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부스 브루잉 컴퍼니, 플래티넘 맥주주식회사 등 전량 해외 생산 또는 해외 생산 병행하는 실정
국내 주류산업 확장 및 고용에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됐던 수제맥주 산업이 역차별적 과세로 고사위기에 처하게 됐다.
국내 생산 맥주에 역차별적으로 작용하는 현행 주세법으로 인해 국산 브랜드라고 알려진 제품들도 전량 해외 생산이거나, 해외 생산을 병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는 종가세인 현행 주세법 상,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에만 과세된다. 그러나 국내 생산 맥주는 재료비, 인건비, 설비비, 이윤, 패키징비 등의 요소에 모두 세금이 붙는다. 다양한 원재료를 사용하고, 독특한 패키지로 승부를 보는 수제맥주의 특성 상 세부담은 관련 산업의 확장 및 발전을 고사시키고 있다.
해외에서 전량 생산하는 대표적인 수제맥주사로 한국에 수제맥주 대중화를 가져오기 시작한 더부스 브루잉 컴퍼니(이하 더부스)의 ‘대강 페일에일’, ‘국민 아이피에이’, 한약재를 넣은 맥주 등 제품명과 재료에서 볼 수 있는 한국적인 요소와 브랜딩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맥주의 생산지는 한국이 아닌 미국. 결국 수입맥주인 셈이다.
더부스는 올해 판교의 소규모 브루펍 운영을 중단하고, 전량 미국 캘리포니아 유레카 양조장에서 생산한 맥주를 역수입해 유통하고 있다.
또한 2002년에 사업을 시작한 한국 수제맥주 1세대 플래티넘 맥주주식회사도 비슷한 사정이다. 최근 CU와 손잡고 내놓은 ‘퇴근길 필스너’, ‘플래티넘 페일에일’ 등을 생산 유통하는 플래티넘은 2011년 당시 외부반출 금지와 높은 세금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중국에 첫 번째 맥주 공장을 설립했다.
현재 증평군 증평읍에 두 번째 공장을 설치해 맥주를 생산하고 있지만, 중국 공장에서 역수입한 맥주와 한국 증평에서 생산한 맥주를 함께 유통하고 있다.
국내 주류시장은 수십 년간 획일적 스타일의 맥주만 생산했다. 국산 맥주 업계에 수제맥주사들이 등장하며, 최근 10년 간 맥주 선진국인 독일,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어워즈에서 잇달아 수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주세법 때문에 이런 회사들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폐업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국내 현실이다.
다행이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맥주에 대한 주세 체계를 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는 ‘주세법 일부개정안’을 내년 2월 임시회에서 통과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내년에 검토될 종량세 적용 시 국내 맥주 업계는 설비 투자나 양질의 재료를 사용해 제조 원가가 상승하더라도 세금과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맥주의 가격 부담이 적어지게 되어 그동안 미뤄왔던 고품질의 맥주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종량세 개정으로 인한 국내 맥주 산업의 활성화에 따라, 경제효과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국산 맥주는 물론, 수입 맥주 제조의 산업기지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며 이에 따라 2019년 생산유발 효과가 6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중소 수제 맥주 업체의 경쟁력 향상, 창업 붐 조성, 투자 활성화 등으로 7500개의 일자리 역시 창출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