덥지도 않은 곳에 두고 발효시킨다.)으로 술을 빚고 발효시킨다.⑤ 술이 익어 맑아졌으면, 식사 때 임의로 주량껏 마신다.
* 방문 말미에 “술이 익어 맑은 부분을 걸러 뜻대로 마시면, 온갖 병을 다스려 없애고 수명을 늘이며 수염과 머리털이 검어지고 치아가 새로 나니 효과가 오묘하여 헤아릴 수 없다”고 하였다.
<黃精酒> 用黄精四斤,天門冬去心三斤,松針六斤,白术四斤,枸杞五斤,俱生用.納釜中,以水三石煮之一日,去渣,以清汁浸麯,如家醞法.酒熟取清,任意食之,主除百病,延年,變鬚髪,生齒牙,功妙無量(황정 4근, 심을 제거한 천문동 3근, 솔잎 6근, 백출 4근, 구기 5근을 모두 생으로 쓴다. 솥 안에 넣고 물 3섬으로 하루 동안 달여 찌꺼기를 제거하고 맑은 즙에 누룩을 담그고 집에서 보통 술 빚는 방법대로 한다. 술이 익어 맑은 부분을 걸러 뜻대로 마시면, 온갖 병을 다스려 없애고 수명을 늘이며 수염과 머리털이 검어지고 치아가 새로 나니 효과가 오묘하여 헤아릴 수 없다).
◈ 황정주 <禹飮諸方>
◇주 원료:가막무릇(황정 임의 양), 찹쌀 1말, 누룩 1두레(덩어리)
◇술 빚는 법:① 2월과 8월에 가막무릇(황정?)을 캐어, 물에 즉시 씻어서 쓴 즙을 다 빼낸다.② 찹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③ 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에서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 고두밥에 누룩 1두레(덩어리)를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 술밑에 황정을 썰어 술독에 함께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차지도 덥지도 않은 곳에 두고) 발효시킨다.⑥ 술이 익었으면, 공복에 임의로 주량껏 마신다.
* 주방문 머리에 “황정은 가막무릇으로, 철(쇠붙이)을 꺼린다.”고 하였다. 말미에 “공복에 주량껏 마시면 연년수명(延年壽命)하고 눈이 밝아지고 정신이 상연(爽然)하니라(상쾌하고 맑다).”고 하였다.
◈ 황정주(黃精酒) <林園十六志>
<황정주(黃精酒)> 근육과 골격을 튼튼하게 하고 정수에 이로우며 흰 머리를 검게 하고 여러 가지 병을 치료한다. <本草綱目>을 인용하였다.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