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고유의 술 전통약주는 그 맛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색을 살펴보고 냄새를 맡으며 맛과 향을 느끼는 동안 우리술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된다.
◇ 자세히 살펴본다=전통약주의 색깔은 대체로 황금색을 띤다. 엷은 색에서 짙은 담갈색까지 황금색의 농도는 다르다. 색이 옅을수록 담백한 맛을 갖고, 짙을수록 진한 맛이 나며 오래된 술이다. 좋은 전통약주는 맑고 황금색을 띤다. 그러나 약재 등 곡물이 아닌 원료가 들어간 경우 원료의 색깔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술은 오래된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곡물을 사용한 발효주(맥주·일본식 청주)는 만든 지 100일이 안 된 게 좋은 경우가 많다.
◇ 냄새를 맡는다=전통약주는 크게 두 가지 향으로 나눈다. 하나는 누룩의 독특한 향으로 구수한 냄새가 난다. 누룩향에 익숙지 않은 현대인들은 짙은 누룩향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당한 누룩향은 품격 높은 전통약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향이다. 또 하나로는 과실향이 있다. 과즙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잘 발효된 전통약주는 사과나 수박 등의 과실향이 난다. 이 과실향은 누룩의 밀기울(밀껍질) 성분이 발효되면서 생성되는 향으로, 대개 저온 숙성시킨 전통약주에서 느낄 수 있다. 방향(芳香)을 즐기는 사람은 이런 계통의 약주를 선택하고, 드라이(dry)한 취향의 사람은 방향이 적은 약주를 선택하는 게 좋다.
◇ 맛과 향을 함께 음미한다=전통약주는 6가지 맛이 있다. 단맛, 신맛, 떫은맛, 구수한 맛, 쓴맛과 매운맛, 청량미가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약주는 이 6가지 맛이 두드러지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 있다.
① 단맛 : 와인의 경우는 발효를 일찍 끝내 포도당의 잔류 양에 따라 스위트(sweet)에서 드라이까지 단맛의 강약을 조절하지만 약주는 ‘덧술’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누룩효소에 의해 생성된 포도당을 효모가 알코올로 분해함에 따라 단맛이 줄어들면 발효가 점차 멈춘다. 이때 또 한 번 쌀을 보충해 주거나 쌀과 누룩을 함께 보충해서 재차 발효가 일어나게 하는 방법을 덧술법이라고 한다. 일정한 알코올 농도를 지나게 되면 포도당 생성량이 알코올 분해 속도보다 앞서서 단맛이 남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발효를 인위적으로 중단시키는 경우 두통의 원인이 되기도 해, 자연적인 덧술법으로 단맛을 유도하는 약주의 감미(甘味)는 매우 과학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다. 단맛의 정도에 따라 약주를 선택할 때는 반드시 인공 감미료에 의한 것인지, 덧술법에 의한 것인지, 또 몇 번의 덧술을 거쳤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같은 감미의 정도라 해도 여러 번 덧술한 것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② 신맛 : 약주의 신맛은 누룩 속의 미생물 조성과 발효 경과에 따라 젖산 또는 구연산 등 다양한 유기산에 의해 생기는 자연 산미(酸味)다. 다만 오래된 김치냄새 또는 식초냄새가 날 땐 상한 것이라고 봐야 되기 때문에 신맛은 반드시 향과 함께 음미해야 한다. 전통약주의 가장 큰 특징은 구연산, 젖산, 호박산 등의 자연 산미와 어우러진 달콤한 맛임을 기억하되, 드라이 취향의 사람은 감미와 산미가 조화된 상태인가를 음미해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③ 떫은맛 : 떫은맛은 도토리, 생감에서 많이 느낄 수 있는 맛이다. 미각신경이 마비돼 일어나는 맛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약주의 약간 떫은맛은 젖산에서 나온 맛으로, 적절한 경우 고기안주와 잘 어울린다.
④ 쓴맛과 매운맛 : 약주의 매운맛은 기본적으로 알코올 성분에 의한 것이다. 별도로 약미 약주의 경우에는 사용된 약초류의 쓴맛이 영향을 주기도 하며 효모 자체가 내는 쓴맛도 있다. 적절한 쓴맛은 식욕을 돋우는 맛이기도 하다. 전통약주의 알코올 도수는 11∼18%까지 다양하지만 약주를 선택할 때는 주정도수보다 조화로운 맛에 기준을 두고 선택하는 게 좋다. 대개 3번 이상 덧술해 오래 발효시킨 것일수록 주정도수가 높으며 중후한 맛을 지닌다.
⑤ 구수한 맛 : 이 맛은 약주에서 매우 중요하다. 곡물 발효주의 특징적인 맛으로써 곡물, 특히 곡물의 피질(皮質)에 많은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나는 자연스러운 맛이다. 대체로 이 구수한 맛은 술이 숙성돼 가면서 강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묵은 술이 된다. 구수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룩의 사용량이 많은 술이나 짙은 빛깔의 술을 선택하는 게 좋고, 보다 경쾌한 맛을 원하는 사람은 옅은 색깔의 술이 좋다.
⑥ 청량미와 온도 : 청량미는 약주의 온도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낮은 온도에선 단맛은 감소하고 신맛은 증가하며, 알코올의 자극성은 낮아지고 구수한 맛은 감소하며 청량감은 증가한다. 조선시대 식품서(書)인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밥 먹기는 봄같이 하고 국 먹기는 여름같이 하며, 장 먹기는 가을같이 하고 술 먹기는 겨울같이 하라”고 하는 말이 있다. 따라서 섭씨 6∼15℃ 사이에서 선택하되, 라이트(light)한 맛을 선호하는 사람은 가능한 한 차게 해서 마시고, 다소 무겁고 복잡한 맛을 좋아하면 15℃ 정도로 해서 마시는 게 좋다. 결국 전통약주의 맛을 즐기기 위해선 그 제품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온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전통약주 즐겁게 마시는 법
전통약주는 식사와 함께 반주(飯酒)로 즐기거나 안주 없이도 마실 수 있다. 반주로 전통약주를 마시고 대접하는 법은 다음과 같다.
① 온도 : 약주를 마실 땐 8℃ 정도로 차게 해서 마시는 게 좋다.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보다 차게, 다소 무거운 맛과 향을 좋아하면 덜 차게 해서 마신다. 마시는 동안 온도가 변화되지 않도록 포도주처럼 얼음그릇에 두고 마시면 더욱 좋다. 겨울엔 오히려 따뜻하게 데워 마시면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전통약주는 차게 해서 마시는 것이 법도에 맞다.
② 잔 : 전통주기(酒器)에는 잔(盞)과 배(杯)가 있다. 잔은 배에 비해 비교적 작은 것을 말한다. 잔은 온도를 줄이기 위해 도자기로 만들어진 걸 사용하는 게 좋다. 유리잔을 사용할 때는 와인글라스 같이 손잡이가 있는 것으로 골라 체온이 술 온도를 높이지 않게끔 한다.
③ 병을 열 때 : 술병을 열자마자 술을 따르지 말고, 술병 마개를 연후 잠시 기다려 병 속에 차있던 미량의 가스가 날아가도록 한 후 조용히 잔에 술을 따른다.
④ 음식과 알맞은 약주의 선택 : 전통약주는 대개 단맛과 신맛이 다른 술에 비해 강하다. 비교적 드라이한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