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포와인농장 여인성·김민제 공동대표
이방카 방한시 청와대 만찬주로 ‘여포의 꿈’ 와인 사용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 계기로 와이너리 관광상품화에 더욱 힘쓸 터
6월의 산하는 풋 청년 같다. 봄꽃들이 진 들녘은 청년들의 생동감만큼이나 생기가 넘쳐난다. 창문 열면 코끝에 밤꽃향기가 진하게 풍겨나는 충북 영동. 옥천에서 영동으로 이어지는 금강 따라 이어진 4번 국도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경관이 아름답다.
전국의 포도 생산의 13%를 차지하고 있는 영동은 이름난 와인산지다. 와이너리가 40여개나 있어서 그런지 영동사람들은 이제 대폿집에서 와인으로 숙성시킨 삼겹살 구워놓고 소주나 맥주 대신 와인 잔을 기울인다. 자연스럽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올해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4곳을 신규 선정했는데 이중 와인 양조장이 2곳이나 차지했다. 그 것도 영동군에 있는 ‘여포와인농장’과 ‘도란원’이었다. 이는 이제 국내산 와인이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탁주나 소주 같은 우리 술이라는 인식변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방카 방한 시 만찬주로 선정된 ‘여포의 꿈’
이번에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여포와인농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평창올림픽 폐막식(18.2.25)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을 때 ‘여포의 꿈’이 만찬주로 선정돼 언론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던 와이너리다.
사실 ‘여포의 꿈’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도 청와대 만찬주로 사용되었던 와인이었다. 그 때는 언론에서 별로 관심이 없어서인지 보도가 나가지 않았다가 이방카 만찬주로 사용했다고 언론들이 뉴스를 내보내자 각광을 받았다고 했다.
이방카 만찬에는 원래 전통주를 사용하려다가 이방카가 자기 고향의 나파벨리 레드와인을 직접 가져온다고 하여 갑작스레 국산 화인트 와인으로 ‘여포의 꿈’을 만찬에 올린 것이다. 갑작스럽게 선정되기는 했지만 이는 그 동안 좋은 와인으로 인정받은 결과가 아니겠는가.
보지는 못했지만 이방카가 ‘여포의 꿈’을 마셔보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궁금하다. 모르긴 해도 ‘엄지 척’하지 않았을까.
‘좋은 와인은 좋은 포도에서 나온다’ 품종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여포와인농장’은 한적한 시골, 목가적인 풍경과 잘 어울리는 그런 곳에 자립잡고 있다. 집 앞에는 내가 흐르고 양조장을 지을 때는 뚝방길이였던 것이 이제는 2차선으로 도로로 확장돼 접근성이 좋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는 손색이 없어 보인다.
기자가 ‘여포와인농장’을 찾았을 때 여인성(呂寅成, 53) 대표와 김민제(金民濟, 50)공동대표(부부)는 포도나무 관리에 한창이었다. 해묵은 포도나무의 웃가지를 잘라내고 밑동에 새로운 품종의 포도로 접을 붙여서 좋은 포도로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 했다.
-열심이시네요. 좋은 포도를 개발해야 좋은 와인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인가요?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와인은 식용 켐벨포도를 주로 사용하여 와인을 생산하다보니 약간 단 맛이 강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입맛에 맞아도 국제 표준치와는 거리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국제 수준과 맞는 와인을 생산하기 위서는 꾸준한 품종 개량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포도 생산은 토질과 기후가 어느 정도 맞아야 되는데 가능한가요.
“켐벨은 기후변화에 강해서 이제 강원도 등 전국에서 재배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와인 수요가 레드와인에서 화이트와인으로 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는 와인 수요가 중·장년층에서 여성 특히 30·40대로 내려오고 있기 때문인데요. 화이트의 주원료인 청포도는 켐벨에 비해 재배가 까다로워 계속 기후와 토양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1940년대만 해도 청포도는 온실에서나 재배가 가능했지 노지에서는 불가능했던 것이 기후 변화로 이제는 재배가 가능해져서 많은 농가들이 청포도로 품종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와인은 하루아침에 만들지 못해 기다림의 미학
呂 대표는 와인이 숙성되고 있는 탱크에서 직접 와인을 따라주며 맛보기를 권했다.
어느 와인은 감칠맛이 돌아 입맛에 딱 맞기도 하고 어떤 와인은 아직 숙성이 덜돼 떨븐맛이 돌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와인은 포도가 주 원료가 되지만 영동은 감이 흔한 고장이라 홍시를 원료로 해서 감와인을 생산한다.
그런데 여포에서는 한술 더 떠 모과를 가지고 새로운 와인을 개발하고 있었다. 문제는 모과는 섬유질이 많아서 이를 어떻게 걸러내느냐는 것이 관건이라고 呂 대표는 말했다.
呂 대표가 새로운 와인개발을 시도하는 이유는 ‘와인이 너무 좋아서’란다.
呂 대표는 현재 와이너리와 지척의 거리에서 나고 자랐다. 대전에서 대학을 다니기 전까지 어렸을 적엔 포도나무와 함께 자랐다.
아버지를 일찍 여윈 呂 대표는 어머니가 포도농사를 지어 지식들을 공부시키는 것을 보고 자라면서 커서 와인도 생산하겠다는 꿈을 키웠다.
2004년부터 주류제조면허를 취득 준비를 시작해 2007년에 시설조건부로 허가를 받았다.
와인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하루아침에 만들지 못하는 와인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래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지 10년만인 2009년에 와인을 생산, 2010년부터 와인 판매에 나섰다.
여포와인을 알리기 위해 국회의사당 와인 홍보, 각종 축제 부스 운영, 현대백화점 충청점 와인시음 행사, 광명동굴 와인 페스티벌에 참가 하여 여포와인을 알렸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와인은 미숙아라고나 할까, 모자라는 부분이 참 많았죠, 그렇지만 처음 와인을 만들 때는 자기 와인이 최고라고 생각 안하는 사람이 있겠어요”
그런데 呂 대표를 와인에 몰입하게 된 동기가 발생한다.
呂 대표를 와인에 몰입하게 해준 모레티 교수
2000년 대 후반 영동군이 포도농장의 활성화를 위해 포도재배와 양조를 가르치는 이태리 벨레트리 대학의 시모네타 모레티 교수를 초청하여 포도재배 농가를 지원하고 있을 때였다.
막 와인 생산을 끝내고 판매를 시작 할 무렵인 2009년 여름, 모레티 교수가 여포농장을 방문했다.
와인 전문가인 모레티 교수는 여포의 꿈을 시음한 뒤 “영동에 와서 한국와인을 처음 만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모레티 교수는 “지금껏 영동에서 마셔본 것은 와인이 아니라 포도쥬스 같았다. 그런데 ‘꿈’은 와인이다”라는 칭찬에 呂 대표는 자신감이 생겨 더욱 와인에 빠져들게 된 동기라고 했다. 지하 창고에서 그 때의 와인을 꺼내 보이던 呂 대표는 한참 그 때를 회상했다.
呂 대표는 좀 더 나은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와인산업 현장을 보고 배워야 겠다는 생각으로 호주, 중국, 프랑스 와이너리를 찾아 연수를 받기도 했다.
그 때부터 呂 대표는 다양한 품종의 포도나무를 구해서 심기 시작한다. 카베르네 쇼비뇽, 샤르도네, 알렉산드리아 등등. 본격적으로 와인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생식용 포도와 와인제조용 포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50여 종의 포도나무를 심었다.
와인을 제조하는 한편 유기농 포도를 재배하여 직접 판매도 해 봤지만 포도를 직접 판매한다는 것은 등락이 심했다. 특히 좋은 기술을 갖고 좋은 포도를 만들어도 그것을 인정해주는 소비자들이 없으면 헛수고가 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직접 판매보다는 이를 가공해서 파는 게 부가가치가 훨씬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포도즙을 만들어서 팔았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았다. 그가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글 외자 속에 많은 내용이 녹아 있는 ‘꿈’을 상표로
呂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철도공사에 입사해 철도 인이 되었다. 지난 해 4월 명퇴를 하기 전까지는 연봉이 7천만 원에 이를 만큼 고액(?)을 받으며 남부럽지 않으며 살았다. 그러면서 주말이나 여가 시간에 와인 산업(?)에 올인 했다. 와인을 부업으로 삼은 것이다.
呂 대표는 와인을 부업으로 할 것이냐, 올인을 할 것이냐를 놓고 갈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무원이었던 형님도 퇴직 후에 다른 사업을 시작하자 체력이 딸려 힘들어 하시는 것을 보고 하루라도 젊은 날에 와인에 올인 하려면 퇴직을 하는 편이 났겠다 싶어 사표를 던지고 와인에 올인 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실 새 와인을 개발하면서 매년 생산설비를 늘리고 제조공장을 확장하다보면 돈을 벌기보다는 빚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 와이너리의 특성이다.
그래서 고객이 와이너리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손님을 초청하여 진행하는 여포와인농장의“오늘은 내가 쏜다!” 같은 프로그램도 개발하여 운영했다. 이는 와이너리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고객에게 제공하고 일반고객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 신 문화공동체 기획, 음악회, 전시회, 강연 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장소로 와이너리를 활용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앞으로는 와이너리에서 소규모 웨딩, 회갑연, 파티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꿈 “기적을 만드는 한 글자”
-와인 이름이 ‘꿈’인데요, 누가 이름을 지으신 건가요?
“제가 지었죠, 상표를 ‘꿈’으로 한 것은 한글에서 외자 속에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말이 꿈이 아닙니까. 꿈을 꿔야 모든 일이 이루어질 수 있어 꿈은 희망입니다. 전 참으로 많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呂 대표가 꾸는 꿈은 다부지다. 블라인딩테이스팅에서 당당하게 외국 와인과 견주어 보는 것. 5년 안에 최소한 영동군내에서만큼은 술집 밥집에서 소주나 맥주 대신 와인을 마시도록 하겠다는 것. 그리고 영동의 와인이 세계 시장에 나가서 떳떳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등이다.
그리고 현재 국내산 와인이 수입산에 비해 다소 비싸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포도농장의 대규모화 제조과정을 수제에서 기계화로 전환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열정을 쏟으면 그 만한 결과는 나오는 법이다. 여포는 그동안 각종 주류 행사에서 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수상 경력을 보면 대략 짐작이 간다.
◇2014년에 ▴한국와인 대상 실버 여포의 꿈 레드(드라이)▴한국와인 대상 실버 여포의 꿈 레드(스위트) ▴한국와인 대상(농림부장관상) 초선의꿈 로제 ◇2015년 ▴우리술품평회 우수상 여포의꿈화이트 ▴한국와인베스트컬렉션 골드 여포의꿈화이트▴환국와인대상 골드 여포의꿈브랜디▴광명동굴 와인품평회 대상(마루상) 여포의꿈화이트 ◇2016년▴한국와인베스트셀렉션 골드 여포의꿈화이트▴광명동굴 와인품평회 대상(마루상) 여포의꿈화이트◇2017년 ▴한국와인대상 다이아몬드 여포의꿈화이트 ▴코리아소믈리에와인어워즈 실버 여포의꿈화이트.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 계기로 영동와인 홍보에 최선
취재를 마치고 呂 대표와 식사를 하는 자리에 희소식이 들렸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양수발전소 건설 후보부지로 충청북도 영동군, 강원도 홍천군, 경기도 포천시 등 3개 지역이 최종 선정됐다는 뉴스. 영동군의 양수발전은 500MW 규모인데 마침 여포농장과는 지근거리라고 했다. 양수발전소가 건설되기 위해서는 대략 1조원 규모의 공사비가 투입되는데 이렇게 되면 영동군의 경기는 활짝 피게 된다는 것이다.
와인 산업에도 그 만큼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지난 해 영동군은 100여억 원을 들여서 ‘영동와인터널’을 완공하고 관광객을 받고 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다고 한다.
현재 呂 대표는 현재 영동군 와인연구회장이다. 때문에 충북 영동군이 한국와인의 메카라는 것을 알리기에도 열심이다. 포도 재배는 지리적 여건이 매우 중요하다. 영동은 노령산맥과 소백산맥이 마주하는 백두대간 줄기에 있는 내륙 산간지방으로 밤낮의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한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 토양 또한 미량원소가 많고 배수에 뛰어난 송산통과 사질양토를 갖춘 전국 최대의 포도주산지로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呂 대표는 “와인 만드는 게 좋아요. 포도농사를 짓는 것도 좋고, 새 품종을 가져다가 시범 재배를 하는 것도 좋죠. 와인 축제에 가면 와인을 파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영동와인을 설명하고 같이 마시고 이야기 하는 것을 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영동에선 呂 대표를 가리켜 “와인에 미친 사람”이라고 한단다. 그래도 좋단다. 누군가는 미쳐야 되기 때문이다.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까지 김 대표는 “와인은 문화다”는 신념이 강하다. 이런 신념을 가지고 작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여포와인농장 와인 홍보와 판매에 뛰어들었다. 그뿐이 아니다. 김 대표는 영동군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을 보다 많이 홍보하고 판매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란 말이 괜히 생겨났겠는가.
특히 2010년 한식창작세계대회에서 입상하고 한식홍보대사를 지내기도 했으며, 김민제가 진행하는 포도․와인요리교실로 다문화가정, 초보주부, 도시민 등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교실도 운영하고, 전통음식과 퓨전, 와인과 포도를 이용한 상차림 등을 통해 여포와인농장을 홍보하고 있다.呂 대표는 “이번에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으로 와이너리 환경개선을 통하여 단체 관광객 수용 가능한 공간을 구축하므로 써 방문객이 증가하면 현재 연 매출 1억3천5백만 원을 연 매출 4억 원 이상으로 끌어 올리는 등 와이너리를 관광상품화에 더욱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tinews@naver.com)