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영 이태백 시
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16)
중국 李白 詩 해설집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중국 4대 미인
- 서시(西施):침어(浸魚)는 춘추시대 월나라 미인 서시를 지칭한 것. 서시가 호수에 얼굴을 비추니 물고기들이 넋을 잃고 헤엄치는 것을 잊어 그대로 가라앉아버렸다고 한다.
- 왕소군(王昭君):낙안(落雁)은 한나라의 왕소군을 지칭한 것. 기러기가 하늘을 날아가다 왕소군을 보고 날갯짓 하는 것을 잊어버려 추락했다고 한다.
- 초선(貂蟬):폐월(閉月)은 삼국지에 나오는 초선을 지칭한 것. 달이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을 정도의 미인이라는 뜻이다.
- 양귀비(楊貴妃):수화(羞花)는 당나라 현종의 애첩인 양귀비를 지칭한 것. 꽃들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는 뜻으로 경국지색(傾國之色)의 주인공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성씨(姓氏)
- 중국의 5대 성씨:이(李), 왕(王), 장(張), 유(劉), 진(陳)이며 이 씨가 7.4%로 9,600만 명이다.
- 한국의 5대 성씨: 김(金), 이(李), 박(朴), 최(崔), 정(鄭)이며 이 씨가 14.8%로 679만 명이다.
한국과 중국의 이 씨(李氏) 성을 합치면 1억 명이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성씨가 된다.
한국은 이름에 큰 대(大)자나 클 태(太)자 등을 써서 앞으로 큰 인물이 되기를 기대하는 데 반해 중국에서는 이름에 작을 소(小)자, 적을 소(少)자를 써서 겸손의 미덕을 내세우는 게 아닌가 싶다. 소 자가 들어가는 이름에는 이소룡(李小龍), 등소평(鄧小平), 유소기(劉少奇) 등이 있고 두보의 호(號)도 소릉(少陵)이다.
淸平調 第3首
이름난 꽃과 미인이 서로 만나니 기뻐하고
오랫동안 군왕은 미소를 띠며 바라보네
봄바람은 무한히 한을 녹여버리고
침향정 북쪽 난간에 기대어 서있네
名花傾國兩相歡
長得君王帶笑看
解釋春風無限恨
沈香亭北倚欄干
어휘
名花(명화):이름난 꽃, 곧 모란을 뜻함. 모란은 화중지왕(花中之王), 즉 꽃 중의 왕이라 불리며 나라의 최고의 미녀요, 가장 빼어난 향기를 자랑한다는 ‘국색천향(國色天香)’이라고도 부름.
傾國(경국):나라를 기울게 함. 임금이 혹 빠져 나라가 망해가도 모를 미인을 일컬음. 곧 경국지색(傾國之色). 여기서는 양귀비를 말함.
兩相歡(양상환):둘 서로 좋아함.
解釋(해석):녹여버리다. 풀어버리다.
沈香亭(심향정):당 현종의 궁중 흥경지 동쪽의 정자로 대궐의 모란을 여기에 옮겨 심고 양귀비와 꽃구경하며 즐기던 곳. 열대에서 나는 향나무인 심향(沈香)으로 지었음.
欄干(난간):난간 란, 막을 간.
해설:모란꽃과 양귀비에 이어 현종까지 개입시켜 꽃 중의 꽃, 미녀 중의 미녀를 곁에 두고 언제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군왕의 흡족한 심리 상태를 묘사했다. 모란도 좋고 양귀비도 좋아 봄바람에 모든 시름을 다 날려버리고 심향정 난간에 기대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현종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총평:「청평조사」총 3수는 시어 하나하나가 짙은 색감을 가지고 있고, 한 자 한 자가 모두 유창하다. 현종이 만족하며 극찬하였다고 하는 이 작품은 지면에 봄빛과 꽃이 가득하여 독자의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현종과 양귀비에 대한 아부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당 현종이 한 나라의 최고의 미녀인 양귀비와 놀아나는 꼬락서니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아첨한 시이다. 이에 당 현종은 시어가 격조 있고 음률이 생동감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악공 이귀년에게 즉시 곡을 만들도록 했다. 이 때 당 현종은 이백이 자신이 총애하는 양귀비를 한나라 성제의 후궁인 조비연에 빗대어 쓴 것에 대하여 전혀 낌새를 차리지 못했다. 그저 양귀비 미모에 대한 극찬으로만 알았고 양귀비 역시 매우 만족하여 당 현종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후에 간신배 고력사의 평을 듣고는 현종에게 모함하여 이백을 궁궐에서 쫓겨나게 했다.
그렇다. 행간을 들여다보면 이백만의 필치로 숨겨져 있는 깊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 제2수의 조비연이 누구인가? 자신의 미모와 흉악한 계략으로 한나라 성제를 손아귀에 넣고 한 시절을 희희낙락한 음탕하고 잔악한 악녀가 아닌가? 한나라를 대표하는 미인상으로 일컬어지지만 악행과 문란한 행위로 역시에 오점을 남긴 여인이다. 그러한 조비연을 빗대어 ‘양귀비 당신이 바로 조비연이다’ 하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그 구절이「청평조사」3수의 시에 시대의 심장이 뛰도록 생명을 불어넣었던 것이고, 대대로 역사 속에서 청신하게 살아남아 영생하여 이백을 천하의 시인으로서 이름을 휘날리게 했다. 어찌 감히 최고의 권력자인 현종, 양귀비, 고력사 앞에서 이와 같이 풍자로서 조롱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제3수 에서도 ‘경국’이라는 어휘를 사용함으로써 양귀비의 사치스럽고 방탕한 행각에 우려를 표시하고, 황제와 나라의 장래에 대한 염려를 넌지시 비춘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과연 이백이 우려한 대로 얼마 안 있어 안록산의 난 때 양귀비, 고력사, 양국충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에 이르렀다.
문득 김영랑 시인의「모란이 피기까지는」의 구절이 생각난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명구(名句)
名花傾國兩相歡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청어사가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