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은 개” 술을 먹으면 왜 동물로 변종 되는 걸까?

전통주 갤러리

“술 먹은 개” 술을 먹으면 왜 동물로 변종 되는 걸까?

 

인간사에서 술을 빼놓으면 많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술이란 단순히 마시면 취하는 것이나 취하려고 마신다는 정도의 의미를 넘어선다. 우리나라에는 가양주(家釀酒) 문화가 있어 집집마다 술을 빚어 마셨다. 술은 사람과 사람을 맺어주는 매개체로써 훌륭한 역할을 해왔고, 좋은 술을 빚어 손님을 접대하기도 하고 절기와 명절 때는 차례와 제사에 쓰이는 제주(祭酒)로 중요한 의미를 갖기도 했다. 이처럼 잘 빚어진 좋은 술은 그 집안의 품격과 가풍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술을 마시고 가끔 동물로 변종하는 경우가 있다. 우선 이야기를 하기 전에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애주가의 詩를 감상해 보자

술 먹지 마자 하니 술이라서 제 따른다

먹는 내가 왼가 따르는 술이 왼가

잔 잡고 달더러 묻노니 뉘야 왼가 하노라

위 시조는 작자 미상으로 전해 내려오는 시조이다. 시조를 감상해 보면 술잔을 놓으면 끊은 거고 술잔을 들면 마시는 거라는 하루에도 몇 번씩 끊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지는 애주가의 애환이 담긴 글로 여겨진다. 그러나 결국은 술은 끊지 못하고 ‘술이 좋다’라는 말로 귀결되기도 한다.

그럼 마시면 좋고 끊기 어렵다는 술(알코올)이라는 것에 대하여 알아보자. 알코올은 에탄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실험실 알코올램프 뚜껑을 열고 벌컥벌컥 마시면 안 된다. 실험실 알코올에는 메탄올이 섞여져 있어 무심코 마셨다가는 내장이 포르말린 용액으로 녹아내리는 상쾌한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그럼 순도 100%의 알코올로 사용하면 될 것 아닌가 하는 우매한 생각이 있을 법도 하다. 그런데 세금 걷는 관리들의 머리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다. 순도 100%의 알코올에 물만 타면 내가 원하는 도수의 술이 되는데 누가 술을 사 먹겠는가. 그래서 실험실 알코올에는 메탄올을 섞는다. 내장이 녹아내리도록, 그러면 사람들이 술을 사 먹을 수밖에 없고 나라는 술에 붙는 세금 즉 주세를 걷게 되는 것이다. 역대적으로 세금에 대한 관리들의 머리는 항상 백성들 위에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술을 마시고 새가 되어 날아가고 싶은 사람은 있어도 개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유독 ‘술 먹은 개’가 되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희석식 소주의 원료가 되는 주정도 조사해보고, 우리 술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누룩도 제조과정부터 살펴보고, 고온 발효냐 저온 발효냐 하는 발효 과정과 증류의 방법에 이르기까지 양조학적 측면도 면밀히 살펴봤지만, 도대체 그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알코올의 화학식과 그 분자모형이 생각나면서 나는 욕조에서 벌떡 일어나 무릎을 치며 ‘유레카’(“알아냈다”)를 외쳤다. 알코올 즉 에탄올의 화학식은 C2H5OH이다. 이 화학식을 그래픽화 하여 옮겨보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 된다. 이해하기 힘든가?(그림1) 그럼 입체화시켜보자, 그러면 아래와 같은 알코올(에탄올)에 대한 분자모형이 나온다.(그림2)

이제 이해를 하겠는가? 마신 게 알코올(에탄올)인데 어떻게 새가 될 수 있겠는가? 알코올을 많이 마시면 절대 새가 될 수 없다. 그냥 개가 되는 것이다. 새도 알코올을 마시면 개가 될 것이다. ‘술 마신 개’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너무 욕하거나 나무라지 말고 조용히 집에 들여보내자.

아, 집에서 곤히 잔다고 방심해서는 안 되다. 가끔 벌떡 일어나 갑자기 장롱문을 여는 경우도 있으므로….

필자 : 이은선(전통주갤러리 이사)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