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꽃가지에 오는 봄을 물을까”

신평 김기상 화백이 광목천에 일필휘지로 ‘어느 꽃가지에 오는 봄을 물을까’라는 휘호를 퍼포먼스로 쓰고 있다.
이쁜 마음들이 모여 삼짇날 풍류를 즐기다

“어느 꽃가지에 오는 봄을 물을까”

박록담流 ‘물에 가둔 불’ 전통주 시음회 개최

 

참석한 모두가 기념사진.

진달래 꽃잎 따다 목련 꽃 그늘 아래서 진달래 화전(花煎)을 부친다. 진달래 화전은 찹쌀가루를 익반죽하여 둥글게 빚은 다음 진달래 꽃잎을 얹어 기름에 지져 먹는 음식으로 조선시대 궁중음식이다.

진달래 화전을 안주 삼아 100일 동안 숙성된 송순주(松荀酒)를 걸러서 한 잔 마신다. 옛 선비들이나 즐겼음직한 삼짇날 화전놀이 풍류를 서울 한 복판(효자동)에서 즐겼다. 기승을 부리던 미세먼지도 풍류를 알아 선가 슬쩍 자리를 비켜 줘서 하늘은 맑았다.

박록담 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기해년(己亥年) 삼짇날, 한국전통주연구소(소장 박록담)와 내외주가(대표 박차원)가 ‘어느 꽃가지에 오는 봄을 물을까’라는 주제로 ‘시·주·풍·류(詩酒風流)’를 내외주가 뜨락에서 열었다.

삼진날은 삼짇날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삼짇날은 3월 3일(음력) 양수가 겹쳐 있는 날이기에 중삼일(重三日) 이라고도 한다. 우리는 흔히 삼짇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라고 하여 본격적인 봄의 시작을 알리는 길한 날로 생각 헤 오고 있다.

진달래 화전
삼짇날 풍류를 즐기고 있다.
삼짇날 풍류회에 협찬한 전통주들

이날 시·주·풍·류는 옛 선비들이 절기 찾아 풍류를 즐기던 것을 재현 했다고나 할까.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전통음식 전문가와 문화예술계의 풍류객들 30여명이 참석한 뜨락엔 눈이 부시도록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매화랑 진달래, 목련도 자태를 뽐내면서 손님을 맞았다.

뜨락 언덕에서 신평 김기상 화백이 광목천에 일필휘지로 ‘어느 꽃가지에 오는 봄을 물을까’라는 휘호와 ‘꽃그늘 밟아 오는 봄’이란 시를 적어 넣는 퍼포먼스로 삼짇날 풍류회는 시작되었다.

박록담 소장은 그의 자작 詩인 ‘꽃그늘 밟아 오는 봄’을 낭독하는 것으로 풍류회 개막을 알렸다.

樂地의 봄 소식을/ 매화에게/ 묻는 날에/ 이슬은/ 방울방울/ 구슬처럼 맺혀 있고/ 길 닦고/ 문 열어 두니/ 꽃그늘을 밟아온다.<중략> 功名은 四時行樂의 노래 속에/ 묻었다네.

요즘 계절은 예전 같지 않아서 봄가을이 무척 짧다. 봄인가 했는데 어느 사이 여름이 기다리고 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손로원 씨의 시에 박시춘 씨가 곡을 붙이고 원로가수 백설희 씨가 부른 ‘봄날은 간다’의 첫 소절이다. 그 시절에 오늘 같은 절기를 알아서 이었을까.

송편이 너무 아름답다
삼짇날 술이 빠질 수 있나요. 100일 숙성된 송순주를 거르고 있다.

‘물에 가둔 불’이 바로 술이다.

살랑 불어오는 봄바람 맞으며 이날 풍류에 협찬해준 면천두견주(면천두견주 보존회), 청명주(중원당), 풍정사계 春(화양), 천비향(좋은 술), 장성만리(해월도가), 지란지교(친구들의 술)를 전통요리와 곁들인다.

또 이날 시음회를 열어준 박차원 대표가 직접 담근 송순주를 직접 걸러서 몇 순배 돌리니 풍류회 분위기는 순풍에 돛단 듯 했다.

이때쯤 판소리꾼 정윤형 씨가 심청가와 호남가, 멋지게 창을 부른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갤리그래퍼 강병인 씨가 즉석에서 객들이 불러주는 꽃이름을 쓴다. 꽃 이름은 갖가지이건만 이를 하나의 형체로 이어져 멋진 작품이 탄생된다. 박수 또 박수.

변진심 선생이 ‘세월이 유수로다’를 시조창으로 부르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淸田 변진심 선생이 ‘세월이 유수로다’를 시조창으로 부른다.

세월이 유수로다 어느덧 또 봄일세/ 구포(舊圃)에 신채(新菜)나고 고목(古木)에 명화(名花)로다/ 아이야 새술 많이 두었으라 새봄놀이 하리라

이 쯤 되면 풍류장 분위기는 달아오를 만큼 되었다.

뜰에 핀 목련을 바라본 淸田이 말한다. “저기 목련이 참으로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목련꽃 그늘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간/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참석자 모두가 소리 높여 목련을 노랬다. 아! 오늘 같은 풍류가 내일도 이어졌으면….

각양 각색의 요리. 전통주와 잘 어울린다.

◇이날 참석한 인사들 ▴한식예술장인:배문숙, 이애섭, 이군자, 최승애, 홍성란, 오경이, 김매순, 송희자 ▴한국의 맛연구회:조후종 명예회장, 이근형 현회장, 윤옥희 한국요리와문화 원장, 김수진 한류전통음식문화원장 외 5명. 서울시 무형문화재 경기시조창 예능 보유자 변진심 ▴김홍국 교수. 임옥상  한국화가 겸 세계문자연구장  외 다수

<글·사진 김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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