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18)

차동영 이태백 시

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18)

중국 李白 詩 해설집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路難 第3首

인생길 험난하여라 제3수

귀 있다고 영천수에 씻지 말고

입 있다고 수양산 고사리 먹지 마라

재주 감추고 세상에 섞인 무명이 귀하거니와

고고함을 구름과 달에 비해 무엇에 쓰랴

내가 예부터 현인달사를 살펴보매

공을 세우고 물러나지 않아 모두 죽나니

오자서는 벌써 오강 위에 버려지고

굴원은 끝내 상강가에서 투신하네

육기는 비록 재주는 있으나 어찌 제 몸을 지켰나

이사는 벼슬 버림을 제때 이루지 못해 (결국 죽음을 당함)

화정의 학 울음소리 어찌 들을 수 있으며

상채의 참매야 말할 나위 없더라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오에서 장한을 달생이라 칭하는데

추풍에 홀연 강동 생각이 나 돌아가네

또한 살아생전 한 잔 술 즐겨야지

죽은 뒤 오랜 명성 무슨 필요가 있는가

有耳莫洗潁川水

有口莫食首陽蕨

含光混世貴無名

何用孤高比雲月

吾觀自古賢達人

功成不退皆殞身

子胥旣棄吳江上

屈原終投湘水濱

陸機雄才豈自保

李斯稅駕苦不早

華亭鶴唳鉅可聞

上蔡蒼鷹何足道

君不見

吳中張翰稱達生

秋風忽憶江東行

且樂生前一杯酒

何須身後千載名

어휘

▴有耳莫洗潁川水:요임금이 허유에게 임금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하자 허유는 더러운 말을 들었다고 영천수에 귀를 씻고 기산에 들어가 은거하였다.

▴有口莫食首陽蕨:주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쳐서 멸하자 백이와 숙제 형제가 신하가 임금을 내쫓았으니 주나라 곡식을 먹을 수 없다고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만 먹고 살다가 굶어 죽었다.

▴蕨(궐):고사리 궐.

▴含(함):숨길 함.

▴何用孤高比雲月:옛 성현들(허유, 백이, 숙제)과 같이 구름과 달처럼 고고하게 사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그냥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예사로이 살면 그만인 것을.

▴吾(오):나·우리 오.

▴殞(운):죽을 운.

▴子胥(자서):초나라 사람 오자서. 춘추시대 오나라 왕 합려를 도와 강대국을 만들었으나, 그 아들 부차 때에 이르러서는 서시에게 홀리지 말 것을 간하였다가 자결을 명받아 죽었다.▴屈原(굴원):중국 전국시대의 정치가이자 비극 시인. 혼란했던 전국시대 말엽에 정치적으로 불우했던 자신의 신세를 주옥 같은 언어로 표현하였고, 이런 그의 작품들이 후세에 초사(楚辭)로 불리게 되었다.

▴濱(빈):물가 빈.

▴陸機(육기):서진 시기의 관리이자 문학가, 서법가(書法家). 서진에서 관리로 승승장구하다가 팔왕지난(八王之亂: 서진의 제위 계승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황족들의 대결이 내란으로 번진 것.) 때에 삼족이 멸족되었다.

▴豈(기):어찌 기.

▴李斯(이사):전국시대 말기 초나라 상채 사람. 진시황이 6국을 통일하는 데 모략과 정책을 제시하여 진 제국의 건립과 중국의 대통일에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그의 인품은 바르지 못했다. 그는 명리를 좇았고, 이익 앞에서 의리를 잊었다. 진시황이 죽은 뒤 조고에게 매수된 2세 호해를 위해 옳지 못한 일을 저질렀으며, 끝내는 조고의 모함에 빠져 자신의 몸을 망치고 말았다.

▴稅駕(세가):휴식을 취하다. 벼슬을 내려놓다.

▴華亭(화정):지금의 강소성 송강현 서쪽의 평원촌인데 육기의 형제가 일찍이 여기에서 놀았음.

▴鉅(거):어찌 거.

▴張翰(장한): 진나라 2대 황제 혜제(사마충) 때 대사마동조연 등을 지낸 관리. 8왕의 난으로 천하가 불안하자 장한은 사마경이 곧 패망할 것을 예측하고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가 한적한 생활을 즐겼다.

▴達生(달생):생을 순조롭게 함.

▴忽憶(홀억):갑자기 생각나다.

해설

이 시에서 이백의 넓고 활달함과 낭만의 정신을 볼 수 있어 이전의 우울함과 고민이 한꺼번에 씻기는 듯하다. 이백이 크게 깨달은 것은 ‘공을 세우고 물러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功成不退皆殞身)’로 세상사 암시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공을 세우고 얼마간 부귀영화를 누렸으면 물러날 줄을 알아야지 끝까지 눌러 앉으려고 하는 게 비극의 시작이다. 이를 역사적인 인물인 오자서, 굴원, 육기, 이사 등이 천수를 마치지 못했음을 예로 들었다.

또 허유, 백이 등을 닮고자 분수에 지나치도록 고고하여 널리 천년의 아름다운 이름을 얻기도 원하지 않았다. 결국 장한처럼 ‘살아생전 한 잔 술 즐겨야지, 죽은 뒤 오랜 명성 무슨 필요가 있는가(且樂生前一杯酒 何須身後千載名)’ 하는 것이 이백이 진실로 갈구하는 삶인 것이다.

명구

且樂生前一杯酒 何須身後千載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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