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15)

양귀비 동상

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15)

중국 李白 詩 해설집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 당 현종(唐 玄宗)

당현종

당나라의 제6대 황제(재위 712〜756)로 재위 기간 동안 두 개의 연호를 사용했다.

전기 연호인 개원(開元)시대(712~741)에는 3대 황제 태종의 정관의 치(貞觀之治)를 무색케 할 정도로 개원의 치(開元之治)로서 성군의 반열에 올랐는데, 안으로는 민생 안정을 꾀하고 경제를 충실히 했으며 신병제를 정비했다. 또한 밖으로는 국경지대 방비를 튼튼히 하는 등 수십 년의 태평천하를 구가했다.

그러나 노년기에 접어든 천보(天寶)시대(742~756)에 들어와서는 정치를 등한히 하고 도교에 빠져 막대한 국비를 소비했다. 특히 자신의 며느리이자 35세나 연하인 양귀비(楊貴妃)를 궁내로 끌어들인 뒤 정사를 포기하다시피 했고, 국정은 권신 이임보가 대신 맡아보게 했다. 755년 안녹산의 난이 일어나 쓰촨으로 난을 피해 가던 중에 양귀비는 호위 병사에게 살해되고 이듬해 아들 숙종에게 양위하고 상황(上皇)이 되어 은거했으며 장안으로 돌아온 뒤 죽었다. 결국 양귀비한테 빠져 국정의 몰락을 자초한 셈이다.

양귀비와의 관계는?

양귀비는 17세 때 현종의 제18왕자 수왕(壽王)의 비가 됐다. 현종이 총애하던 무혜비(武惠妃)가 죽자 황제의 뜻에 맞는 여인이 없어 물색하던 중 수왕비의 아름다움을 진언하는 자가 있어 황제가 온천궁(溫泉宮)에 간 기회에 총애를 받게 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수왕의 저택을 나와 태진(太眞)이란 이름의 여도사가 되어 세인의 눈을 피하면서 차차 황제와 결합했으며 27세 때 정식으로 귀비로 책립되기에 이른다. 이때 현종의 나이 62세로 막장이라면 막장인데, 무혜비의 아들이 수왕이기 때문이다. 즉 원래 총비였던 시어머니가 죽자 며느리가 그 자리를 계승한 꼴로 사실상 막장의 원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양귀비와 안록산은?

양귀비 초상화

당 현종 시대의 총신 안록산은 정말 황당한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에 대한 황제의 은총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자기보다 열 살도 넘게 어린 양귀비를 기꺼이 양어머니로 받들었다. 이때 양귀비는 30살이 안되었고 안록산은 40이 넘었다 한다.

바로 여기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어휘가 생각난다. 여우 주제에 호랑이를 등에 업고 설치는 자를 가리키는데 구시대의 관직사회에만 이런 자들이 있었을 리가 없다. 지금도 노예나 애완동물이라도 된 양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버리고 권력자의 눈앞에서 알랑거리다가 떨어지는 떡고물을 받아먹으려고 설치는 자들이 어디 한 둘인가. 떡고물만 받아먹는 자들은 그래도 조금은 봐줄 만하다. 더 심각한 것은 권력을 등에 업고 설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자들로, 이들 때문에 세상은 혼란에 빠지고 만다. 그래도 이 정도만 해도 다행이다. 아예 국정 자체를 농단해버려 나라 전체를 헤어날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지게 하는 자들도 있지 않은가.

아들보다 딸을 낳아야 호강?

물론 지금 시대에서도 널리 쓰이는 말이기는 하지만 백거이가 당 현종과 양귀비의 로맨스를 그린「장한가(長恨歌)」에서 양귀비와 세 자매가 현종의 극진한 사랑을 받은 대목에서 유래했다.

양귀비는 다년간의 치세로 정치에 싫증난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아 궁중에서는 황후와 다름없는 대우를 받았고 세 자매까지 한국, 괵국, 진국부인에 봉해졌다. 양귀비는 물론 그녀의 자매와 친족에게까지 내려진 현종의 후대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이 백거이의「장한가」중 ‘후궁에 빼어난 미녀 삼천 명 있었지만 삼천 명에 내릴 총애 한 사람에 내리네’와 ‘비로소 천하의 부모들이 아들보다 딸 낳기를 중히 여기네’라는 구절이다. 양귀비의 자매가 누린 부귀영화로 친척 오빠인 양국충 이하 많은 친척이 고관으로 발탁되었고 여러 친척이 황족과 통혼했다. 그녀가 남방 특산의 여지라는 과일을 좋아하자 그 뜻에 영합하려는 지방관이 급마(急馬)로 신선한 과일을 진상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런 지경이니 나라가 기울지 않을 리가 없다. 바야흐로 경국지색이라는 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대목임에 틀림없다.

양귀비는 암내의 화신, 현종은 축농증?

야사이지만 양귀비는 겨드랑이 냄새가 심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였냐면 곁에 있던 시종이 솜으로 코를 막고 다닐 정도였으며 이 때문에 양귀비는 항상 향이 나는 주머니를 옆구리에 끼고 다녔다고 한다. 당 현종은 고질적인 축농증이 있어 양귀비의 암내를 몰랐다고 한다.

◇淸平調 第1首

구름을 보니 옷이 생각나고 꽃을 보니 얼굴이 생각이 나네

봄바람이 난간을 가볍게 스치니 이슬이 더욱 농염하구나

만약 군옥산 꼭대기에서 보지 않았다면

아마 요대를 비추는 달빛 아래에서나 보았을 걸

雲想衣裳花想容

春風拂檻露華濃

若非群玉山頭見

會向瑤臺月下逢

배경:성당(盛唐) 시기 743년에 지은 것으로 유미(唯美)의 풍격을 지닌 시이다. 이백이 장안에서 한림학사로 지내던 743년의 어느 봄날에 현종이 양귀비와 함께 심향정에 나와 활짝 핀 모란꽃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었다. 이러한 취흥을 이어가고자 기존의 시에 식상한 현종은 당장 이백을 불러들여 새로운 시를 지으라고 명하였다. 이때 술집에서 거나하게 취한 이백은 졸지에 부름을 받고 몸도 가누지 못한 상태에서 일필휘지로 양귀비의 자태를 화중지왕(花中之王) 모란에 비유하여「청평조사」3수를 지었다.

어휘

雲想衣裳(운상의상):구름을 보면 그대, 양귀비의 옷이 연상됨.

拂檻(불함):떨 불. 가볍게 스치고 지나가다. 난간 함.

露華(로화):이슬의 반짝임. 노광(露光).

群玉山(군옥산):신녀 서왕모가 산다는 곤륜산.

瑤臺(요대):신선이 사는 곳.

逢(봉):만날 봉.

해설:양귀비의 아름다운 자태를 모란꽃에 비유하였다. 이백은 하늘의 채색 구름을 양귀비의 의상으로, 화려하게 핀 모란을 양귀비의 얼굴로 표현하는 등 양귀비의 자태에 대한 온갖 찬사를 쏟아 부었다.

또 양귀비를 ‘달 밝은 요대에서 만난 선녀’라며 절세미인인 선녀 서왕모로도 비유했다. 두 사람의 밀애장소로 군옥산과 요대를 제시한 것도 상상속의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과연 궁정시인에 걸맞은 아부의 극치다.

명구(名句)

雲想衣裳花想容

◇ 淸平調 第2首

한 가지에 맺힌 농염한 이슬에 젖은 향기

무산에서의 운우는 공연히 애간장을 태우는구나

물어보세 한나라 궁에서 누가 비할 수 있을까

가련한 조비연조차도 새롭게 화장에 기대야 하리오

一枝濃艶露凝香

雲雨巫山枉斷腸

借問漢宮誰得似

可憐飛燕倚新摧

어휘

濃艶(농염):짙을 농. 아름다울 염. 사람을 흘릴 만큼 아름다움. 요염.

雲雨(운우):구름과 비. 남녀 간의 화합.

巫山(무산):중경시 무산현에 있는 산. 옛 초나라 양왕이 고당을 유람하다가 지쳐서 낮잠이 들었는데, 꿈에서 한 부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첩은 무산의 여자인데 왕께서 고당에 노니신다는 말을 듣고서 자리와 베개로써 모시기를 바라나이다.” 하고는 떠나면서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된다는 이야기에서 유래.

枉(왕):굽을 왕. 굽히어 나아가다. 헛되이, 공연히.

斷腸(단장):창자가 끊어질 듯이 슬픔. ‘양왕이 꿈에 겪은 일이라 애태운다’는 뜻.

借問(가문):빌릴 차. 물어봅시다.

可憐(가련):불쌍히 여길 련. 가련하다. 사랑스럽다.

飛燕(비연):한나라 성제의 후궁인 조비연. 미인에다가 가무에 능하며 몸이 가벼워 손바닥 위에서 춤추었다 함.

해설:무산 선녀의 조운모우(朝云暮雨) 고사를 통해 초나라 양왕이 여신 때문에 애간장을 태웠던 일을 거론하며 현종 역시 양귀비에 대한 무한한 마음을 애타게 표현했다. 그리고 한나라 궁전의 미녀들 중에서 그 누가 양귀비와 견줄 수 있을까? 아마 조비연이 새롭게 단장하고 나오면 모를까? 그래도 양귀비와는 비교가 안 된다는 내용이다. 양귀비는 화장발 없이도 아름답다는 것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제1수에 이어 양귀비의 아름다움을 극찬한 것이다.

명구(名句)

雲雨巫山枉斷腸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청어사가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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