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 (19)

차동영 이태백 시

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 (19)

중국 李白 詩 해설집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秋浦歌 第14首

추포호에서 노래하며 제14수

화롯불은 천지를 밝히고

붉은 별똥이 자색 연기 속에서 튀는구나.

붉게 그을린 사내가 밝은 달밤에

부르는 노랫가락, 차가운 냇가를 진동시키네

爐火照天地

紅星亂紫烟

赧郞明月夜

歌曲動寒川

배경 만년에 귀양길에서 풀려나 추포에 와서 인생을 회생하면서 지은 연작시 추포가 17수 중 제14수이다.

어휘

秋浦(추포):당나라 대에 선주(宣州)에 속했다가 뒤에 지주(池州)에 속했던 고을의 호수 지명. 지금의 안휘성 지주시 귀지구.

爐火(노화):화로 로. 화롯불.

赧郞(난랑):얼굴 붉힐 난, 사내 랑. 얼굴이 붉어진 사내.

해설 ‘추포가’는 총 17수로 이백이 벼슬생활을 그만둔 후 추포에서 생활하면서 강가의 평화로운 정경을 배경으로 숨길 수 없는 아픔을 읊은 시이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토속적인 소재, 색채나 빛, 움직임과 노랫소리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것들을 이토록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는 시인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이번 14수에서는 쇳물을 부어 물건을 만드는 주조(鑄造) 과정을 노래한 것이다. 화롯불이 천지를 밝힌다는 표현을 보니 문득 어수선한 시국을 떠올리게 한다. 붉게 그을린 건장한 사내 몇 명의 노랫가락이 냇가에 울려 퍼지거늘 백만이나 되는 촛불이 어둠을 밝히고 우레와 같은 함성이 천지를 진동시키는데 어찌 거역할 수 없는 민심을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예나 지금이나 위정자는 오로지 백성 편에 서서 모든 것을 바라보아야 할지어다.

자고로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지금의 위정자들이 민심을 제대로 알기나 하는 걸까? 위정자들이여! 제발 귀 기울이기를 간곡히 바란다.

사마천이 하늘에서 말한다. ‘가장 못난 정치란 백성과 다투는 정치’라고….

秋浦歌 第15首

추포호에서 노래하며 제15수

백발이 삼천 장이라

근심 때문에 이처럼 길게 자랐나 보다

모르겠구나 거울 속을 보니

어디에서 가을 서리를 맞았는지를

白發三千丈

緣愁似個長

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

어휘

發(발):머리카락. 두발.

丈(장):길이의 단위(1장이 3.33m, 고로 3,000장은 9,990m).

緣(연):~때문에. 이유. 연고.

愁(수):시름. 걱정.

似(사):~인 듯하다. 마치 ~와 같다.

似個(사개):如此(여차)와 같은 뜻(이와 같이).

秋霜(추상):가을 서리. 백발의 은유적 표현.

해설 ‘白發三千丈’은 백발이 삼천 장이나 자랐다는 과장법으로 대표적인 근심, 걱정을 나타내는 명구 절이다. 어찌 백발이 삼천 장이나 되나? 단순히 과장이라기보다 그 상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누가 이런 말을 한다. ‘광인과 철학자와 시인은 동급’이라고…. 수심(愁心)이 그렇게 자랐다는 의미다. 수심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야 누구나 다 있겠지만 고향 떠난 객지에서 외롭게 생활하다 아침에 일어나 불현듯 거울을 보니 허옇게 서린 백발을 보고 깜짝 놀라서 ‘내가 이렇게 늙어 보잘것없는 노인네가 되었구나’ 하는 원망 섞인 탄식이 저절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백발을 가을 서리로 비유한 것은 이백도 인간인지라 오랜 방랑생활에서 오는 외로움과 쓸쓸함이 내면에 깔려있다고 하겠다.

명구(名句)

白發三千丈

宣州謝朓樓

餞別校書叔雲

선주 사조루에서 교서랑인 숙부 이운을 전별하며

◇중국 중학교 교과서 수록

칼을 빼 들어 물을 베어도 물은 다시 흐르고

잔을 들어 근심을 없애도 근심은 역시 근심이로다.

인생사 내 마음대로 되지를 않으니

내일 아침은 머리 풀어 헤치고 뱃놀이나 할까 하노라

抽刀斷水水更流

擧杯消愁愁更愁

人生在世不稱意

明朝散髮弄扁舟

어휘

宣州(선주):지금의 안휘성 선성현.

謝朓樓(사조루):남북조시대(223년~589년) 선주의 태수로 있던 사조가 세운 누각.

校書(교서):서책을 검열하는 관직 이름.

抽(추):뺄 추. 꺼내다. 빼다. 뽑다.

稱意(칭의):어울릴 칭. 마음먹은 대로 되다.

散髮(산발):발산하다. 내뿜다.

해설 날 버리고 떠난 어제, 붙잡을 수 없고 날 괴롭히는 오늘, 시름만 더할 뿐 끝없는 가을바람에 기러기 다시 날아오니 이 높은 누각에서 흠뻑 마셔 흥이나 취해보세

우리의 고달픈 인생사를 노래하는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처한 시대는 달라도 서민들 삶의 애환은 비슷한 거 같다. 칼로 물 벤다고 물이 갈라지나? 근심 없앤다고 술 먹어도 근심이 어디 가나? 세상살이 내 뜻대로 된 게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매일 매일 삶의 무게에 짓눌려서 기 펴고 산 날이 과연 며칠이나 되겠는가? 내일 하루 만이라도 온갖 상념에서 벗어나 흥에 취해 놀아보면 어떨까?

명구(名句)

抽刀斷水水更流 擧杯消愁愁更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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