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시 금광면에 가면 술에 관한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술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안성시에서 마둔저수지로 가다보면 야트막한 산자락이 보이는데, 그 길가에 ‘대한민국술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한마디로 말해 우리술 역사의 보고(寶庫)다.
‘대한민국술박물관’을 세운 사람은 박영국(54) 씨. 박 관장은 “그간 여러 업에 종사하면서 술 관련 자료들을 하나 둘씩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껄껄 웃었다. 그렇게 자료를 수집하다보니 개인이 소장하기엔 너무 많은 양이 모였고, 아예 박물관을 짓겠다고 나섰다.
이곳에는 술을 만드는 도구나 희귀한 술병은 물론, 문헌적으로 연구 가치가 있는 책자와 포스터, 술 관련 우표, 각종 인허가 서류 등 다양한 자료 4만5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잘 지은 별장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박물관 주변엔 술독들이 즐비하고, 여기저기 술과 관련된 기구며 도구들이 분위기를 띄운다.
박물관은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로 나누어져 있다. 제1전시실은 각종 민속에 관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전통주 빚기에 쓰이는 각종 양조(釀造)도구, 도자기 등이 가득하다. 술 관련 고(古)서적, 논문 등을 열람할 수 있는 문서자료관은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자료실이다. 이 박물관의 ‘보물’이다. 술을 빚는 비기(秘記)부터 옛사람들이 술에 대한 경계심을 담은 포스터, 술을 빚게 해달라는 탄원서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예전 생활상과 우리술에 대한 역사․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조선시대 때 주류(酒類)를 소개한 ‘향례합편(鄕禮合編)’,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에 발급된 양조장 면허증과 밀조주(密造酒) 금지 전단지, 1950~60년대에 판매됐던 200여 종의 소주 상표, 누룩틀 등은 그 가치도 뛰어나지만 이를 수집한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2층의 제2전시실은 나이 지긋한 주당들이 반길 만한 곳이다. 한창 때 즐겨 마시던 술병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소주와 맥주, 와인, 양주, 전통민속주 등 다양한 술과 술 광고물, 포스터 등이 빼곡하다.
나이 지긋한 관람객들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신세대들에게는 선배들이 마시던 옛 술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벌써 이름이 가물가물해지는 OB맥주며 크라운(Crown)맥주, 명성소주도 만날 수 있다. 술병 모양도, 술 이름도 무척 다양했다는 걸 느낀다. 뿐만 아니라 한 눈에 술 근대사,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
“시골의 한 양조장에 버려져 있던 쓰레기봉투를 뒤지다 옛날 술 제조과정을 기록한 문서를 발견했을 때는 보물을 찾아 낸 것만큼이나 기뻤죠. 이 박물관을 만들기까지 시골 고물상 주인부터 주류업체 직원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습니다. 너무 감사하죠.”
박영국 관장은 기회가 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대한민국 주당들이 모두 참여하는 대회를 열 계획도 갖고 있다고 했다. 031.671.3903
박영국 관장(맨 왼쪽사진)은 ‘대한민국술박물관’이 희귀한 술 자료들 때문에 유명해졌는데, 여기에 입소문까지 더해져 평일에도 꽤 많은 관람객들이 방문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