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빚은 최고의 신성물 ‘청향(淸香)’의 ‘청향주(淸香酒)’

박록담의 복원전통주 스토리텔링/56번째

인간이 빚은 최고의 신성물 ‘청향(淸香)’의 ‘청향주(淸香酒)’

 

‘청향주(靑香酒, 淸香酒)’는 매우 힘든 술이다. 술을 빚는 과정도 힘들고, 좋은 술을 얻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청향주(靑香酒, 淸香酒)’라는 주품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필자가 빚어 본 술이 1천여 가지에 이르는데, 무엇보다 가장 힘든 술빚기는 ‘향(香)이 좋은 술’이다. 특히 ‘청향(淸香)’은 방향(芳香) 가운데서도 최고·최상의 향기를 지칭하는 것으로, 우리 조상들은 “쌀로 빚은 술에서 ‘청향(淸香)’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쌀로 빚는 우리 술을 총칭하여 ‘청주(淸酒)’라고 칭하여 온 것을 알 수 있다.

자가양주(自家釀酒)의 목적이 천지신명(天地神明)과 조상신(祖上神)에 대한 제주(祭酒)를 마련하려는 것이 첫째였고, 부모와 노인의 봉양으로 효도를 다 하려는 것이 둘째 목적이었으며, 절기마다의 명절과 통과의례(通過儀禮), 대인관계에 따른 손님 접대(接待)가 셋째 목적이었고, 계절변화에 따른 농삿일에 쓸 농주(農酒)의 마련이 넷째 이유였다.

특히 천지신명과 조상신에 바치는 술은 가장 향기롭고 깨끗한 물질인 청주(淸酒)를 올리는 것으로, 인간이자 자식으로서 예(禮)와 도리(道理)를 다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청주를 빚고자 하였다.

청향(淸香)을 간직한 청주(淸酒)는 곧 인간이 마련할 수 있는 가장 신성한 음식으로, ‘청향’과 ‘신성물’을 으뜸으로 여긴 데서 ‘천지신명과 조상께 바치는 제물(祭物)’이라는 의식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 술 ‘청주(淸酒)’는 곧 “맑고 깨끗한 신성 물로서의 제물(祭物)”이라는 뜻과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신성한 청향(淸香)을 간직한 술”이라는 의미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청향주’에 대한 필자의 애정은 남다르다. 우리 술 청주가 “가장 맑고 깨끗한 신성물”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신성한 청향(淸香)을 간직한 술”이라는 의미로 스토리텔링이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우리 술이 지구상의 모든 술 가운데 ‘가장 맑고 깨끗한 신성물’이자 ‘청향을 간직한 술’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전통주의 가치는 ‘와인’이나 ‘맥주’, ‘사케’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이러한 ‘청향주(靑香酒, 淸香酒)’는 조선시대 후기의 <李氏음식법>과 <浸酒法>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두 문헌의 주방문에서 공통점과 함께 차이점을 목격할 수 있다.

‘청향주’는 밑술과 덧술 모두 끓는 물을 사용하는데, 밑술은 범벅을 쑤어 누룩과 밀가루를 함께 사용하여 술을 빚는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덧술 과정에서는 <李氏음식법>에서는 찹쌀을 사용하고, 찹쌀고두밥과 끓인 물을 각각 차게 식힌 후에 누룩 없이 밑술만 섞어 덧술을 한 것과는 달리, <浸酒法>에서는 멥쌀을 사용하고, 쪄 낸 멥쌀고두밥과 끓는 물을 한데 섞은 후, 고두밥이 물을 다 먹으면 차게 식혀 만든 진 고두밥과 누룩, 밑술을 한데 섞어서 덧술을 빚는 등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로써 <李氏음식법>과 <浸酒法>의 주방문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서 ‘청향주(靑香酒, 淸香酒)’의 특징을 살펴보았으나, 궁극적으로 ‘청향주(靑香酒, 淸香酒)’라고 하는 주품 명에 담겨 있는 의미를 찾기는 힘들다.

다만, 앞서 “청향(靑香)을 띠는 술은 매우 힘들다. 술을 빚는 과정도 힘들고, 좋은 술을 얻기도 힘들다.”고 한 까닭은 그만큼 주원료의 선별에서부터 누룩의 마련과 술 빚는 전 과정에 치밀한 계획과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만 하고, 술의 발효과정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좋은 명주(名酒)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고, 앞서 언급했던 특별한 의미를 갖는 ‘청향주(淸香酒, 靑香酒,)’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정성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하는데, 우리는 우리 술 빚는 일에 대해 너무나 쉽게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어떻든 문제는 이러한 의미가 깃든 ‘청향주(靑香酒, 淸香酒)’가 다른 문헌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특히 대중화되지도 못한 채 맥이 단절되어버린 이유를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가 ‘<酒稅法>이나 해방 후의 밀주단속’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일제강점기의 <酒稅法>이 무소불위의 효력을 발생할 때에도 해방 후의 “삼금(三禁)”의 하나였던 ‘밀주단속’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가양주(家釀酒)의 맥을 지켜온 민속주와 그 기능보유자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결국, <李氏음식법>과 <浸酒法>에 수록된 ‘청향주(靑香酒, 淸香酒)’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술빚기에 사용되는 누룩의 양에 대한 분석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전통 양주에서 누룩의 양은 술 빚는 기술의 척도가 되기도 하거니와, 곧바로 주질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두 문헌의 ‘청향주(靑香酒, 淸香酒)’에 사용된 누룩의 양을 분석해보면, <李氏음식법>에 사용되는 누룩의 양은 쌀 대비 2% 정도이고, <浸酒法>에 사용되는 누룩의 양은 밑술과 덧술에 두 차례 사용되는 양을 합하여 5.3%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李氏음식법>의 ‘청향주’처럼 밑술을 반생반숙(半生半熟)의 범벅으로 빚는 방법에서 이렇듯 누룩이 적으면 많은 양의 범벅을 이기지 못하여 자칫 실패로 이어지기 쉽고, 덧술에서 술밑이 끓어 넘치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이씨음식법>에 “하잘 넘으니 큰 독에 넣으되, 반씩 되게 넣으라. 밑술이 가장 익으면 술이 쓰느니라.”고 하여 술을 관리하는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李氏음식법>의 ‘청향주’ 밑술의 발효기간이 20일로 길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실패를 줄이려면, 범벅과 누룩을 섞어 술밑을 빚을 때, 범벅이 묽은 죽처럼 풀어질 때까지 고루 힘껏 치대어 주어야 하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浸酒法>에서는 밑술의 누룩 양이 5%로 많아졌고, 다시 덧술에 누룩을 추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렇듯 힘든 과정에도 불구하고 누룩의 양을 적게 사용하게 된 배경은, 결국 첫째가 술향기 때문이고, 여느 술 보다 밝고 맑은 술 빛깔을 얻고자 하는데 있다고 할 것이다.

명품의 술은 첫째가 뛰어난 향기에 있는데, 그 향기가 ‘청향(淸香)’이라는 사실이다.

청향을 간직한 술 ‘청향주(靑香酒, 淸香酒)’와 같은 주품들이 단절되어진 배경은, 술빚기가 힘들고 까다롭다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힘들고 까다로운 일을 꺼리는 사람들의 속성 때문에 ‘청향주(靑香酒, 淸香酒)’는 물론이고, ‘동정춘’이나 ‘석탄향’, ‘집성향’, ‘동양주’ 등의 명품주들이 단절된 이유를 찾을 수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누구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으랴.

◈ 청향주 신방 <李氏음식법>

◇주원료▴밑술:멥쌀 20식기, 가루누룩 1식기, 밀가루 1식기, 백비탕 20식기

▴덧술:찹쌀 30식기, 멥쌀 30식기, 백비탕 48식기

▴밑술:①멥쌀 20식기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작말한 후, 넓은 그릇에 담아 놓는다. ②솥에 물 20식기를 붓고 백비탕으로 끓여 쌀가루와 합하고, 주걱으로 고루 개어 반생반숙의 범벅을 쑨 다음, 매우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가루누룩 1식기와 밀가루 1식기를 가는 체에 쳐서 범벅에 한데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단단히 밀봉하고 20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찹쌀 30식기와 멥쌀 30식기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솥에 물 48식기를 백비탕으로 끓여서 넓은 그릇에 퍼서 차게 식힌다. ③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에서 퍼내어 (자리에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차게 식힌 고두밥에 차게 식혀 둔 백비탕과 밑술을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베보자기로 덮어) 밀봉한 후, 20일간 발효시킨다.

<쳥향쥬신방> 미 이십 긔 셰야 담갓다가 로밤 은 후의 작말야 비탕 혀 이십 긔만 미가로와 가지로 골골우 셕그면 반반슉 거시이 우 식은 후의 가로누룩 일긔 진말 일긔 가늘게 쳐셔 미말과 가지로 고로 셕거 항의 너허 단단이 봉여 두엇다가 이십일 된 후 미 십긔 졈미 십긔 셰야 담갓다가 로 밤 온 후 지여 밥  차게 식이고 비탕 십팔긔 차게 식여 슐밋과 가지로 고로 셕거 항의 너허 단단이 봉여 두어다가 이십일 된 후 여 면 조흐되 무을 금긔난이라.

◈ 청향주(靑香酒) <浸酒法> -열 닷 말 빚이-

◇ 주원료 ▴밑술:멥쌀 3말, 누룩 6되, 밀가루 2되, 끓는 물 9사발

▴덧술:멥쌀 12말, 누룩 2되, 끓는 물 7동이

▴밑술:①멥쌀 3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가루로 빻아 넓은 그릇에 담아 놓는다. ②물 9사발을 매우 팔팔 끓여 쌀가루에 골고루 나눠 붓고, 주걱으로 개어 무르게 익은 담(범벅)을 만든다. ③담(범벅)을 (담은 그릇과 똑 같은 크기의 그릇으로 뚜껑을 덮어 밤재워)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차게 식은 담(범벅)에 누룩 6되와 밀가루 2되를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친 후,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키고, 밑술이 익어 청주 같이 맑아졌으면 덧술을 준비한다.

▴덧술:①멥쌀 12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불린다(다시 헹궈서 물기를 빼 놓는다). ②불린 쌀을 시루에 안치고 쪄서 고두밥을 짓고, 물 7동이를 팔팔 끓인다. ③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어, 끓고 있는 물과 한데 합한 후, (그릇의 뚜껑을 덮어서 고두밥이 물을 다 먹으면) 하룻밤 재워 차디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고두밥에 누룩 2되와 밑술을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되, 잘 넘치니 큰 독을 사용하고 반만 차게 담아 안친다. ⑥술독은 예의 방법대로 하여 (서늘한 곳에서) 발효시켜 익기를 기다린다.

<청향주(靑香酒)> 백미 서 말을 백세 하여 하룻밤 재워 가루 빻아 물 아홉 사발을 가장 끓여 채와 이튿날 가루누룩 엿되와 진가루 두되를 고루고루 섞어 넣었다가, 가장 익어 청주 같거든 백미 열두 말을 백세 하여 하룻밤 재워 익게 쪄서 물 일곱 동이로 골화 하룻밤 재워 가장 차거든 그 밑술에 섞어 넣어두되, 하잘 넘으니 큰 독에 넣으되, 반씩 되게 넣으라. 밑술이 가장 익으면 술이 쓰느니라.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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