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맥주문화는 독일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다. 마을 한쪽에 자리잡은 작은 양조장과 거기에 딸린 작은 술집은 독일인들이 일상적으로 맥주를 만들고 마시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독일 맥주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원천이자 상징이다. 1200여 곳에 달하는 이런 양조장에서 세계 맥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주옥같은 ‘작품’들이 만들어진다. 양조장마다 고유한 원료와 제조방법, 그리고 하우스 이스트(House Yeast)로 만들어내는 다양한 변형(Variations)까지 고려하면 맛의 스펙트럼은 보다 넓고 깊다. 더불어 각 지역에 있는 크고 작은 맥주축제는 독일의 맥주산업과 문화의 성숙, 그리고 맥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준다.
독일 남부의 맥주산업
독일의 양조장은 작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란트브라우에라이(Landbrauerei)’로 불리며, 양조장에 선술집이 딸린 형태로 운영된다. 여기에 레스토랑과 숙박시설이 있는 경우도 있다.
독일 남부지역은 마을 양조장을 중심으로 맥주의 생산과 소비가 한 지역에서 일어나고 끝나는 폐쇄적인 구조다. 이들 마을 양조장들이 지역 맥주, 더 나아가 독일 맥주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첨병 역할을 한다.
독일인은 자신들의 마을 양조장에 맹목적인 충성을 보인다. 이는 지역 맥주가 가장 최상이라는 믿음과 함께 가장 신선하다는 평가에 기인한다.
남부지역의 마을 양조장은 바바리아(Bavaria)에만 670여 곳. 그 중 230여 곳이 양조를 가장 많이 하는 프랑코니아(Franconia) 지방에 몰려있다.
독일 북부의 맥주산업
소규모 양조장들이 많은 남부의 풍경과 달리 함부르크(Hamburg)와 브레멘(Bremen), 그리고 좀 더 서쪽의 도르트문트(Dortmund), 뒤셀도르프(Duesseldorf), 쾰른(Koeln)을 포함하는 북부지역은 약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북부에는 남부보다 수는 훨씬 적지만 큰 양조장이 많다. 생산량은 남부의 거의 2배에 가깝다. 독일의 주요 양조그룹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북부는 14세기경 ‘한자동맹(Hanseatic League)’이래 상업적 양조의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이런 까닭에 상업적인 경쟁과 기업가적 정신에 익숙하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거대 양조그룹이 맥주산업을 쥐락펴락하는 실정과 달리, 독일의 이들 양조그룹들은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국적 정체성(National Identity)’을 획득하는데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그룹조차 시장점유율이 10%를 넘지 못한다. 기업가와 마케팅 전문가가 만든 맥주보다 ‘양조쟁이’가 만든 지역 맥주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소비자 심리를 파고들지 못한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