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대통령 돼 떠날 때 박수 받기를…

모두의 대통령 돼 떠날 때 박수 받기를…

 

임재철 칼럼니스트

 

다시 일상의 감각이 돌아오고 새로운 희망의 민주시대가 열렸다. 영구집권을 노린 내란의 밤은 도리어 이 나라의 기사회생을 이끈 기적이 되어 버린 것일까. 기득권 세력이 아무리 흔들어도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거역할 순 없다. 국민의 혁명적 항쟁 속에서 탄생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나며, 우리는 아픈 과거를 딛고 험산준령을 넘어 새로운 역사의 장을 써 내려가고 있다.

 

새 정부의 출범은 비로소 악몽에서 깨어난 듯하다. 그러나 이 정부가 짊어진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내란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의 열망 속에 탄생한 정부는, 감사와 감격보다 국내외 정치·경제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조속한 질서 회복과 국가 재건이라는 절박한 과제 앞에 서 있다. 무엇보다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하늘처럼 받들며, 시대적 과제를 충직하게 수행해야 할 책무가 막중하다.

 

할 말이야 어디 한 둘인가. 정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현재 진영, 세대, 계층 간 깊이 나뉘어 있는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이미 이대통령이 정치적 반대자들과 동행도 하고 실용과 통합의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대 대통령들과 소통하며 나라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의 모습을 떠올린다. 말하자면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청해 초상화 공개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며 소통하는 자리가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진영과 애증의 정치적 견해차가 있을지언정 역대 대통령과 손을 잡고 그들의 말을 듣는다면 대한민국 현대사의 굴곡과 악연을 뛰어넘는 ‘화해’와 ‘통합’의 전환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역대 대통령들과 식사 등 소통의 자리를 마련해 국민전체를 품는 이대통령의 행보를 보고 싶다.

 

어린 시절 청소부, 소년공 출신의 이재명 대통령은 사선을 넘어 여기까지 왔다. 전 정권의 탄압 속에서 구속 위기를 넘기고, 내란세력에게 체포되어 죽임을 당할 뻔했던 사람이 빛의 혁명과 국민의 선택으로 다시 역사의 중심에 섰다. 특히 일 욕심 많은 이대통령이 “공직자의 한 시간은 곧 5200만 국민의 한 시간” 이라는 전제로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일하는 정부, 책임지는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지난 3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국가 지도자가 밤잠 안 자며 열심히 일하는 건 마땅한 일인데, 우리는 지도자의 부재와 국정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는 위기를 정확히 인식하고, 빠른 판단과 속도로 국정을 운영하며 국가 시스템을 복원해 가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향후 5년간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지율을 넘어, 국민이 정부에 거는 신뢰의 표현이다.

하지만 새 정부는 역사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글로벌 통상 질서의 재편, G2간 갈등, 동아시아의 불안정한 정세, 그리고 국내 경제의 침체는 정부가 직면한 중대한 도전이다. 건설업과 자영업의 위기, 고용 불안, 내수 부진은 국민 삶을 위협하고 있다.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신속한 경제 회복과 서민 생활 안정이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SG)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0.3%로 하향조정했고, 이미 한국은행 역시 1.5%에서 0.8%로 낮췄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증시는 반등했고, 소비심리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새 정부 경제정책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경제 논리에도 비교적 밝다고 알려진 이재명 대통령이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국정을 논의하는 모습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위기 극복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준다.

 

경제 회복을 위해선 수출과 투자의 활력을 되살리고, 미래 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 반도체, AI, 그린에너지, 기후위기 대응 등 신 성장 동력과 미래 먹거리에 대한 비전 제시가 절실하다. 동시에 남북 간 대화 재개와 평화체제 구축은 경제와 안보 모두에 긍정적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 그래서 남북 간 확성기 방송 중단과 대북 전단 자제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다.

 

하나 더. 여행가인 필자의 바람은 단 한가지다. 한반도 평화를 발판삼아 남북 간 철도가 연결되어 대륙철도와 이어지고,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파리까지 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꾼다. 상상만 해도 먹먹하고 가슴이 뜨거워진다. 육로를 통해 한반도 전체와 중국의 동북3성까지 2억에 이르는 인구가 일일생활권, 하나의 경제권으로 연결되는 그날, 우리는 진정한 번영의 길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정도를 가는 이들에게 기회를 준다. 지금까지는 예열이었다면 앞으로는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난마처럼 얽힌 현안을 잘 타개하고 사회적 통합을 이뤄 강한 민주주의와 경제력을 갖춘 진짜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리고 5년 후, 이재명 대통령이 떠날 때 국민의 박수를 받는 정부로 기억되길 바란다. 그것은 대통령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국민의 신뢰와 참여가 함께할 때,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와 경제 강국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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