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의 우리술 바로보기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술 바로보기(134)
종량세 전환 전통주에게는 득일까 실일까?
최근 주세전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 업계의 가장 큰 이슈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수제맥주의 주세 체계 전환 이슈가 현재는 맥주를 넘어 소주, 과실주, 전통주 등 전체 주종에 대한 종량세 전환으로 확대 논의 되고 있다. 술 세금을 결정하는 과세 체계는 술의 가격에 세금을 부가하는 종가세와 술 도수 또는 양에 따라 부과하는 종량세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주정을 제외하고는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세가 처음부터 종가세였던 것은 아니다. 1949년10월21일 주세법 제정 당시에는 종량세였으나 1967년 11월 주정, 탁주, 약주를 제외하고 종가세로 전환된 이후 1972년부터 현재 모든 주류(주정제외)가 종가세 과세체계를 갖추었다. 또한 각각의 주세율도 시대에 따라 변화가 있었다.
주세율 변천 연혁
우리나라에서는 유류세, 담배세 등은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고, 주세는 종가세 체계로 종가세와 종량세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종량세는 인플레이션시 물가상승률에 반비례하여 실효세율이 낮아지므로(즉, 감세) 장기적으로 세수확보가 어려워지는 반면 종가세는 세율변동 없이 가격에 비례하여 세 부담이 결정되므로 인플레이션에서도 안정적이다.
종가세·종량세 체계의 장단점 비교 1 / 출처- 주세 과세체계의 합리적 개편에 관한 공청회 자료
종가세·종량세 체계의 장단점 비교 2 / 출처- 주세 과세체계의 합리적 개편에 관한 공청회 자료
그동안 주류업계에서 종가세를 변경해달라고 하는 부분은 고급제품 개발을 저해하며 수입주류와의 과세형평 위배의 소지 등의 이유를 들어 종량세로 변경하자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주종에 따라서는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곳도 있다.
주종별 유불리를 보면 맥주 중 국산맥주, 그중에서도 수제맥주 등은 세금이 대폭 낮아지며 수입맥주 중에서도 비교적 원가가 높았던 프리미엄 맥주 가격은 더 저렴해질 수 있을 것이다. 와인의 경우도 고가의 프리미엄 와인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지는 반면, 저가 와인은 이보다 세금 혜택을 덜 받을 것이다. 고도주를 살펴보면 우리가 가장 많이 마시는 17도 소주의 경우 종량세를 적용할 경우 지금보다 세금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위스키는 종량세 전환시 알코올 도수 40도 기준으로 세금이 최대 72.44% 줄어든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자료).
전통주는 탁주, 약주, 증류주 등 주종별로 세금이 다르기 때문에 입장차가 크다. 탁주는 다른 나라에 없는 주종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약주도 다른 나라에 없는 주종이기는 하지만 청주와의 경쟁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둘 다 종량세 전환시 표준과세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
다양한 세금을 내는 술들 / 출처 – 위키백과
과실주의 경우 유럽의 고급와인들과 같은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가격에 세금을 내던 방식이 알코올 용량으로 내게 되면 가격 하락이 예상되기에 한국와인은 가격이 낮아진 고급수입 와인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우리 증류식 소주들도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격이 낮아진 위스키나 코냑 또는 다양한 고급 증류주들과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전통주 중 과실주와 증류주가 종량세제 전환시 불리해 질수도 있다. 종가세에서는 고급 주류들과 가격 차이가 있었지만 종량세는 비슷한 알코올에 비슷한 가격을 책정하기에 주종간의 가격 차이는 좁아질 것이다. 종량세 전환은 단순히 전통주나 우리 술의 가격이 높아지고 낮아지는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가격이 낮아진 다른 주류들과의 경쟁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
또한 종량세 전환을 하게 되면 포장지와 포장박스 그리고 병마개 등에 한해서는 출고 가격에서 감면을 받고 있는 혜택이 다른 주류들과 동일하게 되어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종량제 전환시 지금과 유사한 정도의 세금혜택을 얻어내지 못하면 전통주는 지금보다 더 높은 세금을 낼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일부 양조장에서는 품질 고급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종량세가 이익이 될 것이라 이야기 하며 종량세에 대해서 찬성 하는 분위기이다. 일부는 아직 정부의 안이 나오지 않았기에 관망을 하는 중이다.
종량세 전환과 관련되어서 정확한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고 정부 용역이 진행 중이다. 일부에서는 우리와 유사한 일본의 도수 구간별 종량세를 벤치마킹하자고도 한다. 그 정책이 무엇이 되던 종량세의 도입이 전통주 그리고 전통주 등에 있어 유리한지 불리한지에 대한 전통주 관계자들의 토론과 함께 단합된 의견으로 이와 관련된 대응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대형 박사의 우리술 바로보기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직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 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